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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다 해서 떠났는데 뺑소니?”...교통사고 후 도주를 가르는 ‘구호 필요성’의 기준

최성민 기자

기사입력 : 2026-10-2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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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엘 법무법인 장영돈 대표변호사
[더파워 최성민 기자] 운전 중 접촉사고가 발생했을 때 피해자가 "괜찮다"고 말하면 현장을 떠나도 괜찮을까? 이러한 상황에서 운전자가 자리를 이탈했다가 피해자가 사후에 경찰에 신고하거나 상해진단서를 제출하면서 '도주치상(뺑소니)' 혐의로 조사를 받게 되는 사례가 의외로 많다. 운전자 입장에서는 구호 조치를 이행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수사기관은 도로교통법상 '사고 후 미조치'나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상 '도주치상' 혐의를 쉽게 벗겨주지 않는다.

사고 후 미조치는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이지만, 피해자가 다친 상황에서 현장을 이탈한 도주치상은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500만 원 이상 3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져 법적 무게와 처벌 수위에서 현저한 차이를 보인다.

교통사고 후 도주 혐의에서 핵심 쟁점은 운전자의 사고 및 상해 인식 여부와 구호조치의 실제 필요성에 있다고 설명한다. 많은 이들이 사고 직후 차에서 내리지 않고 현장을 떠나면 무조건 도주치상이 성립한다고 오해하곤 한다. 그러나 대법원 판례는 운전자가 사고 발생 사실을 인지했는지(고의성), 피해자에게 실제로 구호 조치가 필요한 수준의 상해가 발생했는지를 엄격히 따진다. 사고 충격이 극히 경미하여 운전자가 인지하기 어려웠거나 피해자의 부상 정도가 별도의 치료 없이 자연 회복될 수 있는 수준이라면 특가법상 도주치상의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다.

반대로 사고 현장에서 피해자와 대화를 나누었거나 명함을 건넸다 하더라도 신원 확인 조치가 불충분했거나 피해자의 상태를 정확히 확인하지 않고 현장을 이탈했다면 다툼의 여지가 생긴다. 만약 피해자가 외관상 부상이 전혀 없고 스스로 괜찮다고 하여 현장을 이탈했음에도, 추후 전치 2주 진단서를 발급받아 고소한 경우라면 당시 구호조치의 필요성 자체가 존재했는지를 정밀하게 다투어야 한다.

형사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수사 기록과 블랙박스, 진단서 등을 바탕으로 판단을 내릴 뿐, 당사자의 억울한 사정을 알아서 조사해 주지 않는다. 따라서 피고인 측에서는 사고 당시 충격의 정도를 입증할 사고재구성 감정 결과, 사고 직후 피해자와의 대화 내용이 담긴 음성 및 메신저 기록, 현장 주변 CCTV 확보 등 객관적 입증 자료를 직접 제출하여 사고 인지 가능성과 구호조치의 필요성을 다투어야만 한다.

사고 직후 피해자가 괜찮다고 하더라도 가급적 현장에서 '부상이 없음을 확인하는 짧은 음성 녹음'을 남기거나 인근 파출소에 사고 발생 사실을 자발적으로 신고해 두는 등 조치를 취해 두는 것이 안전하다. 이미 뺑소니 혐의로 피의자 입건이 된 상황이라면, 피해자와 직접 성급하게 연락하여 합의를 시도하기보다 수사관 면담 전 당시 대화 상황을 시각화한 일시·장소별 경위서 등을 준비해 구호 의무를 이행했다는 정황을 인정받는 방향으로 대응해야 한다.

도움말 로엘 법무법인 장영돈 대표변호사

최성민 더파워 기자 Sungmin@thepowe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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