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무지크라움서 시청각 융합 무대 성료
어둠 속 '은하계' 펼쳐지자 탄성… 피아니스트 이솔, 부산 홀렸다
이미지 확대보기대형 공연장의 획일적인 문법을 탈피한 이번 공연은 지역 소공연장의 새로운 활용 가능성을 입증했다. 연주자의 숨소리와 미디어아트가 교차하는 실험적 시도는 지역 문화계에 신선한 자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관객과의 물리적, 심리적 거리를 좁히려는 예술가들의 이 같은 행보가 부울경 클래식 저변 확대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된다.(사진=김지윤 기자)
[더파워 부·울·경 취재본부 김지윤 기자] 백색의 소공연장이 우주가 되고, 피아노 선율은 곧 색채가 됐다. 피아니스트 이솔이 부산 관객들에게 공감각적 예술 체험을 선사하며 독주회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지난 17일 부산 금정구 소공연장 무지크라움에서 열린 피아니스트 이솔의 공감각 시리즈 독주회 ‘눈, 귀, 몸(From Classical to Contemporary)’이 관객들의 호응 속에 막을 내렸다. 이번 무대는 이솔이 직접 마이크를 잡고 곡마다 얽힌 이야기와 감상 포인트를 해설하며 관객과 가깝게 호흡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고전주의 대표주자 모차르트로 포문을 연 무대는 현대 작곡가 오이돈의 ‘피아노와 무용수를 위한 코다가 있는 발레 연습’으로 이어졌다. 이솔은 쉴 틈 없는 변주와 함께, 지난 4월 리허설 당시 김신중 작가가 포착한 흑백 사진들을 무대 배경으로 띄워 청각적 리듬감과 시각적 정적이 교차하는 독특한 무대를 연출했다.
이미지 확대보기피아니스트 이솔이 스크리아빈의 곡을 연주하며 실시간 조명 예술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김지윤 기자)
이날 공연의 백미는 알렉산드르 스크리아빈의 ‘피아노 소나타 3번’ 무대였다. 특정 음정에서 색채를 느끼는 스크리아빈의 ‘색청(色聽)’ 현상을 관객이 체험할 수 있도록 소공연장의 하얀 벽면에 실시간 조명 예술을 펼쳤다. 특히 3악장 연주에서는 실내 조명이 모두 꺼진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벽면에 거대한 은하계가 펼쳐져 이목을 사로잡았다.
이솔은 연주 직후 진행된 질의응답에서 “곡의 흐름에 따라 조명이 쉴 새 없이 바뀌어 연주에 집중하기 다소 어려웠다”면서도 “아무것도 없는 흰 벽 덕분에 스크리아빈이 음악을 통해 보고자 했던 고유의 색깔들이 관객들에게 온전히 전달된 것 같아 기쁘다”고 소회를 밝혔다.
피아니스트 이솔의 진가는 단순한 건반의 기교를 넘어 공간 전체를 예술로 승화시키는 탁월한 기획력에서 빛을 발했다. 시각적 자극의 홍수 속에서 역설적으로 빛과 어둠을 통제하며 관객을 내면의 우주로 이끈 그의 연주는 깊은 울림을 남겼다.
부산을 무대로 자신만의 독보적인 음악 세계를 구축해 나가는 이솔의 다음 행보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이미지 확대보기지난 17일 부산 무지크라움에서 열린 공감각 시리즈 독주회에서 피아니스트 이솔이 직접 곡을 해설하고 있다. (사진=김지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