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원·공정위, 추석 앞두고 항공서비스 소비자 피해주의보 발령
피해구제 2023년 1705건→지난해 3201건…연평균 37% 증가
계약해제·취소수수료 관련 4341건 최다…결항·지연 등 계약불이행 27.2%
[더파워 한승호 기자] 해외여행 수요가 회복되면서 항공서비스 관련 소비자 피해도 빠르게 늘고 있다. 최근 3년간 접수된 피해구제 신청만 7400건을 넘어섰으며, 항공권 계약해제와 취소수수료를 둘러싼 분쟁이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특히 글로벌 온라인 여행사(OTA)를 통해 항공권을 구매한 뒤 취소·변경하는 과정에서 항공사와 여행사의 수수료가 함께 부과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한국소비자원과 공정거래위원회는 14일 추석 명절을 앞두고 이용 증가가 예상되는 항공서비스에 대해 소비자 피해주의보를 발령했다고 밝혔다. 여행사와 OTA, 포털 등을 통해 항공권을 구입할 경우 항공사 공식 정책과 다른 수수료가 적용될 수 있는 만큼 가격뿐 아니라 취소·변경 조건까지 함께 비교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항공서비스 관련 소비자 피해는 해외여행객 증가 속도보다 빠르게 늘고 있다. 2023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항공서비스 피해구제 신청은 모두 7438건으로 연평균 37.0% 증가했다.
연도별 피해구제 신청은 2023년 1705건에서 2024년 2532건으로 48.5% 늘었고, 지난해에는 다시 3201건으로 26.4% 증가했다. 같은 기간 항공서비스 관련 소비자상담도 2023년 8737건에서 2024년 1만1085건, 지난해 1만4739건으로 증가해 3년간 총 3만4561건이 접수됐다.
같은 기간 해외여행객은 2023년 2271만명에서 2024년 2868만명, 지난해 2955만명으로 늘었다. 2023~2025년 연평균 증가율은 14.1%로, 항공서비스 피해구제 신청 증가율 37.0%가 여행객 증가 속도를 크게 웃돌았다.
피해 유형 가운데 가장 많은 것은 항공권 계약해제와 관련한 분쟁이었다. 최근 3년간 계약해제·해지·청약철회 거부나 과도한 위약금·취소수수료 청구 등 계약해제 관련 피해는 4341건으로 전체 피해구제 신청의 58.4%를 차지했다.
운항 결항이나 지연 등 계약불이행이 2020건으로 27.2%를 차지해 뒤를 이었다. 부당행위는 394건으로 5.3%, 고객서비스나 피해처리 절차 등에 대한 품질·애프터서비스 관련 피해는 281건으로 3.8%였다. 가격·요금 관련 피해는 197건, 표시광고·약관 관련 피해는 112건으로 집계됐다.
특히 계약해제 관련 피해 비중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2023년에는 전체 피해구제 신청의 54.9%였지만 2024년 56.0%, 지난해에는 62.1%까지 상승했다.
여행사나 글로벌 OTA를 이용할 때 항공사 자체 수수료 외에 발권·변경·환불 대행 수수료가 추가로 붙을 수 있다는 점이 주요 분쟁 요인으로 꼽혔다.
항공사 공식 홈페이지에서 온라인으로 항공권을 구매하면 일반적으로 발권 수수료가 없지만 여행사나 OTA는 승객 1명 또는 구간별로 발권 수수료를 부과할 수 있다. 항공권을 변경할 때는 항공사 변경 수수료에 여행사 변경 대행 수수료가 더해질 수 있고, 취소할 경우에도 항공사 위약금과 여행사 환불 대행 수수료가 동시에 부과될 수 있다.
실제 피해 사례에서는 한 소비자가 여행사를 통해 인천~다낭 왕복 항공권 7매를 291만8000원에 구매했다가 닷새 뒤 취소하면서 총 77만원의 수수료를 부담했다.
여행사는 승객 1명당 자체 취소수수료 3만원과 항공사 취소수수료 8만원을 각각 적용했다. 7명에게 두 수수료가 각각 부과되면서 전체 수수료가 항공권 결제금액의 4분의 1을 넘어선 것이다.
