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 최성민 기자] 오늘날 나주를 찾는 이유는 역사만도, 자연만도 아니다. 이제 나주는 송림아트센터에서 열리는 금보성비엔날레를 통해 새로운 문화도시의 좌표를 제시하고 있다. 전남과 광주의 통합 문화권 속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행사가 있다면, 그것은 금보성비엔날레이다.
비엔날레는 본래 국가와 도시가 막대한 예산과 행정력을 투입하여 만드는 국제 문화행사다. 하나의 도시 브랜드를 구축하고 세계 미술의 담론을 형성하는 것이 비엔날레의 역할이다. 그런 점에서 한 명의 예술가가 비엔날레를 창설하고 운영한다는 것은 기존 미술계의 상식을 뒤흔드는 사건이다. 세계 미술인들에게 이는 충격인 동시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 실험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도전은 결코 쉽지 않다. 비엔날레가 요구하는 국제성, 공공성, 학술성, 전시 규모, 아카이브 구축, 지역사회와의 연계 등은 개인이 감당하기에는 매우 큰 과제다. 국가와 도시가 담당하던 상징성과 역할이 한 명의 작가에게 집중된다는 것은 그 자체로 무거운 책임이다. 그러나 금보성비엔날레는 그 어려움을 피하지 않고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그 배경에는 오랜 축적이 있다. 금보성 작가는 금보성아트센터를 통해 3만여 명의 작가 전시를 기획하며 한국 현대미술의 폭넓은 네트워크를 구축해 왔다. 또한 90회의 개인전 가운데 미술관과 문화재단에서 개최한 전시만도 40회에 이르는 꾸준한 활동을 이어왔으며, 아시아 전통있는 방글라데시 비엔날레 한국관 감독과 서울한강비엔날레 감독, 수묵비엔날레 자문위원과 크고 작은 국내외 아트페어 감독까지 했던 경험은 단순한 전시 경력을 넘어 비엔날레를 운영할 수 있는 기획력과 실행력을 축적해 온 과정이었다.
특히 금보성비엔날레는 기존 문화행사와 달리 언론과 방송 홍보에 의존하지 않는 독자적인 관객 유입 구조를 갖추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금보성 작가는 100만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 채널을 중심으로 다양한 SNS 네트워크를 구축하며, 전국의 관람객을 나주로 이끄는 문화 인플루언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제 문화예술의 경쟁력은 신문과 방송의 보도량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스스로 관객과 소통하고 지역으로 사람을 움직일 수 있는 디지털 네트워크가 새로운 문화 자산이 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금보성비엔날레는 전시를 넘어 온라인과 오프라인를 연결하는 새로운 비엔날레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금보성비엔날레의 또 다른 특징은 상업적 성공보다 개념과 담론을 중심에 둔 전시라는 점이다. 한글을 현대미술의 조형언어로 재해석하고, 지역의 역사와 문화유산을 예술과 연결하며, 나주라는 공간을 하나의 거대한 전시장으로 확장하고 있다. 이는 작품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도시와 역사, 언어와 문화를 함께 읽어내는 기획자의 시선을 담고 있다.
비엔날레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서는 기록과 연구도 필수적이다. 현재 미국의 이정실 교수와 프랑스 서승석 박사를 비롯한 우제길미술관 김민경 학예사와 조선대 강민진 인턴까지 전시 아카이브를 구축하고 있으며, 이를 해외 학술지와 전문 매체에 소개하기 위한 연구도 함께 진행되고 있다. 개인 비엔날레가 일회성 행사가 아니라 세계 미술사 속에서 한국 미술의 좌표를 찍는 하나의 사례로 기록되기 위해서는 이러한 학술적 기반이 반드시 필요하다.
금보성비엔날레는 단순히 한 작가의 개인전이 아니다. 그것은 예술가 한 사람이 도시의 문화 브랜드를 만들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실천적 답변이다. 나주는 지금 역사도시를 넘어 현대미술의 새로운 실험이 이루어지는 도시가 되고 있으며, 송림아트센터는 그 변화의 출발점이 되고 있다.
세계 최초의 개인 비엔날레는 이제 시작이다. 앞으로 세계 미술사가 이 실험을 어떻게 평가할지는 시간이 말해 줄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나주를 찾는 이유 가운데 가장 먼저 떠올라야 할 이름이 ‘금보성비엔날레’가 되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한 작가의 도전을 넘어, 한 도시가 문화로 미래를 여는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상징이 되고 있다.
최성민 더파워 기자 Sungmin@thepower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