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메뉴
검색버튼

문화

초가을 한국 미술의 또 다른 목적지, 나주 금보성비엔날레

최성민 기자

기사입력 : 2026-09-04 14:37

공유하기

닫기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페이스북
트위터

텍스트 크기 조정

닫기
사진제공=송림아트센터이미지 확대보기
사진제공=송림아트센터
[더파워 최성민 기자] 초가을 한국은 세계 미술인들의 발길이 모이는 계절이다. 광주비엔날레와 프리즈 서울을 비롯한 키라프와 지방의 아트페어 등 국제적인 미술행사가 이어지면서 해외 컬렉터와 미술 관계자,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의 관심도 자연스럽게 한국 미술 현장 곳곳으로 확장된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전남 나주에서 열리고 있는 금보성비엔날레가 기존 미술 중심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관람객을 불러들이고 있다.

그 중심에는 압도적인 규모의 한글 작품이 있다. 금보성이 오랫동안 탐구해온 한글은 이곳에서 더 이상 읽고 의미를 전달하는 문자에 머물지 않는다. 자음과 획은 해체되고 다시 결합되며 색과 면, 공간의 언어로 확장된다. 관람객에게는 ‘한글을 읽는 것’이 아니라 ‘한글을 보는 경험’이 펼쳐진다.

특히 대형 한글 작품은 사진이나 영상만으로는 그 규모와 공간감을 온전히 전달하기 어렵다. 작품 앞에 직접 섰을 때 비로소 문자와 회화, 건축적 공간이 하나로 연결되는 감각을 경험하게 된다. 이것이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나주를 찾게 만드는 중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다.

여기에 100만 구독자 규모의 유튜브 채널을 기반으로 한 금보성의 ‘문화의병’ 네트워크가 움직이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전시를 단순히 홍보하는 차원을 넘어 관람객이 직접 보고 촬영하고 공유하면서 나주의 문화적 이미지를 국내외로 확산시키는 새로운 통로가 되고 있다. 온라인에서 형성된 관심이 실제 방문으로 이어지고, 다시 현장에서 만들어진 영상과 이야기가 온라인을 통해 퍼지는 선순환 구조다.

이는 지역문화 홍보의 방식이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수도권의 대형 기관이나 막대한 홍보예산에 의존하지 않고도 한 명의 작가와 작품, 그리고 100만 채널을 중심으로 형성된 문화적 네트워크가 한 지역을 세계에 알리는 동력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다. 금보성비엔날레가 나주를 새롭게 해외에 알리는 하나의 전환점으로 평가할 수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나주라는 장소가 갖는 역사적 의미도 이번 전시를 더욱 특별하게 한다. 세종대왕 시대 집현전 학자로 훈민정음 창제와 보급의 역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신숙주의 고향이 나주라는 사실은 오늘의 한글미술과 흥미로운 시간적 연결고리를 만든다. 세종이 창제한 한글, 집현전 학자들이 펼쳐간 문자문화의 역사가 수백 년의 시간을 지나 오늘날 나주에서 현대미술의 언어로 다시 해석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금보성비엔날레에서 한글은 과거의 문화유산을 재현하는 소재가 아니다. 세종의 창제정신과 한글의 역사성을 동시대 회화의 언어로 전환하고, 그것을 다시 세계의 관객과 만나게 하는 문화적 ‘파종’에 가깝다. 한글이 문자로 뿌리내렸던 역사를 넘어 현대미술이라는 새로운 토양에 다시 뿌리를 내리는 과정인 셈이다.

사진제공=송림아트센터이미지 확대보기
사진제공=송림아트센터
여기서 더욱 주목해야 할 것은 한 명의 화가가 만들어내는 문화적 확장성이다. 금보성비엔날레는 대도시의 거대한 미술관이나 국제 아트페어의 시스템에 의존하기보다 작품 자체의 힘과 작가의 지속적인 활동을 통해 사람을 지역으로 움직이게 한다. 전시를 보기 위해 나주를 찾고, 그들이 다시 나주를 기록하고 알리는 과정에서 한 작가의 작업은 개인의 창작을 넘어 도시의 문화 이미지와 연결된다.

결국 나주의 금보성비엔날레가 보여주는 것은 단순한 개인전의 성공 여부가 아니다. 한 예술가의 창작이 사람의 이동을 만들고, 100만 문화의병의 네트워크가 그 움직임을 국내외로 확산시키며, 한글이라는 문화유산이 지역의 역사와 만나 새로운 현대미술의 언어로 뿌리내릴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실험의 시간이다.

서울과 광주에 세계 미술계의 시선이 집중되는 초가을, 나주에서는 또 다른 방식의 국제적 소통이 이루어지고 있다.

세종에서 신숙주로 이어진 한글의 역사와 오늘의 금보성 한글회화가 나주에서 만난다. 작품이 사람을 부르고, 사람이 다시 나주를 세계에 알린다. 그리고 한글은 이곳에서 읽는 문자를 넘어 세계인이 함께 바라보는 현대미술의 언어로 다시 뿌리내리고 있다.

최성민 더파워 기자 Sungmin@thepowernews.co.kr
<저작권자 © 더파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늘의 주요뉴스
경제
산업
공시·종목분석
더파워LIVE
정치사회
문화
글로벌대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