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 이경호 기자] 환경 점수가 높은 기업이 더 올랐다는 결과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시장은 늘 이유를 묻는다. 왜 상위 그룹이 더 강했는지, 어떤 경로를 통해 수익률 차이가 벌어졌는지를 들여다봐야 환경 성과가 투자지표로서 얼마나 설득력이 있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
최근 분석에서는 그 차이가 단순한 우연이나 일시적 테마가 아니라 실적 기대와 밸류에이션, 거래 활력, 종목 선택의 축에서 비교적 일관되게 나타났다.
이미지 확대보기상·하위 그룹 Fwd 12M EPS 증가 비율 비교/출처: 한국ESG연구소, Dataguide, 대신경제연구소 분석
먼저 이익 전망이 달랐다. 향후 12개월 예상 주당순이익, 즉 Fwd 12M EPS 증가 비율을 비교한 결과 전체 10개 포트폴리오 구간 중 상위 그룹이 하위 그룹보다 밀린 기간은 3개뿐이었다. 상위 그룹의 EPS 증가 비율이 50%를 넘은 구간도 8개에 달했다.
2025년 8월부터 12월까지는 상위 그룹 68.1%, 하위 그룹 57.1%였고, 2022년 4월부터 12월까지는 58.8%, 46.9%로 집계됐다. 2021년 1월부터 3월까지도 각각 81.7%, 70.8%였다. 환경 성과가 좋은 기업들이 미래 이익 증가 기대에서도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었다는 얘기다.
시장 평가는 이익 전망보다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 향후 12개월 예상 PER 증가 비율은 10개 구간 중 7개 구간에서 상위 그룹이 하위 그룹을 앞질렀다. 2025년 8월부터 12월까지는 상위 그룹 47.8%, 하위 그룹 29.8%로 격차가 18.0%포인트 벌어졌고, 2025년 1월부터 7월까지도 86.1%, 72.5%로 차이를 보였다.
코스피가 -18.9% 하락했던 2022년 4월부터 12월까지도 상위 그룹이 23.3%, 하위 그룹이 22.1%였다. 시장 전체가 약할 때조차 환경 성과가 좋은 기업군은 상대적으로 재평가를 받았다는 뜻이다.
거래 활력도 상위 그룹 쪽이 강했다. 거래대금 증가 비율은 10개 구간 중 8개 구간에서 상위 그룹이 더 높았다. 2025년 1월부터 7월까지는 상위 그룹 60.6%, 하위 그룹 53.7%, 2024년 1월부터 7월까지는 55.0%, 46.5%, 2021년 1월부터 3월까지는 79.1%, 56.9%였다. 단순히 잘 오른 종목이 아니라 시장의 관심과 매매가 더 몰리는 종목들이 상위 그룹 안에 많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기관과 외국인 수급에서는 결이 조금 달랐다. 기관 순매수는 전 구간에서 상·하위 그룹 간 뚜렷한 우열이 확인되지 않았다. 반면 외국인 순매수는 10개 구간 중 6개 구간에서 상위 그룹이 우세했다. 2023년 8월부터 12월까지는 상위 그룹 60.5%, 하위 그룹 52.5%, 2022년 4월부터 12월까지는 60.8%, 49.6%였다. 국내 기관보다 외국인 투자자 쪽에서 환경 성과를 보다 민감하게 읽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미지 확대보기상·하위 그룹 기관 및 외국인 순매수 비교/출처: 한국ESG연구소, Dataguide, 대신경제연구소 분석
성과를 더 잘게 쪼개보면 차이는 업종과 종목에서 동시에 벌어졌다. 5년 누적 기준 섹터 배분 효과는 상위 그룹이 코스피 대비 2.9% 플러스였지만 하위 그룹은 -5.4%였다. 상위 그룹은 정보기술 2.7%, 헬스케어 0.9%, 금융 0.6% 등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냈고, 하위 그룹은 정보기술 -3.5%, 헬스케어 -7.3%, 커뮤니케이션서비스 -1.7% 등에서 부정적인 영향이 컸다. 업종 배분에서도 이미 차이가 난 셈이다.
하지만 더 큰 차이는 종목 선정에서 벌어졌다. 종목 선정 효과는 상위 그룹이 2.7% 플러스였던 반면, 하위 그룹은 -33.5%로 크게 밀렸다. 상위 그룹에서는 SK하이닉스, 삼성전자, POSCO홀딩스 등 시가총액 상위 대형주가 안정적으로 기여했고, 하위 그룹은 에코프로비엠, 에코프로, 알테오젠 등 일부 종목이 구간별로 플러스 효과를 냈음에도 포트폴리오 전체 성과를 끌어올리지는 못했다. 결국 ‘좋은 업종을 담았느냐’보다 ‘질 좋은 종목을 얼마나 골랐느냐’가 더 컸다는 뜻이다.
이를 보여주는 숫자가 히트레이쇼다. 코스피 수익률을 웃돈 종목 비율은 상위 그룹 44.2%, 하위 그룹 37.2%, 코스피 전체 41.7%였다. 상위 그룹의 성과가 일부 급등주에 의존한 결과가 아니라 포트폴리오 전반에서 넓게 퍼져 있었다는 의미다. 환경 성과가 높은 기업군이 이익 전망, 시장 재평가, 거래 활력, 외국인 수급, 종목 선택 전반에서 상대적으로 더 나은 질적 특성을 드러냈다고 볼 수 있는 이유다.
이쯤 되면 환경 성과는 단지 ‘좋은 이미지’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 5년간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돈이 들어오고, 이익 기대가 붙고, 시장이 더 높은 값을 매긴 기업군이 대체로 환경 점수 상위 그룹과 겹쳤다. 초과성과의 구조가 그렇게 쌓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