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민간 각각 1조5000억원 투입…주거사업장에 60% 이상 투자
기존 캠코펀드 8193억원 집행…주거사업장 3730억원·3881호 공급 예정
마포 부실 PF에 605억원 투입해 3000억원 사업장 정상화…178가구 100% 분양
[더파워 이경호 기자] 정부가 부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을 정상화해 주택 공급으로 연결하기 위해 내년 상반기까지 3조원 규모의 캠코 PF사업장 정상화 지원펀드를 새로 조성한다. 신규 펀드의 60% 이상을 주거사업장에 투자해 약 1만8000호의 주택 공급을 뒷받침한다는 계획이다.
금융위원회는 권대영 부위원장이 17일 서울 마포구 도화동 PF 사업장을 방문해 공사 진행 상황을 점검하고 금융감독원,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기존 캠코펀드 운용사 등과 현장간담회를 열었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지난달 13일 발표한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금융 종합대책’ 후속조치로 캠코가 3조원 규모 신규 펀드를 조성하도록 할 방침이다.
신규 펀드는 재정과 민간이 각각 1조5000억원씩 출자하는 구조다. 다음 달 운용사 모집공고를 시작해 오는 12월 운용사 선정을 마치고 내년 상반기 중 3조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할 예정이다.
전체 펀드의 60%를 주거사업장에 주목적 투자하면 약 1만8000호 이상의 주택·준주택 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금융위는 추산했다.
기존 캠코펀드는 2023년 9월 1조1000억원 규모로 조성됐다. 올해 9월까지 8193억원의 투자가 완료됐고 이 가운데 3730억원이 주거사업장에 투입돼 약 3881호의 주택·준주택 공급이 추진되고 있다.
펀드별 조성 규모는 코람코 2450억원, 신한 2350억원, 캡스톤 2153억원, 이지스 2000억원, KB 2000억원 등 총 1조953억원이다. 캠코가 5000억원을 출자하고 민간이 5953억원을 부담했다. 캠코펀드 투자금 외에도 민간 병행투자 약 4500억원이 추가로 유입됐다.
권 부위원장이 이날 찾은 서울 마포구 사업장은 캠코펀드를 통한 부실 PF 정상화 사례다. 이 사업장은 서울 마포구 도화동에 공동주택 178가구와 근린생활시설을 짓는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이다. 캠코펀드가 605억원을 투자해 약 3000억원 규모의 사업장을 정상화했다. 캠코 자금은 275억원이 투입됐다.
사업장은 2020년 부지를 매입하고 2022년 인허가를 마쳤지만 같은 해 하반기 PF시장 불안과 부동산 경기 둔화, 분양시장 불확실성, 공사비 상승 등이 겹치면서 본PF 전환에 실패했다.
사업 중단 위기가 이어지자 2024년 5월 신한자산운용이 운용하는 캠코펀드가 투입됐다. 펀드는 기존 채권을 인수하고 기존 시행사로부터 토지와 사업권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재구조화했다.
상품성도 손봤다. 기존 도시형생활주택에서 수요가 상대적으로 높은 중·소형 아파트로 인허가를 변경하고 신규 시공사를 선정했다.
금융위는 “기존 사업자 부지를 합리적인 가격으로 인수해 사업성 확보의 기반을 마련하고, 도시형생활주택에서 중·소형 아파트로 인허가를 변경하는 등 재구조화를 통해 본PF 자금조달 여건을 조성했다”고 설명했다.
재구조화에는 정비계획 변경에만 약 15개월이 걸렸다. 이후 올해 2월 착공에 들어갔고 4월 분양을 완료했다. 일반청약에서는 1순위 평균 경쟁률 79.99대 1을 기록하며 모든 평형이 마감됐다. 현재 분양률은 100%이며 준공은 2028년 12월 예정이다.
정정훈 캠코 사장은 “2023년 9월 조성된 1조1000억원 규모 캠코펀드는 현재까지 8193억원의 투자를 완료했으며 이 가운데 3730억원이 주거사업장에 투자돼 약 3881호의 주택이 공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정부의 8·13 대책에 발맞춰 내년 상반기까지 3조원 규모의 신규 펀드를 신속히 조성하는 등 주택공급과 건설·금융 생태계 활력을 든든히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민간 운용사들은 신규 펀드의 투자 유연성을 높여야 한다고 건의했다.
이석원 신한자산운용 대표는 “신규 조성될 캠코펀드가 주택공급의 마중물이 되기 위해서는 민간 자본의 참여를 유인할 수 있는 인센티브 등 정책지원이 뒷받침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조갑주 이지스자산운용 대표는 “사업장별 다양한 여건을 반영할 수 있도록 투자대상과 투자조건의 유연성이 확대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윤구 캡스톤자산운용 대표는 캠코펀드를 통해 총 1568호의 주택공급을 추진하고 있다며 “신규펀드 조성 시 주택금융공사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LH 등 유관기관과 긴밀한 소통·협력을 통해 보다 신속하게 자금이 투입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코람코자산운용은 지분투자와 대출 등 다양한 펀드 집행 방식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윤장호 코람코자산운용 대표는 “기존 캠코펀드는 부실채권 정상화를 위한 재구조화 과정에서 일부 구조와 유형의 제약이 있었다”며 “신규 캠코펀드에서는 지분투자 및 대출 형태 등 다양한 펀드 집행방식이 도입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KB자산운용도 부실사업장 정상화를 위한 여러 지원수단을 함께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적 여건을 마련해 달라고 요청했다.
금융당국은 수도권 PF 사업장을 별도로 관리하면서 캠코펀드와의 연계도 강화한다.
이진 금융감독원 중소금융부원장보는 “수도권에 위치한 325개 PF사업장을 밀착관리 대상으로 선정해 사업장별 담당자 지정과 진행계획 점검 등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수도권 소재 부실사업장이나 일시적 유동성 애로를 겪는 사업장을 캠코펀드 등 다양한 금융지원 방안과 매칭해 신속한 정상화 지원이 가능하도록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권 부위원장은 이번 마포 사업장을 “캠코펀드가 가진 전문성을 활용해 부실사업장 정상화의 마중물 역할을 톡톡히 수행한 사례”라고 평가했다.
그는 “정부는 3조원 수준의 캠코펀드 신규 조성을 준비하며 1조5000억원의 재정 투입을 추진해 운용 안정성을 뒷받침할 것”이라며 “신규 조성될 캠코펀드가 주목적투자 60%만큼 주거사업장에 투자될 경우 약 1만8000호의 주택공급이 기대되는 만큼 주택공급 촉진을 위한 다양한 금융지원 방안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금융권에도 부실사업장 정상화를 단순한 손실 정리 차원이 아니라 새로운 투자 대상으로 바라봐 달라고 주문했다.
권 부위원장은 “민간 금융권에서도 부실사업장 정상화를 건전성 제고 차원을 넘어서 사업성을 제고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새로운 투자기회로 바라봐주기를 기대한다”며 “우리 사회가 직면한 주택공급 부족이라는 과제 극복을 위해 금융권은 주택공급을 위한 확실한 자금공급을 해달라”고 강조했다.
이경호 더파워 기자 lkh@thepower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