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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대한항공, 아시아나 합병 시정조치 완화 요청…공정위 심의 착수

한승호 기자

기사입력 : 2026-09-10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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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전쟁 이유로 전체 대상 노선 공급좌석 유지 의무 면제·완화도 요구
심사관 “전반적 항공수요 위축 확인 어려워”…두 변경요청 모두 기각 의견
현장조사 중 직원 3명 파일·이메일 삭제…대한항공·직원 고발 의견도 제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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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파워 한승호 기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의 기업결합 과정에서 부과된 항공편 공급좌석 유지 의무를 완화해 달라는 항공사들의 요청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 심사관이 기각 의견을 냈다.

특히 청주~제주 노선은 현재 2019년 공급좌석의 90% 이상을 유지해야 하지만 항공사들은 이를 70%까지 낮춰 달라고 요구했다.

중동전쟁에 따른 유가·환율 상승을 이유로 전체 시정명령 대상 노선의 좌석 유지 의무를 면제하거나 완화해 달라는 요청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와 별개로 공정위 현장조사 과정에서 대한항공 직원들이 관련 업무용 파일과 이메일을 삭제한 사실도 확인됐다. 공정위 심사관은 대한항공 법인과 직원 3명을 조사방해 혐의로 각각 검찰에 고발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공정위는 10일 대한항공과 진에어, 아시아나항공,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 5개 항공사가 신청한 대한항공-아시아나 기업결합 시정명령 변경요청 2건과 대한항공의 조사방해 건에 대한 심사보고서를 위원회에 제출하고 심의 절차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같은 날 피심인들에게도 심사보고서를 송부했다.

다만 심사보고서는 조사 과정에서 파악한 사실관계와 위법성, 심사관의 조치 의견을 담은 문서로 공정위의 최종 결정은 아니다. 향후 피심인들의 의견 제출과 전원회의 심의를 거쳐 최종 판단이 내려진다.

공정위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 과정에서 국내외 40개 노선에 경쟁 제한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구조적·행태적 시정조치를 부과했다.

2022년 5월9일 처음 시정조치를 내린 뒤 2024년 12월24일 일부 내용을 변경했다. 40개 노선 가운데 34개 노선은 대체 항공사가 진입을 신청하면 대한항공 측이 운수권과 슬롯을 반납하도록 하는 구조적 조치가 적용됐다.

40개 노선 전체에는 행태적 조치도 부과됐다. 대한항공 등은 2019년 대비 물가상승분을 넘어 항공운임을 올릴 수 없고, 연간 공급좌석을 2019년의 90% 미만으로 줄일 수 없다.

기내 좌석 간격과 무료 기내식 제공 여부·횟수, 무료 기내 엔터테인먼트, 무료 수하물 규정, 라운지 이용 등 주요 서비스도 특별한 사유 없이 2019년보다 소비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할 수 없다.

다만 천재지변이나 외부적 요인으로 급격한 수요 변화가 발생하는 등 중대한 사정변경이 있을 경우에는 항공사들이 공정위에 시정명령 변경을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대한항공 측이 먼저 변경을 요구한 것은 청주~제주 노선이다.

대한항공 등 5개 항공사는 외부적 요인에 따른 불가피한 사정변경이 발생했다며 청주→제주와 제주→청주 노선에서 연간 공급좌석을 2019년의 70% 이상만 유지해도 시정명령을 이행한 것으로 인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현재 기준은 90%다. 요구가 받아들여지면 해당 노선에서 2019년 공급좌석 대비 최대 30%까지 줄이더라도 시정조치 위반으로 보지 않게 되는 셈이다.

하지만 공정위 심사관은 변경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시정명령을 바꿀 정도의 ‘사정변경’이 인정되려면 공정위가 최종 변경처분을 확정한 2024년 12월24일 이후 새로운 상황이 발생해야 하는데, 청주~제주 노선에서는 시정명령 이행이 곤란할 정도의 새로운 사정이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다.

이에 따라 심사관은 청주~제주 노선의 공급좌석 유지 기준을 90%에서 70%로 낮춰 달라는 항공사들의 요청을 기각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항공사들은 이후 중동전쟁을 이유로 시정명령 대상 전체 노선에 대해서도 공급좌석 유지 의무를 면제하거나 완화해 달라고 추가로 요청했다.

중동전쟁으로 국제유가와 환율이 급등하면서 항공여객 수요가 전반적으로 위축됐다는 게 항공사 측 주장이다.

공급좌석을 일정 수준 이상 유지하면 국제유가 상승과 원화 약세에 따른 비용 부담이 커지는 데다 수요가 줄어든 노선에서 빈 좌석까지 운항해야 할 수 있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그러나 공정위 심사관의 판단은 달랐다. 실제 발권 내역을 토대로 각 노선의 올해 전체 항공여객 수요를 추정한 결과 중동전쟁과 유가·환율 상승에도 시정명령 대상 노선 전반에서 항공수요가 위축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시정명령을 변경할 정도로 중대하거나 불가피한 사정변경이 발생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중동전쟁을 이유로 한 전체 노선 공급좌석 유지 의무 면제·완화 요청 역시 기각 의견을 제시했다.

이 과정에서 별도의 조사방해 사건도 불거졌다.

공정위 조사공무원들은 지난 2월2일부터 6일까지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를 방문해 시정명령 변경요청과 관련한 현장조사를 실시했다.

공정위 조사 결과 대한항공 직원 3명은 현장조사가 진행되던 지난 2월2일부터 4일까지 조사 대상 사건과 관련된 업무용 전산파일과 이메일을 삭제했다.

심사관은 이 같은 행위가 공정위 조사를 방해한 것으로 판단했다.

공정거래법은 현장조사 과정에서 자료를 은닉·폐기하거나 접근을 거부하고 자료를 위조·변조하는 등의 방법으로 조사를 거부·방해·기피하는 행위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해당 행위가 인정되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1억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심사관은 대한항공 법인과 파일·이메일을 삭제한 소속 직원 3명이 조사방해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고 이들을 각각 검찰에 고발해야 한다는 의견을 위원회에 제출했다. 다만 이 역시 전원회의의 최종 판단이 남아 있는 단계다.

이번 심의의 쟁점은 대한항공-아시아나 기업결합 승인 당시 소비자 보호와 경쟁 제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부과한 공급좌석 유지 의무를 현 시장 상황에 맞춰 완화할 필요가 있는지다.

기존 시정명령은 기업결합 이후 노선 공급이 줄어 경쟁 압력이 약화되거나 항공운임이 상승하는 것을 막기 위해 공급좌석을 2019년의 90% 이상 유지하도록 하고 있다.

항공사들은 외부환경 변화에 따라 일부 의무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지만 심사관은 현재까지 확인된 수요와 시장 상황만으로는 시정명령을 변경할 정도의 사정변경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쪽에 무게를 뒀다.

공정위는 앞으로 대한항공 등 피심인들에게 서면 의견 제출과 증거자료 열람·복사, 의견진술 기회를 제공한 뒤 전원회의에서 세 사건을 심의할 예정이다.

공정위는 “대한항공-아시아나 기업결합 시정조치의 이행 여부를 지속적으로 점검해 항공여객운송 시장에서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승호 더파워 기자 hansh1975@thepowe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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