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이천서 ‘2026 미래포럼’ 개최…AI 시대 메모리 전략 집중 논의
HBM·DRAM·CXL·SSD 등 워크로드별 조합…시스템 단위 공동설계 강조
3D 적층으로 메모리·로직 경계 확대…팹·패키징·파운드리 협업 필요성 제시
[더파워 한승호 기자] HBM으로 AI 메모리 시장을 주도해 온 SK하이닉스가 다음 단계로 ‘풀스택 AI 메모리’를 제시했다. HBM 하나의 성능 경쟁을 넘어 DRAM과 CXL, SSD, 3D 적층 메모리까지 AI 워크로드에 맞춰 조합하고, 가속기·소프트웨어 업체와 시스템 단계부터 함께 설계하는 방향으로 사업의 경계를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 8일 이천캠퍼스 수펙스센터에서 ‘AI 시대 Golden Time, AI Memory Solution Creator가 세상을 바꾸는 지금’을 주제로 ‘2026 SK하이닉스 미래포럼’을 개최했다고 9일 밝혔다.
이미지 확대보기2026 SK하이닉스 미래포럼에서 인사말을 전하는 SK하이닉스 곽노정 대표이사 사장
올해 포럼은 AI가 일하는 방식과 산업 구조를 어떻게 바꾸는지에서 출발해 이에 맞춰 메모리가 어떤 방향으로 진화해야 하는지를 집중적으로 다뤘다. 2024년 AI 기술 탐색, 지난해 AI 밸류체인 혁신 전망에 이어 올해는 AI 시대의 업무 변화와 메모리 솔루션, 3D 기술까지 논의 범위를 확장했다.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은 시장을 보는 시각부터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부 기술 경쟁에만 집중하는 대신 고객과 파트너의 관점에서 AI 생태계 변화를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곽 사장은 "과거 메모리 시장은 누가 더 빠르게 달리는지를 경쟁하는 직선도로였다면 현재는 시시각각 변하는 곡선도로를 달리는 것과 같다"며 "내부 역량뿐 아니라 외부 환경의 변화 속도와 방향을 파악하고 유연하게 적응하는 속도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첫 번째 화두는 AI가 바꾸는 업무 방식이었다. 앤트로픽 타리크 시히파르 제품총괄은 ‘클로드’ 실제 사용 데이터를 바탕으로 경험이 많은 사람이 AI에 무엇을 맡기고 결과를 어떻게 판단할지 더 잘 구분하면서 높은 성과를 내는 경향을 소개했다.
반도체 산업에서는 회로 시뮬레이션과 전력 측정, 시스템 최적화 등 반복적이고 검증 가능한 업무를 AI에 맡기는 ‘소프트웨어 공장’ 구축 가능성이 제시됐다. AI가 결과까지 스스로 검증하고 사람은 전문성을 기반으로 판단과 새로운 아이디어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SK하이닉스도 제조 현장에 AI를 적용하고 있다. 주재욱 부사장은 표준업무절차와 공정·설비 데이터를 AI가 활용할 수 있도록 구조화하고 있으며, 라인 이상이 발생하면 AI가 관련 데이터를 분석해 원인과 대응 방안을 제시하고 사람이 최종 판단하는 업무 체계를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이아(GaiA)’ 플랫폼을 활용한 팹 생산 운영과 안전 감독 로봇, 고소 작업용 VLM 드론 등 제조 현장 적용도 확대하고 있다.
두 번째 논의의 중심은 AI 시대에 메모리가 더 이상 단일 범용 제품만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점이었다.
서울대 윤성로 교수는 AI가 단순한 질문·응답을 넘어 스스로 여러 작업을 수행하는 에이전틱 AI로 발전하면서 저장하고 관리해야 할 상태 정보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데이터의 수명과 접근 방식이 다양해지면서 워크로드별로 서로 다른 메모리를 배치하는 ‘메모리 계층’ 설계가 중요해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하이퍼엑셀 김주영 대표도 멀티 에이전트와 장시간 실행이 확대될수록 메모리 용량과 대역폭이 새로운 병목이 될 수 있다고 봤다. HBM과 DRAM, CXL, SSD 등을 가속기와 함께 시스템 단위로 최적화해 성능과 총소유비용(TCO)을 함께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K하이닉스는 이 같은 변화를 ‘풀스택 AI 메모리’ 전략으로 연결한다.
임의철 부사장은 3D Stacked DRAM과 HBM, HBF 등 다양한 메모리를 AI 워크로드 특성에 맞춰 조합하고 AI 서비스·소프트웨어·가속기 업체와 시스템 단계부터 공동 설계하는 ‘System-level Co-design’을 핵심 전략으로 제시했다.
단순히 메모리 칩을 공급하는 회사에서 벗어나 AI 시스템 구조를 이해하고 설계 단계부터 참여하는 ‘풀스택 AI 메모리 크리에이터’로 역할을 확장하겠다는 의미다.
미래 메모리 기술로는 3D가 전면에 등장했다. 고려대 신창환 교수는 미세화 한계와 데이터 이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시간·전력 소모를 고려하면 3D 기술이 단순한 수직 적층을 넘어 메모리와 로직의 경계를 허무는 기술로 발전할 것으로 전망했다.
SK하이닉스도 3D 적층을 소자 자체를 수직으로 쌓는 ‘소자 집적’과 서로 다른 칩을 결합하는 ‘이종 집적’으로 나눠 기술을 준비하고 있다. 데이터 버스 폭 확대, 초단거리 전송, D램 주변회로에 로직 파운드리 기술을 활용하는 방안 등이 주요 방향으로 제시됐다.
다만 3D 메모리 상용화를 위해서는 발열과 설계 최적화뿐 아니라 미세 인터커넥트와 본딩, 공정 통합 등 패키징 영역의 난제를 함께 풀어야 한다.
김경훈 부사장은 "3D 적층 D램을 실제 제품으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설계 최적화뿐 아니라 발열과 공정 난도 등 기존과 다른 기술적 과제를 함께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호영 부사장도 "3D 기술은 팹과 패키징의 기술 경계까지 바꾸고 있다"며 "어드밴스드 패키지 기술 혁신과 함께 기존 영역을 넘어선 공동 최적화와 새로운 협업 체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패널 토의에는 TSMC와 리벨리온, 하이퍼엑셀, 스퀴즈비츠 등 AI·반도체 생태계 기업 관계자들이 참여해 현재 메모리 호황의 성격과 차세대 시장을 열 메모리의 조건 등을 논의했다.
올해 포럼 자체에도 AI가 폭넓게 적용됐다. AI로 제작한 세션 소개 영상을 상영하고 해외 연사와의 소통에는 실시간 AI 통역 자막을 활용했다. 휴머노이드 로봇도 현장에서 보조 사회자로 참여했다.
SK하이닉스는 이번 포럼에서 나온 내용을 사내 학습 콘텐츠로 재가공해 각 조직의 과제와 연결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HBM에서 확보한 주도권을 개별 메모리 제품을 넘어 AI 시스템 전체를 겨냥한 메모리 솔루션으로 확대한다는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