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이재명 대통령이 국빈 방중 기간 윤봉길 의사가 의거한 상하이 루쉰공원을 방문했다./사진=이 대통령 페이스북 캡처
[더파워 이우영 기자] 한중 관계를 둘러싼 외교 행보에 상징적 메시지가 부각되는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이 중국 국빈방문 마지막 일정으로 윤봉길 의사의 의거 현장인 상하이 루쉰공원(옛 훙커우 공원)을 찾아 한중 항일 연대의 역사를 재소환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김혜경 여사와 함께 루쉰공원을 방문한 사실과 소회를 SNS에 공개하며 “힘의 논리가 아닌 존중의 정치, 대결이 아닌 협력의 외교가 필요하다”고 8일 밝혔다.
이 대통령은 전날(7일) 상하이 일정 중 상하이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 기념관을 찾은 뒤, 이곳에서 약 8㎞ 떨어진 루쉰공원으로 이동해 윤봉길 의사 의거 현장을 둘러본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계획에 없던 ‘깜짝 일정’으로, 이 대통령이 “여기까지 온 김에 윤봉길 의사의 의거 현장도 가보자”고 즉석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수행 인원을 최소화한 채 조용히 의거 현장과 공원 내 ‘매헌 윤봉길 기념관’을 관람한 뒤 공항으로 향해 귀국편에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은 8일 페이스북에 남긴 글에서 루쉰공원을 “홍커우공원이라 불리던 시절, 윤봉길 의사가 조국의 주권과 민족의 존엄을 당당히 세계에 천명했던 자리”라고 소개했다. 윤봉길 의사는 1932년 이곳에서 열린 일본군 전승 기념 행사 도중 일본군 수뇌부를 향해 도시락 폭탄과 수통 폭탄을 던지는 의거를 감행했고, 현장에서 체포돼 일본으로 압송된 뒤 순국했다. 이 대통령은 이를 두고 “약소국의 한 청년이 던진 수통과 점화탄은 침략과 탈취로 대표되는 제국주의 질서에 대한 정면 도전이었으며, 평화의 연대가 가능하다는 굳은 신념의 표현이었다”고 평가했다.
윤봉길 의거 이후 전개된 한중 항일 연대의 의미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그의 의거는 동아시아 근현대사의 흐름을 완전히 뒤바꿨다”며 “중국 정부는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공식적으로 인정했고, 흩어져 있던 독립운동 세력은 다시 결집했다. 상하이는 국경을 넘어 자유와 존엄을 지키기 위한 연대의 중심지로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역사의 상처는 완전히 아물지 않았고, 국제질서의 격변 앞에서 갈등의 불씨도 곳곳에 상존한다”며 “그러나 이럴 때일수록 힘의 논리가 아닌 존중의 정치, 대결이 아닌 협력의 외교가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미지 확대보기이재명 대통령이 국빈 방중 기간 윤봉길 의사가 의거한 상하이 루쉰공원을 방문했다./사진=이 대통령 페이스북 캡처
이 대통령은 루쉰공원 방문 사진과 함께 김혜경 여사와 나란히 기념관을 둘러보는 장면도 공개했다. 그는 “과거의 연대를 기억하며 평화와 번영의 미래를 함께 만들어가겠다는 의지를 다시금 새겨본다”며 “그것이 선열들의 값진 희생과 헌신에 보답하는 길이라 믿는다”고 적었다. 앞서 상하이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 100년 기념식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 한중 비즈니스 포럼 등에서도 “(한중 양국은) 국권 회복을 위해 서로 손을 잡고 함께 싸운 사이”라고 여러 차례 언급하며 역사적 연대를 강조한 연장선으로 읽힌다.
이번 방문은 대중·대일 메시지가 교차하는 외교 행보라는 해석도 나온다. 중국 현지 매체들은 이 대통령의 상하이 일정, 특히 루쉰공원 방문을 두고 “일본에 던지는 정치적 메시지”라고 의미를 부각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윤봉길 의거가 일왕 생일과 상하이 사변 승리를 자축하던 일본 제국 군인들을 겨냥한 행동이었고, 이를 계기로 중국 정부의 임시정부 지원과 한중 항일 연대가 강화됐다는 점에서다. 이 대통령은 방중 기간 “다른 점을 찾자면 끝없이 멀어질 것이고 같은 점을 찾아내면 끝없이 가까워질 것”이라며 역사적 공통분모를 바탕으로 한 한중 협력 확대를 거듭 당부하기도 했다.
전임 문재인 전 대통령이 2017년 방중 마지막 날 충칭의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 유적지를 찾아 “임시정부의 법통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던 전례와도 맞물린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국내에서 이른바 ‘건국절 논란’이 제기되던 당시 임정 수립(1919년)을 국가 정통성의 기준으로 재확인하려 했던 문 전 대통령의 행보처럼, 이번 이 대통령의 루쉰공원 방문 역시 임시정부 법통과 항일 연대를 외교 메시지의 중심에 놓는 상징적 행보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
이 대통령은 글 말미에서 “평화와 공동 번영을 위해 주어진 책임과 역할을 다하겠다”며 “과거의 연대를 기억하며 평화와 번영의 미래를 함께 만들어가겠다는 의지를 다시금 새겨본다”고 재차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