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분당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차원재 교수(좌), 중앙대병원 이비인후과 김서영 교수(우)
[더파워 이설아 기자] 성대 안으로 들어가 눈에 보이지 않던 주삿바늘 끝을 ‘빛’으로 확인하는 성대주입술의 대규모 임상 근거가 나왔다. 일측성 성대마비 환자 257명에게 시행한 378건의 시술을 분석한 결과 모든 시술에서 바늘 끝이 목표 지점에 도달했고, 시술 4주 후 주요 음성 지표도 개선됐다.
분당서울대병원은 이비인후과 차원재 교수 연구팀이 광원과 광섬유를 활용한 ‘광유도 성대주입술’의 안전성과 임상적 유용성을 분석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고 10일 밝혔다. 연구의 제1저자는 김서영 중앙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다.
일측성 성대마비는 갑상선·두경부암, 심장·경추질환이나 관련 수술 과정에서 성대 움직임을 조절하는 신경 등이 손상돼 한쪽 성대가 움직이지 않는 질환이다. 목소리를 낼 때 양쪽 성대가 제대로 맞닿지 않아 목소리가 쉬거나 약해지고, 심한 경우 발성이 어려워질 수 있다.
이를 치료하는 방법 가운데 하나가 성대주입술이다. 마비된 성대에 히알루론산 등 충전물을 넣어 부피를 늘리고 양쪽 성대 사이의 틈을 줄이는 방식이다.
문제는 시술 과정에서 바늘 끝을 직접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코를 통해 내시경으로 성대 표면을 보면서 목의 윤상갑상막을 통해 바늘을 넣는 방식은 성대 점막을 직접 뚫지 않아 출혈 위험을 낮출 수 있지만, 바늘이 점막 아래로 들어가면 내시경으로 끝부분을 볼 수 없다.
연구팀이 적용한 광유도 성대주입술은 이 한계를 빛으로 보완했다. 광원과 광섬유를 이용해 바늘 끝까지 빛을 전달하면 빛이 성대 점막을 통과해 내시경 화면에 나타난다. 의료진은 이 빛을 따라가며 주삿바늘 끝이 어디에 위치했는지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
연구팀은 2020년 10월부터 2024년 2월까지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일측성 성대마비 환자 257명에게 시행한 378건의 광유도 성대주입술 데이터를 분석했다.
그 결과 모든 시술에서 바늘 끝이 목표 지점에 정확하게 도달했다. 바늘이 성대 점막을 뚫거나 충전물이 성대 표면에 잘못 주입된 사례도 없었다.
시술 중 후두경련이 1건 발생했지만 환자는 후유증 없이 회복했다. 이후 4주간의 추적 관찰에서도 출혈과 감염, 호흡곤란 등 심각한 합병증은 나타나지 않았다.
시술 시간도 분석했다. 최초 주입에 걸린 평균 시간은 114.0±105.1초였으며, 충분한 성대 부피 확보를 위해 같은 시술에서 추가 주입한 경우 평균 80.6±77.7초가 걸렸다.
연구팀은 첫 주입 때는 빛이 불투명한 성대 조직을 통과하면서 흐리게 보이지만, 추가 주입에서는 이미 들어간 투명한 충전물을 통해 빛이 더 밝게 퍼져 바늘 끝을 목표 지점에 위치시키기가 수월해졌다고 설명했다.
음성 기능에서도 변화가 확인됐다. 시술 전후 자료가 모두 확보된 180건을 분석한 결과 환자가 느끼는 음성 불편 정도를 나타내는 음성장애지수(VHI-10)는 시술 전 평균 34.3±8.1점에서 4주 후 25.4±13.0점으로 낮아졌다.
한 번에 얼마나 오래 소리를 낼 수 있는지를 보는 최대발성시간은 평균 3.6±3.8초에서 6.9±5.6초로 늘었다. 목소리의 불안정성과 잡음 정도를 나타내는 다른 음성 지표들도 유의하게 개선됐다.
김서영 교수는 "광유도 성대주입술의 가장 큰 장점은 바늘 끝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면서 충전물을 정확한 지점에 주입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소규모로 보고돼 온 시술의 임상 근거를 300건이 넘는 데이터로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차원재 교수는 향후 적용 범위를 넓히기 위한 후속 연구도 진행할 계획이다. 일측성 성대마비뿐 아니라 성대결절과 성대부종, 성대위축증 등 다양한 성대 질환에 광유도 성대주입술을 적용할 수 있는지를 살펴본다는 방침이다.
다만 성대주입술이 모든 환자에게 장기적인 해결책이 되는 것은 아니다. 차 교수는 "일측성 성대마비 환자에게 우선 시행할 수 있는 유용한 치료법이지만 회복 가능성이 낮거나 반복적인 주입이 필요한 경우에는 환자 상태에 따라 후두신경재지배술 같은 장기적 치료법을 고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과 분당서울대병원의 지원으로 수행됐으며 이비인후과 국제학술지 ‘Otolaryngology–Head and Neck Surgery’ 2026년 9월호에 게재됐다. 2024년 미국 이비인후과-두경부외과학회 연례학술대회에서는 구연 발표로도 채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