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가 149달러·조달액 265억달러…장중 177달러까지 상승
최태원 “15년 만에 꿈이 현실로”…AI 분야 수백억달러 투자 언급
이미지 확대보기(현지시간) 10일 오전 9시 30분, 미국 뉴욕 나스닥 마켓사이트에서 열린 ‘오프닝 벨’ 행사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 곽노정 SK하이닉스 CEO, 고승범 SK하이닉스 사외이사 겸 이사회 의장이 타종을 하며 나스닥 ADR 거래 개시를 알리고 있다.
[더파워 한승호 기자] SK하이닉스가 미국 나스닥 상장으로 40조원이 넘는 자금을 확보한 데 이어 첫 거래에서도 공모가보다 12.8% 상승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상장 직후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기술기업, 스타트업 등에 수백억달러 규모의 투자가 이뤄질 수 있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 미국주식예탁증서(ADR)는 10일(현지시간) 나스닥에서 공모가 149달러보다 14.1% 높은 170달러에 거래를 시작했다. 장중 177달러까지 오른 뒤 168.01달러로 장을 마치면서 공모가 대비 12.76%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번에 발행된 ADR은 1억7790만주다. ADR 10주가 SK하이닉스 보통주 1주에 해당해 국내에서는 보통주 신주 1779만주가 발행된다. 총 공모금액은 265억710만달러로, 가격 결정 당시 환율을 적용하면 40조230억원 규모다. 2014년 알리바바가 미국 증시에서 조달한 250억달러를 넘어 외국기업의 미국 주식 공모 가운데 최대 기록을 세웠다. 수요예측에는 공모 물량의 7배가 넘는 주문이 몰렸다.
40조원은 국내 생산시설과 장비 확충에 투입된다. SK하이닉스는 경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첫 번째 생산시설인 Y1 팹과 충북 청주 P&T7 첨단 패키징 공장 건설, 극자외선 노광장비를 비롯한 기계장치 도입 등에 공모자금을 사용할 계획이다. HBM과 차세대 D램 생산시설뿐 아니라 후공정 패키징 능력까지 동시에 늘리는 투자다.
최 회장은 나스닥 상장 직후 CNBC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오랫동안 기다려온 역사적인 순간”이라며 “SK가 하이닉스를 인수한 지 15년 만에 꿈이 현실이 됐다”고 말했다. SK그룹은 2012년 경영난을 겪던 하이닉스를 인수한 뒤 반도체 설비와 HBM 연구개발 투자를 이어왔다.
그는 이번 상장으로 자금 조달 수단뿐 아니라 미국과 글로벌 인재를 확보할 선택지도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AI 분야에서 적어도 수백억달러의 투자를 예상한다”며 AI 데이터센터와 기술기업, 스타트업, 파트너사와의 합작법인 등을 투자 대상으로 제시했다.
최근 주가 상승으로 고점 부담이 커진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AI 시대의 메모리 수요 구조가 과거와 달라졌다고 답했다. 사람이나 기기 수에 따라 움직였던 과거와 달리 AI 에이전트와 피지컬 AI 로봇이 대규모 메모리를 사용하면서 수요가 빠르게 늘어난다는 설명이다.
이미지 확대보기 최태원 SK그룹 회장, 곽노정 SK하이닉스 CEO 등 주요 경영진이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 나스닥 타워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재원 SK스퀘어 수석부회장, 곽노정 SK하이닉스 CEO, 최태원 SK그룹 회장, 고승범 SK하이닉스 사외이사 겸 이사회 의장, 유정준 SK(주) 미주총괄 부회장)
미국 내 메모리 생산공장 건설 가능성도 열어뒀다. 최 회장은 용수와 부지, 인력, 공급망 생태계를 필수 조건으로 거론하면서 “가능하다면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다만 투자 대상은 미국에 한정하지 않고 세계 각 지역을 놓고 적합한 입지를 찾고 있다고 덧붙였다.
상장 기념 타종식은 뉴욕 타임스스퀘어의 나스닥 마켓사이트에서 진행됐다. 최 회장과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 고승범 SK하이닉스 이사회 의장이 오전 9시 30분 개장 종을 눌러 ADR 거래 시작을 알렸다. 최재원 SK스퀘어 수석부회장과 유정준 SK㈜ 미주총괄 부회장 등도 현장에 참석했다.
곽 대표는 기념사에서 2012년 SK그룹 편입 이후 투자가 불확실했던 HBM 개발을 이어온 과정을 언급했다. 나스닥 상장의 의미로는 미국 고객·파트너·인재와의 연결, 글로벌 투자자의 투자 장벽 완화, AI 사업과 기술에 대한 투자를 꼽았다.
그는 “AI가 있는 모든 곳에 SK하이닉스가 함께할 것”이라며 “투자자와 고객의 믿음에 행동으로 보답하고 메모리가 열어갈 가능성의 경계를 넓히겠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 ADR은 첫날 임시 종목코드 ‘SKHYV’로 거래됐다. 오는 13일부터 정식 종목코드 ‘SKHY’로 변경되며 공모대금 납입과 조건부 거래 결제는 14일 이뤄진다. ADR의 기초가 되는 국내 보통주 신주는 오는 29일 유가증권시장에 추가 상장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