소비자원과 공정위는 일정이 변경될 가능성이 있다면 단순히 항공권 가격만 비교하지 말고 항공사와 여행사·OTA가 각각 적용하는 취소·변경 수수료까지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매한 뒤에는 탑승객 영문명이나 여권정보를 바꾸기 어렵거나 별도의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실제 글로벌 OTA를 통해 인천~이스탄불 왕복 항공권 3매를 218만5400원에 구매한 소비자가 탑승객 1명의 영문명을 잘못 기재해 수정을 요구했지만 여행사가 이를 거부한 사례도 접수됐다. 해당 소비자는 일부 영문철자 변경이 가능한 항공사 약관을 근거로 수정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항·지연에 따른 피해도 적지 않았다. 다만 기상 악화나 공항 사정, 항공기 접속관계 등 항공사의 귀책으로 보기 어려운 사유가 인정될 경우에는 배상을 받기 어려울 수 있다.
한 소비자는 인천~다낭 항공편을 이용하면서 항공기 결함으로 기내에서 4시간을 기다린 뒤 출발했다. 이후 항공사에 배상을 요구했지만 항공사는 안전운항을 위한 항공기 점검이었다며 배상을 거부했다.
소비자분쟁해결기준상 국내선의 경우 항공사 책임으로 운송이 1시간 이상 2시간 이내 지연되면 해당 구간 운임의 10%, 2시간 이상 3시간 이내는 20%, 3시간 이상은 30%를 배상하는 기준이 적용된다.
다만 국토부가 정한 항공기 점검이나 기상·공항 사정, 앞선 항공편 지연에 따른 항공기 접속 문제, 안전운항을 위해 예견하기 어려웠던 조치 등을 항공사가 입증한 경우에는 배상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
국제선 운항 지연 역시 항공사 책임이 인정되는 경우 지연시간에 따라 배상기준이 달라진다. 2시간 이상 4시간 이내 지연은 해당 구간 운임의 10%, 4시간 이상 12시간 이내는 20%, 12시간을 넘으면 30%를 배상하도록 돼 있다.
소비자원은 불가항력에 따른 결항이나 지연에 대비해 여행자보험 가입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보험상품에 따라 항공기 지연으로 추가 발생한 식사나 숙박비 등을 실제 비용 기준으로 보상하거나 일정 지연시간을 넘으면 정해진 금액을 지급하는 상품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보험마다 보장요건이 다른 만큼 가입 전 약관을 확인해야 한다.
위탁수하물 관련 피해도 꾸준히 발생했다. 지난해 접수된 항공서비스 피해구제 가운데 위탁수하물 관련 사례는 131건이었다.
이 가운데 파손이 103건으로 가장 많았고 지연이 16건, 분실이 12건이었다. 물품별로는 가방·캐리어가 98건으로 전체의 약 75%를 차지했고 골프채가 12건, 기타 물품이 21건이었다.
다만 캐리어의 단순한 긁힘이나 마모처럼 기능 자체에 영향을 주지 않는 손상은 항공사가 배상을 거부하는 사례도 있다. 소비자원은 캐리어에는 덮개를 사용하고 골프채 등 파손 가능성이 높은 고가품은 전용 하드케이스에 넣는 것이 좋다고 안내했다.
현금이나 보석, 여권과 중요서류, 고가 전자제품 등은 분실·훼손되더라도 보상범위가 제한될 수 있어 위탁수하물보다는 직접 휴대하는 편이 유리하다.
수하물이 파손되거나 분실·지연되는 피해를 입었다면 공항을 떠나기 전에 항공사 데스크에 즉시 피해 사실을 접수하고 확인서 등 증빙자료를 받아두는 것이 좋다. 외관상 훼손이 의심될 경우 현장에서 내용물 상태까지 확인해야 향후 분쟁 과정에서 피해를 입증하기 쉽다.
항공권을 구매하기 전에는 목적지와 경유지의 천재지변이나 안전상황뿐 아니라 비자와 세관신고서 등 출입국에 필요한 조건도 확인해야 한다.
항공편을 예약한 뒤에는 일정 변경이나 결항 여부를 문자메시지와 이메일 등을 통해 수시로 확인하고, 여행사나 OTA를 이용했다면 실제 탑승객의 연락처가 항공사에도 제대로 등록돼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
소비자 피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거래내역과 결제내역 등 증빙서류를 갖춰 소비자24나 1372소비자상담센터를 통해 상담·피해구제를 신청할 수 있다.
소비자원과 공정위는 “추석 연휴 동안 항공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이 피해주의보에 담긴 피해사례와 유의사항을 숙지해 피해를 입지 않도록 주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승호 더파워 기자 hansh1975@thepower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