[더파워 한승호 기자] SK하이닉스에서 생산직과 기술·사무직을 아우르는 새로운 통합노조 설립이 추진되고 있다. 지난해 합의한 초과이익분배금(PS) 체계를 둘러싸고 회사와 구성원 간 갈등이 다시 불거진 데다 기존 노조의 교섭 방식에 대한 일부 직원들의 불만까지 겹치면서 조직 확대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 구성원들이 만든 통합노조 설립 준비 모임은 지난 8일 관할 행정기관에 노조 설립신청서를 제출했다. 임시위원장은 내부 공지를 통해 이르면 다음 주 중 정식 노조가 설립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구성원들의 참여도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 5일 개설된 준비 모임에는 사흘 만에 3500명 이상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 전체 임직원 약 3만5000명의 10% 수준으로, 기존 노조를 탈퇴한 뒤 통합노조에 가입하겠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현재 SK하이닉스는 복수노조 체제다. 민주노총 산하 기술사무직 노조와 한국노총 소속 이천·청주공장 전임직 노조가 각각 임금·단체협약 교섭을 진행하고 있다. 새 노조는 생산직과 기술·사무직을 한 조직으로 묶어 직군별로 흩어진 요구를 통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통합노조 추진에 불을 붙인 핵심 쟁점은 성과급이다. SK하이닉스 노사는 지난해 기존 PS 지급 상한을 없애고 매년 영업이익의 10% 전체를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하기로 합의했다. PS 산정액의 80%는 해당 연도에 지급하고 나머지 20%는 이후 2년에 걸쳐 각각 10%씩 지급하는 방식이며, 해당 기준은 향후 10년간 적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올해 교섭 과정에서 회사가 PS 지급 방식 일부를 다시 손질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내부 반발이 커졌다. 성과급 일부를 회사 주식으로 지급하고 일정 기간 매도를 제한하는 방안 등이 논의되면서 지난해 합의한 체계를 다시 협상 대상으로 올리는 것이 적절하느냐는 목소리가 나온 것이다.
통합노조 임시위원장도 성과급 문제를 출범의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그는 내부 공지에서 지난해 합의된 성과급 지급 약속의 이행을 강조하면서 사측이 제시한 성과급 개편안을 철회시키고 PS 문제를 향후 임단협에서 다시 협상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기존 노조를 바라보는 일부 구성원들의 불만도 새 노조 추진의 배경으로 거론된다. 현재 노사 간 교섭이 여러 차례 이어졌지만 성과급 문제에서 뚜렷한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교섭 속도와 정보 공유 방식 등을 둘러싼 내부 비판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움직임도 변수로 떠올랐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지난 6일 관훈토론회에서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지급하는 방식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거액의 성과급 지급 때 이사회나 주주총회 동의를 거치도록 하는 방향의 상법·자본시장법 개정을 관계 부처와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도체 업계의 노조 재편 흐름도 관심을 끈다. 삼성전자 초기업노조는 올해 임금교섭 과정에서 한때 조합원을 7만6000명 이상으로 늘렸고, 노사 합의에는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부문의 특별경영성과급이 포함됐다. 다만 협상 타결 이후 조합원이 줄면서 지난 6월에는 과반노조 지위를 상실했다.
SK하이닉스 통합노조가 정식 출범하더라도 실제 회사와의 교섭에서 어느 정도 영향력을 확보할지는 앞으로의 과제다. 기존 복수노조와의 관계, 교섭창구 단일화 과정에서의 대표성 확보 등이 향후 노조 세력 구도를 가를 변수로 꼽힌다.
반도체 호황으로 회사 실적과 성과급 규모가 동시에 커지는 가운데 SK하이닉스의 보상 체계를 둘러싼 갈등도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지난해 노사가 합의한 PS 체계를 유지하려는 구성원들과 지급 방식을 손질하려는 회사 간 입장 차가 좁혀질지, 새 통합노조가 어느 정도 세력을 확보할지가 향후 임단협의 핵심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한승호 더파워 기자 hansh1975@thepower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