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 이경호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23일 통화정책방향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2.5%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7월과 8월에 이어 세 번째 동결이다.
이번 결정은 서울을 중심으로 한 부동산 시장 과열과 환율 불안 등 금융시장 불안 요인을 고려한 결과로 풀이된다. 정부가 6·27, 9·7, 10·15 등 잇따른 부동산 대책을 내놨지만 주택가격 상승세가 지속되면서, 한국은행이 금리 인하를 통해 유동성을 확대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2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은 입장에서는 유동성을 더 늘려 부동산 시장에 불을 지피는 역할을 하지 않으려 한다”고 밝히며 동결 가능성을 시사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430원대까지 상승하며 변동성이 확대된 점도 금통위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2원 오른 1,431.8원에 출발했다. 기준금리를 인하할 경우 원화 약세가 가속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했다.
시장 전문가들 역시 이번 동결을 예상했다. 금융투자협회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85%가 기준금리 유지를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규제정책 효과가 아직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금리 인하는 정책 공조에 어긋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한은의 이번 결정으로 한·미 기준금리 차이는 1.75%포인트를 유지하게 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연내 두 차례 추가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양국 간 금리 격차는 점차 좁혀질 전망이다.
올해 남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결정 회의는 11월 한 차례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경기 부양보다 금융안정에 무게를 두는 신중한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이경호 더파워 기자 lkh@thepower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