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 최성민 기자] 토지나 단독주택을 매수한 뒤 측량을 해보니 이웃의 담장이나 건물 일부가 자신의 토지를 침범하고 있는 사실을 발견하는 경우가 있다. 반대로 수십 년 동안 자신의 토지라고 생각하고 사용하던 공간에 대해 이웃이 갑자기 경계를 침범했다며 담장을 철거하라고 요구하면서 토지경계분쟁이 발생하기도 한다.
토지경계분쟁은 단순히 등기부등본에 적힌 토지 면적만 비교해서 해결하기 어렵다. 실제 법적인 경계가 어디인지, 현재 담장이나 건축물이 어느 위치에 설치돼 있는지, 당사자들이 해당 토지를 어떻게 사용해 왔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예를 들어 A가 오래된 단독주택을 매수한 뒤 새로운 담장을 설치하기 위해 측량을 진행했는데 기존 담장보다 50cm 정도 옆집 방향으로 자신의 토지가 더 존재한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가정해볼 수 있다. A는 측량결과를 근거로 이웃에게 기존 담장을 철거하고 토지를 돌려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 그러나 이웃은 수십 년 동안 현재 담장을 기준으로 토지를 사용했으며 이전 소유자 사이에서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주장할 수 있다.
이처럼 토지경계분쟁에서는 현재 설치된 담장이 곧 법적인 토지경계라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담장은 토지 이용 과정에서 편의를 위해 설치됐을 수도 있고 실제 지적경계와 다른 위치에 설치됐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지적도상 선만 확인하고 현장의 경계를 바로 확정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주의해야 한다. 실제 토지의 위치와 경계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지적공부와 측량자료, 현장상황 등을 함께 살펴봐야 한다. 오래된 토지라면 과거 측량자료나 지적도의 변동 과정이 문제되는 경우도 있다.
토지경계분쟁이 발생하면 우선 토지의 등기사항증명서와 토지대장, 지적도 등 기본적인 자료를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각 토지의 지번과 면적, 소유관계뿐 아니라 현재 문제되는 부분이 어느 필지에 포함되는지를 객관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측량 역시 중요한 자료가 된다. 당사자가 육안으로 담장 위치를 확인하거나 지도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경계를 추정하는 것만으로는 실제 경계를 정확하게 판단하기 어렵다. 경계복원측량 등 구체적인 사안에 적합한 측량을 통해 지적공부에 등록된 경계를 현장에서 확인하는 절차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다만 한쪽 당사자가 측량결과를 제시했다고 해서 상대방이 반드시 이를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측량의 기준과 방법, 기초가 된 지적자료 등에 다툼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송으로 이어진 경우에는 법원의 감정절차 등을 통해 경계를 확인하는 과정이 문제될 수 있다.
토지경계분쟁에서는 경계확정 문제와 토지침범 문제를 구분하는 것도 중요하다. 서로 자신의 토지라고 주장하면서 정확한 경계 자체가 불분명하다면 경계를 확정하는 문제가 먼저 해결돼야 할 수 있다. 반면 경계는 명확하지만 이웃의 담장이나 건축물이 경계를 넘어온 상황이라면 해당 부분의 철거와 토지인도 문제가 중심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이웃 건물의 담장이나 창고 일부가 자신의 토지를 침범한 사실이 확인된다면 토지소유자는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침범 부분의 철거와 토지인도를 요구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상대방이 해당 부분을 사용하면서 얻은 이익이 있다면 부당이득 반환 등의 문제도 함께 검토될 수 있다.
