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SPC 통한 채무보증·친족독립경영 사각지대도 보완
[더파워 이경호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주회사와 대기업집단 규제의 우회 통로를 막기 위해 공정거래법 시행령을 손본다. 기업형 벤처캐피탈이 외부펀드를 활용해 투자 제한을 피해 가는 방식과 특수목적법인을 끼운 채무보증 우회를 탈법행위로 규정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공정위는 23일부터 9월 1일까지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안은 지주회사와 기업집단 시책 관련 탈법행위 규율을 강화하고, 친족독립경영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마련됐다.
먼저 일반지주회사 소속 기업형 벤처캐피탈, 즉 CVC 관련 규제가 보완된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일반지주회사가 금융회사 주식을 보유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다만 벤처투자 활성화를 위해 일반지주회사의 CVC 보유는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문제는 CVC의 투자 제한 방식이다. 현재 CVC는 자신이 속한 기업집단 계열회사, 동일인과 친족이 출자한 회사, 공시대상기업집단 소속회사 등에 투자할 수 없다. 총자산의 20% 이상을 해외기업에 투자하는 것도 제한된다.
하지만 금지되는 투자는 주식·사채·지분 인수 등 직접투자나 자신이 설립한 투자조합의 업무집행을 통한 투자에 한정돼 있었다.
이에 따라 CVC가 외부 투자조합에 유한책임조합원, 즉 LP로 참여하고, 해당 외부 투자조합이 동일인 등이 출자한 회사에 투자하는 방식은 규제 대상에서 빠질 수 있었다.
공정위는 이런 구조가 투자금지 대상 회사에 대한 투자를 주된 목적으로 하는 펀드에 CVC가 LP로 출자하는 방식으로 현행 규제를 사실상 피해 갈 우려가 있다고 봤다.
개정안은 CVC가 직접 또는 자신이 업무를 집행하는 투자조합을 통해 투자금지 대상 회사에 대한 투자를 주된 목적으로 하는 펀드에 출자하는 행위를 시행령상 탈법행위로 규정한다.
공정위는 이를 통해 CVC가 지배력 확장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을 차단하겠다는 입장이다.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의 채무보증 규제도 보완된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회사가 금융기관 여신과 관련해 국내 계열회사에 채무보증을 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특수목적법인, 즉 SPC를 매개로 한 거래는 규율 공백이 있었다.
예컨대 SPC가 금융기관에서 조달한 자금을 대기업집단 계열회사에 대출하고, 다른 계열회사가 해당 SPC의 금융기관 채무를 인수하기로 약정하면 실질적으로 채무보증과 같은 효과가 날 수 있다.
하지만 형식상 금융기관에 대한 직접 채무보증이 아니라는 이유로 현행 채무보증 금지 규정으로 다루기 어려운 문제가 있었다.
공정위는 개정안을 통해 SPC를 매개로 이뤄지는 채무보증도 시행령상 채무보증 금지행위의 탈법행위로 규정하기로 했다.
친족독립경영 제도도 개선된다.
친족독립경영은 동일인의 친족이 독립적으로 경영한다고 인정되는 회사를 동일인이 지배하는 기업집단에서 제외하고, 해당 친족도 동일인관련자에서 제외하는 제도다.
그러나 현행 제도에서는 친족독립경영이 인정돼 기업집단에서 분리된 회사가 이후 다시 동일인 측 기업집단에 편입되고, 해당 친족이 동일인 측 계열회사 임원으로 재직하더라도 규제 사각지대가 생길 수 있었다.
특히 독립경영 요건 미충족 사유가 2021년 12월 30일 전에 발생한 경우에는 해당 친족을 다시 동일인관련자로 편입시키는 규정을 소급 적용하기 어려웠다.
이 경우 총수일가 지분을 합치면 20% 이상인 회사라도 해당 친족이 동일인관련자로 분류되지 않아 사익편취 규제 대상에서 빠질 수 있다.
공정위는 이런 문제를 막기 위해 친족독립경영 인정으로 동일인관련자에서 제외된 친족이 동일인 측 계열회사 임원으로 재직하는 경우, 동일인관련자 제외 결정을 취소할 수 있는 근거를 신설한다.
임원의 재선임이나 임기 연장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해 기존 제도상 규제 회피 가능성도 줄인다는 방침이다.
이 밖에 조문 정비도 함께 추진된다.
대규모유통업법에서 신고포상금 관련 규정이 신설됨에 따라 사실상 사문화된 대규모소매점업 불공정거래행위 관련 신고포상금 규정은 삭제한다.
국제회계기준을 반영해 시행령상 ‘대차대조표’라는 용어도 ‘재무상태표’로 바꾼다.
공정위는 입법예고 기간 동안 이해관계자와 관계 부처 의견을 검토한 뒤 법제처 심사 등을 거쳐 개정안을 확정·시행할 계획이다.
시행령 개정안에 의견이 있는 개인이나 단체는 9월 1일까지 통합입법예고센터를 통해 온라인으로 의견을 제출하거나, 우편·전자우편·팩스로 의견서를 제출할 수 있다.
이경호 더파워 기자 lkh@thepower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