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판매법인 매출처에 소프트뱅크 9%·xAI 3%…AI 전력수요 본격 유입
765kV 변압기 7870억원 수주…멤피스 현지 생산·콴타 JV로 초고압 집중
중공업 수주잔고 2분기 23조8340억원…2027년 영업익 1조5900억원 전망
[더파워 이경호 기자] 효성중공업의 미국 전력기기 사업에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라는 새로운 고객군이 붙기 시작했다.
기존 유틸리티와 송전망 투자가 실적의 중심을 잡는 가운데 소프트뱅크와 xAI, 데이터센터 개발사들이 주요 매출처에 이름을 올리면서 미국 초고압 시장에서 성장의 폭이 넓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SK증권은 24일 효성중공업에 대해 투자의견 '매수'와 목표주가 400만원을 유지했다. 지난 21일 종가 272만1000원과 비교하면 상승 여력은 47%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미국 고객 구성이다. 효성중공업 미국 판매법인 HICO America의 주요 매출처에서 콘스텔레이션이 15%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인터섹트파워가 13%, 도미니언과 소프트뱅크가 각각 9%를 기록했다.
이어 PSE와 AEP가 각각 8%, LS파워 5%, 서던 4%, xAI 3%로 나타났다. 기존 전력회사뿐 아니라 AI 데이터센터 투자와 직접 연결된 기업들이 고객 명단에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 생산거점인 멤피스 공장의 최종 고객을 기준으로 보면 에버소스가 22%, AEP 17%, 인터섹트파워가 15%를 차지했다. 여전히 유틸리티가 수요의 뼈대를 이루지만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새로운 수주 채널로 올라오고 있다는 점이 달라졌다.
AI 데이터센터는 대규모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해야 해 발전설비뿐 아니라 변압기와 차단기, 송전망 증설이 함께 필요하다. AI 투자 확대가 데이터센터 서버와 반도체에서 끝나지 않고 초고압 전력기기로 번지는 구조다.
효성중공업은 이 시장에서 사업 영역을 무작정 넓히기보다 기존 강점인 송전에 더 집중하는 전략을 택했다.
나민식 SK증권 연구원은 회사의 전략을 "제품 포트폴리오 확장이 아닌 심화"라고 평가했다. 이미 경쟁력이 확인된 초고압 송전기기를 미국 현지에서 더 많이 생산하고, 제품 사양을 상단으로 끌어올리는 방식이다.
그 중심에 765kV 변압기와 800kV 가스차단기(GCB)가 있다.
765kV는 미국 송전망에서도 최상위권에 속하는 초고압 규격이다. 효성중공업은 미국 멤피스에서 현지 업체 가운데 유일하게 765kV 변압기를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추고 있으며 미국 내 누적 설치 물량의 약 절반에 해당하는 레퍼런스를 확보한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 2월에는 약 7870억원 규모의 765kV 변압기·리액터 구매계약을 따냈다. 납품 기간은 올해 2월부터 2031년 1월까지다.
납품 기간이 5년에 달한다는 점은 현재 전력기기 시장의 공급 부족을 보여준다. 수주가 늘어나는 데 그치지 않고 2030년 이후 생산 물량까지 이미 예약되고 있는 셈이다.
제품 자체도 수익성이 높은 최상위 사양으로 평가된다. 초고압으로 올라갈수록 기술 진입장벽이 높고 공급업체가 제한돼 일반 변압기보다 가격과 마진 측면에서 유리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 현지 시공 역량까지 붙는다. 효성중공업은 미국 대형 전력 인프라 업체 콴타서비스와 합작법인을 구성했다.
효성중공업이 변압기와 초고압 차단기를 공급하고 콴타가 송전망 건설과 EPC 역량을 결합하면 기기 한 종류를 납품하는 것보다 프로젝트 단위의 수주 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다.
특히 콴타서비스가 최근 765kV 송전망 프로젝트가 수주잔고에 반영되고 있다고 밝힌 만큼 추가적인 초고압 전력기기 발주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효성중공업의 실적을 받치는 가장 강력한 숫자는 수주잔고다.
중공업 부문 연결 수주잔고는 지난해 말 15조9360억원에서 올해 1분기 20조1960억원, 2분기 23조8340억원으로 빠르게 증가했다.