그러나 측량 결과 다른 사람의 토지를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해서 언제나 즉시 철거해야 하는 것으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 장기간의 점유관계가 존재한다면 상대방이 취득시효를 주장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민법상 일정한 요건 아래 부동산을 장기간 소유의 의사로 평온·공연하게 점유한 경우 점유취득시효가 문제될 수 있다. 따라서 “20년 동안 사용했으니 무조건 내 땅이다”거나 반대로 “등기가 내 명의니까 취득시효는 절대 문제되지 않는다”는 식으로 단순하게 판단해서는 안 된다. 점유의 시작과 성격, 기간 및 등기 문제 등을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
특히 부모나 이전 소유자가 사용하던 토지를 승계해 계속 점유한 사건에서는 과거의 점유관계까지 확인해야 할 수 있다. 오래된 항공사진이나 과거의 매매계약서, 측량자료, 담장 설치 시기, 인근 주민의 진술 등이 점유상태를 확인하는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토지를 매수한 직후 경계침범 사실을 발견한 경우에는 매도인과의 관계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계약 당시 설명받은 토지의 범위와 실제 경계가 다르거나 매도인이 경계분쟁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알리지 않은 경우라면 매매계약과 관련된 별도의 법적 쟁점이 발생할 수 있다.
건축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토지경계분쟁이 발생했다면 더욱 신속한 확인이 필요하다. 건축허가나 공사일정이 예정돼 있는 상태에서 경계가 확정되지 않으면 공사가 지연될 수 있고 잘못된 위치에 건물을 설치하면 이후 철거 문제까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상대방이 경계를 침범했다고 생각해 임의로 담장을 철거하거나 구조물을 제거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자신의 토지라는 확신이 있더라도 상대방이 점유하고 있는 시설물을 일방적으로 훼손하면 별도의 민·형사상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우선 측량과 자료를 통해 경계를 확인한 뒤 협의나 법적 절차를 검토하는 것이 안전하다.
반대로 이웃이 갑자기 담장을 철거하거나 경계표지를 옮기려는 상황이라면 현재 상태를 객관적으로 남겨둘 필요가 있다. 현장 사진과 동영상, 기존 담장의 위치, 측량표지 등을 확보하고 필요하다면 긴급한 권리보전 조치가 필요한지도 검토해야 한다.
실무에서는 토지 등기사항증명서와 토지대장, 지적도, 임야도, 측량성과도 등 지적 관련 자료가 중요하게 검토될 수 있다. 여기에 현장 사진과 과거 항공사진, 매매계약서, 건축물 관련 자료, 담장 설치 및 토지 이용 경위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 등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토지경계분쟁은 몇십 센티미터 정도의 침범에서 시작되는 경우도 있지만 해당 부분에 건축물이 설치돼 있거나 토지 가치가 높은 지역이라면 분쟁의 규모가 커질 수 있다. 단순히 침범 면적만 계산하기보다 철거 가능성이나 토지 이용에 미치는 영향 등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
또한 당사자끼리 경계에 관해 합의할 수 있다면 합의 내용을 구두로만 남겨두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 어떤 지점을 경계로 인정하는지와 담장 설치·철거 비용을 누가 부담하는지 등을 명확하게 정리하고, 필요한 경우 등기나 지적정리와 관련해 추가적인 절차가 필요한지도 확인해야 한다.
결국 토지경계분쟁의 핵심은 “현재 담장이 어디에 있는가”만 보는 것이 아니라 지적공부상 경계와 실제 현황을 객관적인 측량을 통해 확인하고, 상대방의 점유경위와 기간 및 침범 구조물의 상태까지 함께 살펴보는 것이다.
이웃이 자신의 토지를 침범하고 있다고 의심된다면 먼저 임의로 담장을 철거하거나 경계표지를 변경하기보다 토지대장과 지적도, 등기사항증명서 및 측량자료를 확보해야 한다. 이후 실제 경계 자체에 다툼이 있는지, 경계는 명확하지만 토지를 침범하고 있는 것인지, 장기간 점유에 따른 취득시효 문제가 존재하는지를 구분해 검토하는 것이 토지경계분쟁에 대응하는 출발점이 된다.
도움말 법무법인 오현 유경수 부동산전문변호사
최성민 더파워 기자 Sungmin@thepower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