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메뉴
검색버튼

경제

‘쪼개기 상장’ 문턱 높인다…자회사 IPO, 모회사 주주 동의부터

이경호 기자

기사입력 : 2026-07-19 08:25

공유하기

닫기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페이스북
트위터

텍스트 크기 조정

닫기

중복상장 ‘원칙 금지·예외 허용’…모회사 이사회에 영향평가·보호방안 등 5대 의무
물적분할 자회사는 주주동의 필수…매출·매입 50% 이상 의존 시 독립성 미달 추정

/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연합뉴스
[더파워 이경호 기자] 상장사가 핵심 사업을 자회사로 떼어낸 뒤 다시 증시에 올리는 이른바 ‘쪼개기 상장’에 제동이 걸린다. 자회사 상장을 자회사 이사회만의 결정으로 넘기던 관행을 끊고, 모회사 이사회가 일반주주에게 미칠 영향을 직접 평가하고 보호방안까지 내놓도록 하는 제도가 추진된다.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가 최근 발표한 ‘중복상장 가이드라인안’의 핵심은 ‘원칙 금지·예외 허용’이다. 자회사가 모회사와 별개의 기업으로 상장할 만한 영업·경영 독립성을 갖추고, 모회사 일반주주를 위한 실질적인 보호책까지 마련한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상장을 허용한다는 것이다.

중복상장은 상장된 모회사가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비상장 자회사를 별도로 증시에 올리는 것을 의미한다. 자회사가 대규모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모회사와 자회사의 가치가 시장에서 중복 계산되고 모회사 주주가 누리던 사업 가치가 자회사 주주에게 이전될 수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가이드라인이 시행되면 모회사 이사회는 자회사 상장 과정에서 다섯 가지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먼저 자회사 상장이 모회사 주가와 기업가치, 지분구조, 배당수익 등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평가해야 한다. 자회사 상장으로 인한 모회사 주가 할인 가능성과 모회사가 보유한 자회사 지분 변화, 자회사 가치 변동 가능성 등을 담은 주주 영향평가서를 작성해 이사회 결의를 거쳐야 한다.

현금배당과 자사주 소각, 자회사 주식 현물배당, 모회사 기업가치 제고, 일정 기간 추가 분할·상장을 추진하지 않겠다는 확약 등 이행 시점과 수단이 특정된 주주 보호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기업설명회와 주주간담회, 설문조사 등을 통해 주주 의견을 수렴하고 이를 보호방안에 반영해야 한다. 모회사 이사회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주주총회에 준하는 방식으로 자회사 상장에 대한 주주동의 여부를 직접 확인할 수 있다.

모회사 이사회는 영향평가와 주주 보호방안, 주주 의견을 종합해 자회사 상장에 대한 찬반을 결의하고 이를 자회사에 통지해야 한다. 평가 결과와 보호방안, 주주 소통 결과, 이사회 찬반 의견은 시장에 공시해야 하며 주주동의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면 그 이유도 밝혀야 한다.

이 같은 절차에 앞서 독립적인 특별위원회의 심의·의결도 필요하다. 특별위원회는 3명 이상으로 구성하되 독립이사가 위원장을 맡거나 독립이사와 외부전문가가 전체 위원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해야 한다. 특별위원회는 회사 비용으로 별도의 전문가 자문도 받을 수 있다.

모회사 이사회의 의무는 자회사를 국내가 아닌 해외 거래소에 상장할 때도 적용된다. 상장규정상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최대 10억원의 제재금과 하루 동안의 매매거래 정지 조치를 받을 수 있다. 공시의무 위반이 반복되면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이나 상장폐지 실질심사 사유로 이어질 수 있다.

중복상장 규제는 물적분할로 설립한 자회사에만 적용되지 않는다.

외부감사법상 연결재무제표에 포함되는 종속회사와 공정거래법상 동일 기업집단 내에서 수직적 지배관계에 있는 계열회사가 심사 대상에 포함된다. 모회사가 발행주식의 20% 이상을 보유한 계열회사와 해당 계열회사가 지분 50%를 초과해 보유한 손자회사 등도 적용 대상이다.

규제 회피를 막기 위해 최근 1년 이내에 이 같은 지배관계에 있었던 회사도 심사 대상에 넣는다. 물적분할이 아니라 인수나 신설을 통해 모·자회사 관계가 만들어진 경우에도 중복상장 심사를 피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다만 단순 인적분할 후 신설법인을 상장해 새로운 지배·종속 관계가 형성되지 않는 경우와 자회사가 먼저 상장된 상태에서 모회사를 상장하는 경우는 중복상장 특례심사에서 제외된다. 해외 거래소에 상장된 모회사가 자회사를 한국거래소에 상장하는 경우도 특례심사 대상은 아니지만 일반적인 질적 심사는 받아야 한다.

