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 이경호 기자] 이란 리스크로 달러 강세 압력이 커진 가운데 4월 외환시장은 단순한 달러 강세냐 원화 강세냐의 구도로 설명하기 어려운 복합 국면에 접어들 전망이다.
중동 정세 불안이 국제유가를 밀어 올리며 달러 강세를 자극하는 가운데, 한국의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 기대와 4월 특유의 배당금 역송금 수요가 한꺼번에 맞물리면서 원·달러 환율의 방향성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iM증권은 30일 보고서에서 이번 주 원·달러 환율 예상 범위를 1480원에서 1530원으로 제시했다.
가장 먼저 시장을 흔드는 변수는 유가다. 보고서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란과의 협상 시한 연기 이후 호르무즈 해협 봉쇄 장기화 우려와 후티 반군의 홍해 공격 경고가 겹치면서 원유 공급 차질 가능성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이는 곧 국제유가 추가 상승 우려로 이어졌고, 다시 달러 강세 압력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주요 통화 흐름을 보면 달러 강세 기조가 비교적 뚜렷하다. 유로화는 달러 강세 속에 소폭 약세를 보였고, 달러·엔 환율은 일본 정부의 구두 개입에도 불구하고 160엔대에 진입했다.
위안화 역시 미·중 정상회담 발표라는 호재가 있었지만 유가 리스크에서 자유롭지 못했고, 호주달러는 안전자산 선호 심리 강화로 2% 넘게 하락했다. 원화 역시 달러 강세와 고유가, 외국인 주식 순매도, 엔화 약세 압력이 겹치며 1500원선에서 등락을 이어가는 흐름을 나타냈다.
문제는 4월 환율시장이 유가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시장이 동시에 주목하는 변수는 WGBI 편입이다. 한국이 4월 세계국채지수에 편입되면 외국인 자금이 대거 유입되며 원화 강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금융시장에서는 WGBI 편입 효과로 70조원에서 90조원 규모의 외국인 자금 유입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이 자금이 실제 채권시장으로 유입될 경우 원·달러 환율에는 하락 압력이 가해질 수 있다. 다만 기대만큼 단순한 그림은 아니다.
같은 4월은 국내 기업들의 배당금이 해외 투자자에게 대거 송금되는 시기이기도 해서, 배당금 역송금 수요가 WGBI 편입 효과를 상당 부분 희석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환율을 끌어내릴 요인과 끌어올릴 요인이 같은 달에 동시에 집중된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4월 외환시장은 방향성보다는 변동성 자체에 더 주목해야 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보고서는 미국과 이란의 협상이 뚜렷한 진척을 보이지 않고 있어 달러 강세 기조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여기에 미국 국채금리 상승세 역시 달러 강세를 지지하는 배경으로 꼽았다.
반면 원화에는 WGBI 편입이라는 구조적 호재가 있지만, 배당금 역송금이라는 계절적 수급 부담이 상쇄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여기에 달러·엔 환율이 160엔대에 올라선 만큼 일본 당국이 추가 상승 억제를 위해 어떤 수준의 시장 개입에 나설지도 또 다른 변수로 지목됐다. 엔화 개입 강도가 커질 경우 아시아 외환시장 전반의 변동성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수치만 놓고 봐도 분위기는 만만치 않다. 3월 27일 종가 기준 달러화지수는 100.2로 전주 대비 0.51% 상승했고, 달러·엔 환율은 160.3엔으로 0.68% 올랐다. 원·달러 환율도 1511.4원으로 전주 대비 0.45% 상승했다.
월별 경상수지 흐름을 보면 4월은 다른 달보다 흑자 폭이 낮은 구간으로 나타나 외환 수급 측면에서도 상대적으로 부담이 있는 시기로 읽힌다. 결국 4월 원화 흐름은 중동 리스크가 밀어 올리는 달러 강세, WGBI 편입이 기대하게 만드는 원화 강세, 그리고 배당금 역송금이 다시 자극하는 달러 수요가 충돌하는 가운데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외환시장은 지금 유가와 자금, 계절성과 정책 변수까지 한꺼번에 시험대에 오른 모습이다.
이경호 더파워 기자 lkh@thepower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