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업성취도는 세계 최고 수준… 마음건강·신체건강은 하위권
“공부 잘하는 아이 넘어 행복한 아이로”… 아동친화사회 조성 촉구
이미지 확대보기▲9월 10일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아동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한 정책 변화 촉구 기자회견 (사진제공=유니세프 한국위원회)
[더파워 이강율 기자] 대한민국 아동들이 세계 최고 수준의 학업 역량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삶의 만족도와 정신·신체 건강은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유니세프 한국위원회가 아동의 건강하고 행복한 성장을 위한 국가 차원의 정책 전환을 촉구하고 나섰다.
유니세프 한국위원회는 10일 국회 소통관에서 김영배·고민정·이해식 국회의원과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유니세프 이노첸티 연구소가 발표한 ‘리포트카드 20’을 바탕으로 한국 아동의 삶의 질 현황을 진단하고 아동친화사회 조성을 위한 정책 과제를 제안했다.
이번 기자회견에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유럽연합(EU) 국가 아동들의 삶의 질을 비교·분석한 유니세프 리포트카드 16·19·20의 주요 지표를 분석해 한국 아동의 현재 모습을 살펴봤다.
분석 결과 한국 아동의 학업 역량은 꾸준히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학업성취도 순위는 리포트카드 16에서 11위, 리포트카드 19에서 4위, 리포트카드 20에서는 3위를 기록하며 세계 최상위권 수준에 올랐다.
반면 마음건강 분야는 34위에 머물렀고, 신체건강은 13위에서 28위, 다시 30위로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아동 웰빙 종합 순위 역시 조사 대상 36개국 가운데 27위에 그쳤으며, 삶의 만족도는 65%로 36개국 중 일곱 번째로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특히 청소년 정신건강 문제는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분석됐다. 청소년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10.33명으로 비교 대상 42개국 가운데 다섯 번째로 높았으며, 자살은 14년 연속 우리나라 아동·청소년 사망 원인 1위를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허금주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사무총장은 “우리나라 아동들은 세계적으로 높은 학업 성취를 이루고 있지만 정작 몸과 마음이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누리고 있는지는 다시 점검할 필요가 있다”며 “이제는 성적 중심의 평가를 넘어 아동의 삶의 질 전반을 균형 있게 보장하는 정책으로 전환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국회의원들도 아동친화 환경 조성을 위한 제도 개선 필요성에 공감했다. 김영배 의원은 “모든 아동이 거주 지역에 관계없이 안전하고 건강한 환경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지원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고민정 의원은 아동 정신건강 문제의 심각성을 언급하며 “모든 아동을 대상으로 한 예방적 마음건강 지원이 필요하다”며 “예방과 조기 발견, 치료와 회복까지 이어지는 촘촘한 지원체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정부와 지속적으로 협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아동을 대표해 기자회견에 참석한 청소년모임 ‘어부바’ 활동가 장효주 학생은 “아이들도 공부만 하는 것이 아니라 충분히 놀고 쉬면서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어야 한다”며 “아이들을 위한 정책을 만들 때 아동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함께 고민해 달라”고 호소했다.
유니세프 한국위원회와 국회의원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한국 사회가 아동의 행복과 건강한 성장을 위해 추진해야 할 4대 정책과제를 제시했다. 주요 내용은 ▲국가 차원의 아동친화적 환경 조성을 위한 법·제도 기반 마련 ▲예방부터 발견·개입·회복까지 이어지는 다층적 마음건강 지원체계 구축 ▲충분한 신체활동과 놀이·휴식 권리 보장 ▲정책 결정 과정에서의 실질적인 아동 참여 확대 등이다.
유니세프 한국위원회는 “아동의 건강한 성장은 개인과 가정만의 문제가 아닌 사회 전체가 함께 책임져야 할 과제”라며 “아이들이 높은 성적뿐 아니라 건강한 몸과 마음, 충분한 휴식, 행복한 일상을 누릴 수 있도록 정책적 관심과 투자가 확대돼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유니세프 한국위원회는 오는 17일 ‘유니세프 아동친화도시 글로벌 30주년’을 기념하는 국회 정책토론회를 개최하고, 아동친화사회 조성을 위한 정책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유니세프는 유엔아동권리협약에 따라 전 세계 어린이의 생존과 보호, 교육, 건강, 복지 증진을 위해 활동하는 유엔 산하 기구로, 유니세프 한국위원회는 국내외 아동 권리 증진과 아동친화사회 조성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