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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칼럼] 아이가 자꾸 배가 아프다고 할 때, 그냥 넘겨도 될까

이경호 기자

기사입력 : 2025-07-13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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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호정 |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건강칼럼] 아이가 자꾸 배가 아프다고 할 때, 그냥 넘겨도 될까이미지 확대보기
[더파워 이경호 기자] 소아청소년과 외래에서 가장 자주 만나는 증상 중 하나는 만성 복통이다. 겉보기엔 멀쩡해 보이는데, 아이는 자주 배가 아프다고 말하고, 부모는 병원에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게 된다. 복통이 심하지 않고, 좋아졌다 나빠졌다를 반복하다 보니 병원을 찾기는 애매하고, 그렇다고 무시하자니 혹시 중요한 병을 놓치는 건 아닐까 불안해지는 상황이다.

실제로 4세부터 16세 사이의 아이들 중 10~15%가 만성 복통을 경험한다. 특히 4~6세 무렵이나 청소년기에 접어드는 시기에 가장 많이 발생한다. 유치원이나 학교를 자주 조퇴하거나, 학원에 가지 못하고,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경우가 주변에서도 흔하게 보인다.

만성 복통은 말 그대로 복통이 2개월 이상 반복되거나 지속되면서 일상생활에 영향을 줄 때를 의미한다. 급성 복통은 며칠 이내에 발생해 빠른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지만, 만성 복통은 증상이 오래 가거나 반복되기 때문에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복통은 장내 가스, 장의 꼬임, 염증, 혈류 장애 등으로 장이 자극을 받을 때 발생한다. 장에는 통증을 감지하는 수용체가 있는데, 이 자극이 뇌로 전달되면 사람이 통증을 느끼게 된다. 그런데 같은 자극에도 어떤 아이는 심하게 아프다고 느끼고, 어떤 아이는 잘 느끼지 못하기도 한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장-뇌 축(gut-brain axis)’ 개념에 따르면, 장에서 발생한 자극이 뇌에서 과도하게 해석되면 실제 병이 없어도 통증을 느낄 수 있다. 위장염을 앓은 뒤 복통이 계속되는 경우도 많은데, 이는 감염이 낫고 나서도 장의 신경이 과민해진 결과일 수 있다.

이처럼 소아 만성 복통의 대부분은 병이 아닌 '기능성 복통'이다. 장의 움직임이 아직 미숙하거나, 내장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이 주요 원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복통을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 몇 가지 중요한 ‘경고 신호’가 있는 경우에는 반드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복통이 밤에도 나타나 잠에서 깰 정도로 심하면 단순한 기능성 문제로 보기 어렵다. 복통이 오른쪽 윗배에서 지속된다면 간이나 담낭, 오른쪽 아랫배라면 충수염(맹장염)을 의심해야 한다. 녹색 담즙이 섞인 구토를 하거나, 원인을 알 수 없는 열이 며칠 이상 지속되는 경우도 검사가 필요하다.

소변에 문제가 있는 경우도 주의해야 한다. 소변을 자주 보거나, 피가 섞여 나오거나, 소변을 보고 나서도 시원하지 않은 느낌이 들면 요로 감염이나 비뇨기계 질환의 가능성을 살펴야 한다. 배변에 변화가 있는 경우도 중요하다. 설사가 오래 지속되거나 대변에 피가 섞여 있다면 염증성 장질환을 의심해야 한다. 체중이 줄거나 키가 잘 자라지 않는다면 장에서 영양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가족 중에 위장 질환을 앓은 사람이 있다면 그 역시 중요한 단서다.

이러한 경고 신호가 하나라도 해당된다면 소아소화기영양과 전문의를 찾아 정밀한 진료를 받아야 한다. 진단은 간단한 혈액·대변검사부터 초음파, CT, 수면 내시경까지 단계적으로 이뤄진다. 기질적인 질환이 확인되면 원인에 맞는 치료를 시작하고, 기능성 복통으로 진단되면 약물치료와 식습관 개선으로 일상생활을 조절할 수 있다.

복통은 흔한 증상이지만, 단순하다고 단정지어서는 안 된다. 요즘은 검사법이 발전해 불필요한 검사를 줄이면서도 꼭 필요한 경우엔 빠르게 진단할 수 있다. 아이가 자꾸 배가 아프다고 하면, 걱정만 하며 시간을 보내기보다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보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다. 검사가 필요한지, 필요하다면 어느 수준까지 해야 하는지 판단받고, 기질적 문제가 없다면 안심하고 아이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집중하면 된다.

만성 복통은 너무 가볍게 여겨서도, 반대로 과도하게 불안해할 필요도 없다. 중요한 건 증상을 잘 살피고, 필요한 순간에 적절한 진료를 받는 것이다.

이경호 더파워 기자 lkh@thepowe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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