한국거래소는 자회사의 영업 독립성과 경영 독립성, 투자자 보호 수준을 각각 심사한다. 세 항목 가운데 하나라도 충족하지 못하면 상장 승인을 받을 수 없다.

영업 독립성 심사에서는 모회사와 자회사의 주요 제품·서비스와 시장, 고객, 사업모델, 공급망 내 역할이 얼마나 겹치는지를 본다. 같은 산업에 속하더라도 제품군과 고객 기반이 구분되고 공급망에서 맡는 역할이 다르면 독립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

자체적인 시장조사와 연구개발, 설계·기획, 가격협상 능력도 갖춰야 한다. 모회사의 기술과 브랜드, 판매망을 그대로 넘겨받아 영업하는 구조라면 독립성이 낮다고 판단될 수 있다.

특히 자회사 매출이나 매입의 50% 이상이 모회사와의 거래에서 발생하면 영업 독립성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추정한다. 수직계열화가 불가피하거나 그룹 내부 거래를 통한 효율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예외를 둘 수 있다.

가이드라인에 제시된 심사 사례에서는 자회사의 매출·이익·자산 가운데 85~92%를 모회사 관련 사업이 차지하거나, 자회사 핵심 제품이 모회사 매출의 80%를 차지하면서 자체 연구개발 성과가 없는 경우 경제적 실질이 같다고 판단했다.

경영 독립성 심사에서는 모회사 최대주주나 임직원이 자회사 이사·감사·경영진을 겸직하는지, 자회사가 독자적인 인사·경영관리 체계를 갖췄는지 등을 들여다본다. 생산과 판매, 투자, 자금조달, 예산과 인력운영을 결정할 때 모회사의 사전 승인이 필요하거나 자회사 이사회가 안건을 수정·부결할 수 없는 구조라면 독립성을 인정받기 어렵다.

가장 강한 규제가 적용되는 대상은 물적분할 자회사다. 물적분할로 설립된 자회사는 모회사 주주의 동의를 반드시 받아야 상장할 수 있다.

일반 자회사는 주주동의를 받으면 투자자 보호 노력을 충족한 것으로 추정한다. 동의를 얻지 못하면 자금 조달 필요성과 첨단산업 해당 여부, 모·자회사 관계가 형성된 경위와 기간, 자회사의 자산·매출·이익 비중 등을 토대로 개별 심사를 받는다.

매출과 영업이익, 자산이 모두 모회사 대비 10% 미만인 저비중 자회사는 주주동의를 면제받을 수 있다. 다만 예상 기업가치가 모회사 가치의 10%를 넘거나 물적분할로 만들어진 자회사라면 면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주주동의 여부를 판단할 때는 최대주주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3%룰’이 적용된다.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지분을 합산해 3%를 넘는 의결권은 3%까지만 인정하며, 출석 주식 과반과 전체 발행주식의 4분의 1 이상이 찬성해야 동의를 얻은 것으로 본다.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을 제외한 일반주주의 과반 동의를 요구하는 ‘다수의 소수주주 방식’은 주주평등 원칙에 어긋날 수 있다는 법무부 의견에 따라 채택하지 않았다.

일부 기업은 가이드라인 시행에 앞서 주주동의 절차와 보호책을 도입하고 있다.

대신경제연구소가 소개한 코스닥 상장사 A사는 지분 30% 이상을 보유한 자회사를 상장할 경우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받도록 정관을 변경했다. 정관 변경안은 출석 주주의 93.3% 찬성으로 통과됐고, 자회사 상장 승인 안건도 92.7%의 찬성을 얻었다.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을 제외한 일반주주 출석률은 50.3%, 출석 일반주주의 찬성률은 73%였다. 개인주주 찬성률은 74%, 기관투자자는 72%로 집계돼 3%룰과 다수의 소수주주 기준을 모두 충족했다.

A사는 자회사와의 거래 규모가 자회사 매출의 0.03%에 불과하다는 점을 공개해 영업 독립성을 입증했다. 자회사 공모 물량의 5%에 해당하는 15만주를 모회사 일반주주에게 현물배당하고, 2027년부터 5년 동안 배당성향 10% 이상을 유지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현물배당은 관련 법령상 허용과 상장심사 통과가 모두 이뤄지는 것을 전제로 추진된다.

이경호 더파워 기자 lkh@thepowernews.co.kr
<저작권자 © 더파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늘의 주요뉴스
경제
산업
공시·종목분석
더파워LIVE
정치사회
문화
글로벌대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