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메뉴
검색버튼

경제

유가 100달러 넘자 ECB도 못 멈췄다…금리 2.65%, 12월 추가 인상 열리나

이경호 기자

기사입력 : 2026-09-11 10:57

공유하기

닫기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페이스북
트위터

텍스트 크기 조정

닫기

ECB 재융자금리 2.65%로 25bp 인상…예금금리 2.50%·한계대출금리 2.90%
올해 성장률 0.8→0.9%·내년 1.2→1.4% 상향…경기침체 우려 제한적
브렌트유, ECB 기준 가정 89.5달러 넘어 100달러 돌파…물가 상방 압력 확대
2027년 HICP 2.3→2.5%·근원물가 2.5→2.6%…연말 추가 인상 가능성 부상

/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연합뉴스
[더파워 이경호 기자] 유럽중앙은행(ECB)이 다시 기준금리를 올렸다. 중동 분쟁 장기화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선 가운데 유로존 성장세도 예상보다 견조하게 버티면서 긴축 종료 시점이 뒤로 밀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번 인상의 핵심은 단순히 25bp가 아니다. ECB가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을 높이는 동시에 내년 물가 전망까지 상향하면서 ‘경기 때문에 금리를 더 못 올린다’는 논리가 약해졌다는 점이다. 물가는 높은데 경제는 생각보다 버티는, 중앙은행 입장에서는 가장 까다로운 조합이 만들어지고 있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ECB는 재융자금리를 기존보다 25bp 올린 2.65%로 결정했다. 예금금리와 한계대출금리도 각각 2.50%, 2.90%로 25bp씩 인상했다. ECB는 지난 분기 유로존 성장세가 양호했고 중기적으로 물가 목표를 달성하는 데 예상보다 긴 시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경제 전망도 금리 인상을 뒷받침했다. ECB는 올해 유로존 성장률 전망을 기존 0.8%에서 0.9%로 높였다. 올해 소비자물가(HICP) 상승률 전망은 3.0%, 근원 HICP는 2.5%로 기존 전망을 유지했다.

더 눈에 띄는 것은 내년이다. 2027년 성장률 전망은 1.2%에서 1.4%로 상향됐고 HICP 전망은 2.3%에서 2.5%, 근원 HICP는 2.5%에서 2.6%로 높아졌다. 성장률과 물가 전망을 동시에 올렸다는 것은 ECB가 당장 경기침체보다 인플레이션 지속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둘 수 있는 환경이 됐다는 의미다.

ECB의 고민을 키우는 가장 큰 변수는 에너지다. 브렌트유 가격은 ECB가 올해 전망의 기준으로 삼은 배럴당 89.5달러를 이미 넘어 100달러 이상에서 거래되고 있다.

중동 분쟁이 장기화하면 원유 가격 상승이 운송비와 생산비를 거쳐 상품과 서비스 가격으로 퍼질 수 있다. 에너지 충격이 1차적인 물가 상승에 그치지 않고 임금과 서비스 가격으로 번지는 2차 효과까지 나타날 경우 물가 안정 시점은 더 늦어질 수 있다.

실제 ECB 역시 9월 통화정책 문구에서 인플레이션의 상방 위험과 성장의 하방 위험을 동시에 강조했다. 에너지 충격의 강도와 지속기간, 간접 효과와 2차 파급효과에 따라 성장과 물가 경로의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판단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유로존 물가가 점차 ECB가 제시한 비관적 시나리오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해당 시나리오에서는 2027년 HICP 상승률이 3.2%까지 높아질 수 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 역시 높은 물가가 2027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겨울철 한파로 천연가스 가격까지 상승한다면 에너지발 물가 압력이 다시 강해질 수 있다.

반면 경기가 금리 인상을 막을 정도로 약하지 않다는 점은 ECB의 선택지를 넓혀준다.

지난 분기 유로존에서는 소비와 투자, 순수출이 모두 성장에 기여했다. 국방과 인프라 투자, 인공지능(AI) 관련 자본지출에 대한 기대도 남아 있어 급격한 경기침체 가능성은 아직 높지 않다는 평가다.

경기와 소비에 대한 기대지표도 저점에서 회복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내수 회복 속도는 빠르지 않지만 수출 등 대외수요가 개선되고 있고 가계대출 수요도 양호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임금 상승률이 완만하게 내려오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물가를 빠르게 2% 목표로 끌어내릴 만큼 강한 디스인플레이션 신호로 보기는 어렵다. ECB 입장에서는 성장을 크게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추가 긴축을 이어갈 여지가 남아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금융투자업계에서는 ECB가 9월 인상의 효과를 확인한 뒤 12월 추가로 금리를 올릴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전망이 나온다.

통상 중앙은행의 추가 인상을 가로막는 가장 큰 요인은 경기침체다. 하지만 현재 유로존은 성장률 전망이 오히려 상향됐고, 에너지 가격은 ECB가 예상했던 수준을 크게 넘어섰다.

올해 물가 전망을 유지했다는 사실만으로 물가 부담이 완화됐다고 보기 어려운 이유다. 오히려 2027년 물가 전망이 다시 높아진 만큼 ECB의 2% 목표 복귀 시점이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다는 데 시장의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자산매입 측면에서도 긴축 기조는 이어지고 있다. ECB는 자산매입프로그램(APP)과 팬데믹긴급매입프로그램(PEPP)의 만기도래 원금을 재투자하지 않으면서 보유자산을 점진적으로 줄이고 있다.

금리 인상과 대차대조표 축소가 동시에 진행되는 만큼 유럽 금융시장의 긴축 강도는 정책금리 숫자 하나보다 더 클 수 있다. 특히 장기금리는 기준금리뿐 아니라 향후 인플레이션과 중앙은행의 자산 축소까지 함께 반영한다.

결국 ECB의 다음 판단을 가를 핵심은 세 가지로 압축된다. 유가가 100달러 위에서 얼마나 오래 머무는지, 겨울철 천연가스 가격이 다시 뛰는지, 그리고 현재의 소비·투자 회복세가 높은 금리에도 유지되는지다.

유가가 내려오고 임금 상승률까지 둔화한다면 9월 인상이 이번 사이클의 마지막이 될 가능성도 있다. 반대로 에너지 충격이 장기화하는데 경제까지 예상보다 강하게 버틴다면 연말 추가 인상 명분은 더욱 커질 수 있다.

ECB가 이번에 금리를 올린 배경도 결국 이 조합에 있다. 성장이 무너졌다면 고유가를 보더라도 인상을 주저했겠지만, 성장률 전망은 오히려 올라갔고 내년 물가 전망도 높아졌다.

유럽의 금리 사이클은 이제 ‘얼마나 빨리 내릴 것인가’보다 ‘어디까지 더 올려야 물가를 잡을 수 있는가’의 문제로 다시 이동하고 있다. 브렌트유 100달러가 유지되는 한 ECB의 긴축 종착점 역시 아직 확정됐다고 보기 어려워졌다.

이경호 더파워 기자 lkh@thepowernews.co.kr
<저작권자 © 더파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늘의 주요뉴스
정치
경제
증권
더파워LIVE
사회
교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