SK증권은 3분기 25조2850억원, 4분기에는 26조5020억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2027년 말에는 30조843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매출 대비 수주잔고를 의미하는 백로그 커버리지는 지난해 3.8배에서 올해 5배 수준으로 높아질 전망이다. 현재 확보한 물량만으로도 수년간의 매출을 채울 수 있다는 의미다.
전력기기 업계가 통상 2~3년의 리드타임을 유지하려는 상황에서도 효성중공업은 2030년 이후 납품할 프로젝트까지 수주하고 있다. 765kV 물량은 2028년부터 2031년 초까지 포진해 있다.
미국 유틸리티 업체들이 이미 2030년 이후 설비투자 계획을 논의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수요의 지속성도 과거 전력기기 사이클보다 길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익률도 함께 올라가고 있다.
중공업 부문의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연간 16.8%에서 올해 18.9%, 2027년에는 22.1%까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2분기 중공업 영업이익률은 이미 20%를 기록했다. 3분기 19.8%, 4분기 20.2%로 20% 안팎의 높은 수익성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반기에는 반덤핑 대상이었던 미국향 대형 변압기의 출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해당 물량이 실제 매출에 반영된 이후에도 현재의 높은 중공업 영업이익률이 유지되는지가 수익성 재평가의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중동 물량도 남아 있다. 일부 매출 인식이 늦춰진 중동 프로젝트와 운송 중인 재고의 이익이 언제 실적에 반영되는지도 하반기 이익 변동성을 좌우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에너지고속도로가 새로운 수주원으로 꼽힌다. 정부가 추진하는 장거리 전력망 구축 과정에서 초고압직류송전(HVDC) 발주가 구체화하면 효성중공업의 초고압 기술 경쟁력이 국내 수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외형 성장 속도도 가파르다. SK증권은 올해 효성중공업 매출액을 7조4060억원으로 전망했다. 지난해보다 24.1% 증가하는 규모다.
영업이익은 1조1300억원으로 51.3%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12.5%에서 올해 15.3%로 높아질 전망이다.
중공업 부문 매출은 지난해 4조1480억원에서 올해 5조3490억원으로 확대될 것으로 추정됐다. 2027년에는 6조8590억원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연결 기준 3분기 매출은 2조650억원으로 전년보다 27.2% 증가하고 영업이익은 3350억원으로 52.6%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4분기에도 매출 2조2960억원, 영업이익 3790억원으로 각각 31.7%, 45.3% 성장할 전망이다. 연말로 갈수록 매출과 이익 규모가 동시에 커지는 구조다.
2027년에는 연결 매출액 8조9190억원, 영업이익 1조5900억원으로 올해보다 각각 20.4%, 40.6%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2028년 전망치는 매출 10조4680억원, 영업이익 2조1130억원이다. 영업이익률도 20.2%까지 상승할 것으로 제시됐다.
순이익 성장 속도 역시 빠르다. 지배주주순이익은 올해 7690억원에서 2027년 1조1680억원, 2028년 1조5920억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주당순이익(EPS)은 올해 8만2462원에서 2027년 12만5258원, 2028년 17만741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익 증가가 이어지면 현재 높은 밸류에이션도 빠르게 낮아진다. 올해 예상 주가수익비율(PER)은 34.6배지만 2027년 22.8배, 2028년에는 16.7배로 내려갈 전망이다.
재무구조도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순차입금의 자기자본 대비 비율은 지난해 24%에서 올해 19.3%, 2027년 13.1%로 낮아지고 2028년에는 순현금 구조로 전환할 것으로 추정됐다.
결국 효성중공업의 다음 성장 구간은 단순한 미국 변압기 호황보다 더 넓게 볼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유틸리티의 노후 전력망 교체가 장기 수요를 만들고 그 위에 AI 데이터센터가 새로운 전력 수요를 얹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어서다.
향후 주가를 가를 변수는 765kV 변압기와 800kV GCB의 추가 수주, 하반기 미국향 대형 변압기 출하 이후에도 20% 안팎의 중공업 영업이익률을 유지할 수 있는지, 이연된 중동 물량의 매출 인식 시점, 국내 HVDC 발주 구체화 등이다.
효성중공업은 이미 수주를 얼마나 더 받을 수 있느냐보다 얼마나 먼 미래의 주문까지 확보할 수 있느냐를 보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 미국 전력망 투자에 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까지 가세하면서 2030년 이후까지 이어지는 수주잔고가 기업가치 재평가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경호 더파워 기자 lkh@thepower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