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자동화 피지컬 AI 시장 2025년 9500만달러→2032년 18억8870만달러
연평균 성장률 약 53%…가사·돌봄보다 제조현장에서 상용화 빠를 것으로 전망
기존 제조 AX는 고정설비 중심…비정형 작업·레거시 설비 대응에 한계
아틀라스·피규어03 등 완성차 공장 실증…경량 로봇은 이미 실제 생산라인 투입
[더파워 한승호 기자] 공장 자동화의 다음 단계가 ‘설비에 AI를 넣는 것’에서 ‘AI가 직접 움직이며 일하는 것’으로 옮겨가고 있다. 예지보전과 디지털트윈 등 고정설비 중심이었던 제조 인공지능 전환(AX)이 휴머노이드와 이동형 로봇을 앞세운 피지컬 AI로 확장되면서다.
17일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제조업을 포함한 산업 자동화 분야의 피지컬 AI 세계시장 규모는 2025년 9500만달러에서 2032년 18억8870만달러로 커질 전망이다. 연평균 성장률은 약 53%로, 7년 사이 시장 규모가 약 20배로 확대되는 셈이다.
산업연구원은 피지컬 AI가 가사나 돌봄 등 서비스 분야보다 제조현장에서 먼저 상용화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봤다. 사람과의 복잡한 상호작용이 필요한 일상생활과 달리 제조공정은 작업 환경과 업무 범위가 상대적으로 명확해 학습과 검증이 용이하기 때문이다.
실제 제조현장 투입은 이미 시작됐다. 어질리티의 휴머노이드 로봇 ‘디짓’은 토요타 라브4 조립공장에서 활용되고 있고, 중국 유비테크의 ‘워커 S2’도 BYD 등 생산현장에 들어갔다. 이들 경량 작업용 로봇은 10~20kg 수준의 적재능력을 갖춰 실제 활용 단계에 진입했다.
20~30kg급 범용 로봇은 실증이 한창이다.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아틀라스는 현대자동차 공장, 피규어 AI의 피규어03은 BMW 공장, 앱트로닉의 아폴로는 메르세데스-벤츠 공장에서 제조 작업을 검증하고 있다.
조선·철강처럼 힘과 내환경성이 필요한 고강도 작업용 로봇은 한 단계 뒤에 있다. 미국 페르소나 AI는 HD현대·포스코 등과 협력해 약 200℃의 극한 환경에서도 작동하는 휴머노이드 ‘젠1’을 개발·초기 실증하고 있으며, HD현대도 용접·도장 작업용 피지컬 AI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피지컬 AI가 주목받는 배경에는 기존 제조 AX의 한계가 있다. 그동안 제조 AX는 공장을 디지털화한 뒤 생산관리시스템과 운영기술(OT)에 AI를 접목하거나 디지털트윈, 설비 예지보전 등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발전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고정설비에 AI를 입히는 구조’였다. 정해진 위치에서 반복 작업을 하는 설비에는 효과적이지만 사람이 상황을 보고 판단해야 하는 비정형 작업까지 대신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오래된 생산설비도 걸림돌이다. 뿌리산업 등 중소 제조기업에는 디지털 기술이 적용되지 않은 레거시 설비가 적지 않아 기존 방식으로 AI를 연결하기 어렵다.
피지컬 AI는 접근법이 다르다. 설비 자체를 전부 바꾸는 대신 AI 로봇이 사람처럼 기존 기계를 직접 조작하도록 한다. 인간 행동을 모방 학습한 휴머노이드가 지금의 작업 환경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노후 설비가 많은 공장에서도 자율화 범위를 넓힐 수 있다는 게 산업연구원의 분석이다.
제조용 피지컬 AI는 단순한 ‘로봇 몸체’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산업연구원은 생태계의 핵심을 폼팩터 개발·설계, 제조 특화 AI 행동 학습, 액추에이터, 로봇손, AI 파운데이션 모델, 온디바이스 AI 반도체 등 6개 분야로 구분했다.
특히 기존 생성형 AI와 가장 크게 다른 것은 ‘행동 데이터’다. 챗GPT 같은 생성형 AI는 인터넷에 이미 존재하는 문서와 이미지·영상 등을 학습할 수 있지만 피지컬 AI에는 사람이 물건을 집고 옮기거나 설비를 조작하는 물리적 행동 데이터가 필요하다.
이 데이터는 인터넷에서 긁어올 수 없다. 로봇이 직접 시행착오를 거치거나 사람이 원격으로 로봇을 조작하면서 새로 만들어야 한다. 제조공장 자체가 데이터 생산시설이 되는 이유다.
하드웨어와 AI 모델의 관계도 더 밀접하다. 피지컬 AI는 카메라나 센서를 통해 물리적 환경을 인식한 뒤 실제 행동까지 출력해야 하기 때문에 어떤 몸체와 관절, 손을 갖추느냐에 따라 학습 방식과 데이터가 달라진다.
결국 제조 AX의 경쟁 단위가 공장용 소프트웨어에서 로봇과 AI 모델, 부품, 현장 데이터가 결합된 하나의 생태계로 넓어지고 있다.
고정된 설비가 스스로 판단하는 단계에서 움직이는 AI가 기존 생산라인과 설비 사이를 오가며 비정형 작업까지 수행하는 단계로 넘어가는 셈이다. 산업연구원이 피지컬 AI를 인간 개입을 최소화한 ‘자율 제조’의 핵심 기술로 보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