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2030년 목표 80%와 격차 1.3%p까지 좁혀져
명목 GDP 증가 속도가 부채 앞질러…상환 부담 완화와는 별개
[더파워 이경호 기자] 우리나라 가계부채가 240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되지만 경제 규모와 비교한 부채 비율은 오히려 81%대까지 떨어질 전망이다. 가계 빚 자체가 줄어서가 아니라 명목 국내총생산(GDP)이 훨씬 빠른 속도로 증가하면서 분모가 커진 영향이다.
16일 한국은행과 국제결제은행(BIS) 통계를 토대로 추산하면 올해 2분기 말 명목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약 81.3%다. 실제 수치가 이 수준으로 확인될 경우 2016년 2분기 80.2% 이후 1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 된다.
다만 81.3%는 아직 발표되지 않은 BIS의 2분기 공식 통계가 아니다. BIS가 지난 14일 발표한 올해 1분기 말 한국의 가계·비영리단체 부채 잔액에 한국은행의 2분기 가계신용 증가율을 적용해 산출한 추정치다.
BIS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한국의 가계·비영리단체 부채는 2374조1000억원이다. 여기에 한은이 발표한 2분기 가계신용의 전분기 대비 증가율 1.3%를 적용하면 2분기 말 부채는 약 2404조9000억원으로 계산된다.
지난해 3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최근 4개 분기 명목 GDP 합계는 2958조6000억원이다. 추정 부채 2404조9000억원을 이 금액으로 나누면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약 81.3%가 된다.
비율을 끌어내린 것은 부채 감소가 아닌 명목 GDP 증가다. 최근 4개 분기 명목 GDP 합계는 1분기 말 기준보다 약 6.2% 늘어난 반면 가계부채 추정에 적용한 증가율은 1.3%에 그쳤다.
특히 올해 2분기 명목 GDP는 전년 동기보다 26.4% 증가했다. 1979년 3분기 27.7% 이후 47년 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가계부채 비율은 정점과 비교하면 하락 폭이 더 뚜렷하다. BIS 공식 통계에서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21년 3분기 99.1%까지 올라간 뒤 대체로 하락세를 보였다.
올해 1분기 말에는 85.1%로 지난해 말 88.1%보다 3.0%포인트 떨어졌다. 2018년 1분기 이후 8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2분기 추정치 81.3%가 확인되면 2021년 3분기 고점과 비교해 17.8%포인트 낮아지는 셈이다.
정부가 제시한 중장기 목표에도 빠르게 접근하고 있다. 정부는 2030년까지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80%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세웠는데, 2분기 추정치와의 격차는 약 1.3%포인트에 불과하다.
신현송 한은 총재도 지난달 27일 기자간담회에서 명목 GDP가 크게 늘면서 이를 분모로 사용하는 부채 비율이나 건전성 지표가 개선될 수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다만 숫자가 낮아졌다고 가계의 이자와 원리금 부담까지 줄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번 비율 하락은 가계부채 잔액이 감소해서가 아니라 명목 GDP가 더 빠르게 증가한 데 따른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한은 역시 지난 10일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명목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하락하더라도 주요 선진국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소득 여건 개선으로 주택 매입 수요가 다시 늘어날 가능성 등을 감안하면 가계부채 관리 필요성도 여전하다는 판단이다.
2분기 수치의 윤곽은 향후 공식 통계에서 확인된다. 한국은행의 2분기 자금순환 통계는 10월 7일, BIS의 2분기 부채 통계는 12월 7일 각각 공개될 예정이다.
이경호 더파워 기자 lkh@thepower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