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자문단 첫 회의 개최…대안신용평가·AI 금융서비스 제약 해소 논의
[더파워 이경호 기자] 금융위원회가 개인신용정보 활용 때마다 개별 사전동의를 요구하는 현행 제도 손질에 나선다. 금융위원회는 16일 권대영 부위원장 주재로 ‘개인신용정보 동의제도 개편 법률자문단’ 킥오프 회의를 열고 신용정보법상 동의제도 개편 방향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번 논의는 금융권의 인공지능 전환과 대안신용평가 확대, 금융소비자 편익 제고를 위해 현행 개인신용정보 동의제도를 다시 점검하겠다는 취지다. 자문단은 데이터 법제 관련 학계와 법조계 전문가들로 구성됐으며, 향후 제도 개선 과정에서 법적 쟁점을 검토하게 된다.
현행 개인신용정보 동의제도는 1995년 신용정보법 제정 당시 도입됐다. 이후 규제가 강화되면서 개인신용정보의 수집, 이용, 제공, 조회 등 모든 처리 단계에서 원칙적으로 개별적이고 사전적인 동의를 요구하는 구조가 됐다.
금융위는 이 같은 방식이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보호를 위한 장치였지만, 실제로는 소비자가 이해하기 어려운 여러 종류의 동의서를 반복적으로 받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봤다. 금융회사 입장에서도 법적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동의서를 과도하게 징구하는 경향이 생겼다는 지적이다.
권대영 부위원장은 현행 제도가 지나치게 엄격하고 경직적으로 운영되면서 금융소비자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실질적으로 보호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30년 넘게 유지된 동의제도 틀을 근본적으로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자료에는 현행 제도의 문제 사례도 제시됐다. 금융이력이 부족한 씬파일러의 금융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통신사와 플랫폼사 등의 대안정보를 신용평가에 활용하려는 경우, 제공 시점이나 기관, 정보 항목이 바뀔 때마다 다시 동의를 받아야 해 시간과 비용이 커진다는 설명이다.
취약계층을 위한 금융상품 출시가 지연되는 사례도 거론됐다. 생계비계좌처럼 중복가입 확인을 위해 신용정보원 조회가 필요한 상품의 경우, 별도 동의서 제작 등 절차가 추가되면서 출시가 늦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대환대출 중개 서비스 역시 비슷한 문제를 겪는다. 이용 목적이 동일하더라도 제휴 금융회사가 한 곳 추가되면 고객에게 다시 고지하고 정보제공 동의를 새로 받아야 한다. 금융위는 이런 구조가 소비자에게 유리한 서비스 개선까지 지연시킬 수 있다고 봤다.
AI 금융서비스 도입에도 제약이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은행이 AI 챗봇을 통해 계열 증권·보험사 금융자산을 통합 분석해 주려면 각 계열사와 은행 사이 정보제공 동의를 새로 받아야 한다. 핀테크사가 AI 에이전트로 금리인하요구권이나 저금리 대환대출 대리 실행 서비스를 준비하는 경우에도, 조회 때마다 반복 동의가 필요해 서비스 효율이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금융위는 해외 제도 변화도 개편 논의의 배경으로 제시했다. 유럽연합은 AI 개발에 개인정보를 활용하는 것을 정보처리자의 정당한 이익으로 인정하는 방향의 제도 개편을 추진하고 있고, 일본도 AI 개발에 개인정보 활용 특례를 도입하는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을 논의하고 있다.
회의 참석자들은 AI 기술 발전과 금융소비자 권익 보호를 함께 고려할 때 현행 신용정보법상 동의 규제를 유연화할 필요가 있다는 데 공감했다. 논의 과정에서는 동의 외의 적법한 정보처리 근거를 활용하는 방안, 정보주체 권리보장 수단을 강화하는 방안, 데이터 활용을 통한 포용금융 확대 방안 등이 다뤄졌다.
금융위는 법률자문단 지원을 받아 개편안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금융소비자, 금융권, 관계기관, 전문가 의견도 폭넓게 수렴해 개인신용정보 보호와 활용 사이의 균형점을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향후에는 신용정보법 개정안 입법도 추진된다. 다만 개인신용정보는 금융거래와 직결되는 민감한 정보인 만큼, 제도 개편 과정에서는 정보 활용 확대와 소비자 권리 보호 장치의 균형이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이경호 더파워 기자 lkh@thepower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