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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정책, 창업 넘어 성장·회수까지…산업연 "전주기 보완 시급"

이설아 기자

기사입력 : 2026-03-30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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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파워 이설아 기자] 정부의 벤처 정책이 창업과 기술 중심에서 성장과 확장 중심으로 옮겨가고 있지만, 실제 기업 성장 경로를 뒷받침할 제도적 연결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산업연구원은 30일 발표한 '한국 벤처생태계 담론 변화와 정책과제' 보고서를 통해 벤처 정책의 초점을 창업 촉진에만 둘 것이 아니라 투자시장과 회수시장까지 이어지는 '전주기 성장경로'가 실제 작동하도록 보완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별 정책 키워드 변화/자료: 박문수(2025), '한국 벤처생태계 담론 변화 및 정책 제언: 텍스트 마이닝 분석을 중심으로' 산업연구원.이미지 확대보기
정부별 정책 키워드 변화/자료: 박문수(2025), '한국 벤처생태계 담론 변화 및 정책 제언: 텍스트 마이닝 분석을 중심으로' 산업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 벤처 정책의 무게중심은 지난 30여년간 대출·보증 중심 지원에서 벤처투자와 혁신성장, 연구개발 중심으로 이동했다. 2021년 제도 개편으로 벤처기업 확인 제도에서 대출·보증 유형이 제외되고 벤처투자·혁신성장·연구개발 중심으로 체계가 전환된 점이 대표적 사례로 제시됐다. 산업연은 이를 두고 벤처 정책이 단순한 자금 지원에서 기술혁신과 성장성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벤처기업의 업종 구조도 변화했다. 전통 제조업 비중은 축소된 반면 지식서비스와 디지털 산업 비중은 빠르게 확대됐다. 기계·자동차·금속 업종 비중은 2018년 대비 2023년에 4.3%포인트 줄었고, 연구개발·도소매는 3.7%포인트, 정보통신은 3.5%포인트, 소프트웨어는 0.9%포인트 각각 늘었다. 디지털 전환과 플랫폼·데이터 경제 확산이 벤처기업 구조 변화에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제조와 소재, 장비 등 딥테크 기반 분야의 확장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어서 업종 전환이 곧바로 기술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지 않는 한계도 함께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창업 이후 성장 단계에서 병목이 여전하다는 점이다. 보고서는 창업 3년 이하 기업과 21년 이상 장기 존속 기업 비중은 확대된 반면, 성장의 핵심 구간인 4~10년차 기업 비중은 2015년 대비 2023년에 7.9%포인트, 11~20년 기업은 5.4%포인트, 고도성장기 기업은 12.2%포인트 각각 줄었다고 짚었다. 산업연은 민간 투자 연계 부족과 회수시장 미성숙, 규제 부담이 겹치면서 스케일업 구간에서 이른바 '죽음의 계곡'이 반복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책 담론 분석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확인됐다. 산업연은 1990년대부터 최근까지 약 30년간 정부 벤처 정책 관련 문서를 대상으로 텍스트마이닝 분석을 실시한 결과, 정책 담론이 초기에는 위기 대응과 정보기술 기반 구축, 자금 지원, 일자리 정책 중심이었다가 이후 혁신 성장과 혁신 생태계, 디지털 전환, AI, 딥테크, 글로벌 전략 등으로 점진적으로 확장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성장 이후 단계와 직결되는 규제 완화와 회수시장 정비, 민간 투자와 관련한 논의는 상대적으로 주변적 위치에 머문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연은 이에 따라 벤처 정책의 초점을 단일 단계 지원이나 개별 사업 확대가 아니라 창업 이후 성장과 확장, 회수로 이어지는 전주기 구조 정비에 둘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우선 기술 개발 이후 첫 매출과 레퍼런스 확보를 지원하는 초기 스케일업 단계, 글로벌 진출과 인수합병(M&A), 대규모 투자 유치를 연계하는 성장 가속 단계, 일정 규모 이상의 중견 벤처를 대상으로 한 전담 스케일업 단계로 성장 단계별 지원 체계를 재구조화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정책자금과 민간자본의 역할 분담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정책자금은 초기 기업과 딥테크, 장주기 연구개발 분야에 집중하고, 성장·확장 단계에서는 민간 펀드와 기업형벤처캐피털(CVC), 해외 벤처캐피털이 보다 주도적 역할을 하도록 구조를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기업공개(IPO)에 편중된 회수 구조를 보완할 수 있도록 인수합병 등 다양한 회수 경로도 활성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규제 환경에 대한 점검도 과제로 제시됐다. 산업연은 스톡옵션과 상장, 데이터·금융 규제 등이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성장 제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성장성 강화라는 정책 목표가 실제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관련 제도와 인센티브를 함께 정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산업연은 최근 정부가 일자리 정책의 축을 고용 중심에서 창업 중심으로 전환하는 방향을 제시한 만큼, 이제는 창업 지원을 넘어 실제 벤처기업이 성장하고 시장에 안착하며 회수까지 이어지는 성장사다리 전반을 촘촘히 연결하는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설아 더파워 기자 seolnews@thepowe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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