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T 등 분자영상으로 표적 확인 후 방사성의약품 치료 연계…신경내분비종양·전립선암서 임상 성과
[더파워 이설아 기자] 핵의학의 역할이 바뀌고 있다. 암을 찾아내고 치료 효과를 확인하는 진단 분야로 여겨졌던 핵의학이 최근에는 치료 대상 환자를 선별하고, 실제 치료까지 연결하는 정밀의료의 한 축으로 확장되고 있다.
그 중심에 있는 개념이 ‘테라노스틱스’다. 테라노스틱스는 치료를 뜻하는 테라피와 진단을 뜻하는 다이어그노스틱스를 결합한 말이다.
기존의 핵의학은 PET과 SPECT 같은 분자영상 검사를 통해 암이나 신경계 질환을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 반응을 평가하는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테라노스틱스에서는 영상검사가 단순 진단에 머물지 않는다.
먼저 PET 등 분자영상 검사를 통해 종양이 특정 분자 표적을 충분히 발현하는지 확인한다. 이후 치료가 적합한 환자를 선별하고, 같은 표적을 인식하는 방사성의약품을 이용해 치료를 시행한다.
즉 영상으로 종양의 특성을 확인한 뒤, 그 결과를 바탕으로 치료 여부와 치료 방향을 정하는 방식이다. 치료 후에는 다시 영상과 임상 평가를 통해 반응과 부작용을 확인한다.
이 같은 접근은 정밀의료의 방향과 맞닿아 있다. 같은 암이라도 환자마다 종양의 생물학적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치료 전 표적 발현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이 중요해지고 있다.
테라노스틱스가 가장 먼저 임상적 성과를 보인 분야는 신경내분비종양이다. 글로벌 3상 NETTER-1 연구에서 Lu-177 DOTATATE 치료가 질병 진행을 유의하게 지연시키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방사성리간드 치료는 신경내분비종양의 주요 치료 옵션으로 자리 잡았다.
이후 적용 범위는 전이성 거세저항성 전립선암으로 확대됐다. 전립선암에서는 PSMA PET을 통해 종양의 PSMA 발현 여부를 확인한 뒤 Lu-177 기반 PSMA 방사성리간드 치료를 시행한다.
글로벌 3상 VISION 연구에서는 이 치료가 기존 표준치료와 비교해 생존지표를 유의하게 개선한 것으로 보고됐다. 진단 영상으로 치료 대상을 확인하고, 같은 표적을 겨냥해 치료하는 전략이 실제 임상 성과로 이어진 사례다.
최근 국제적으로는 방사성리간드 치료를 기존 후기 치료 단계뿐 아니라 더 이른 치료 단계에 적용하기 위한 연구도 활발하다. 전립선암과 신경내분비종양 외에 다양한 암종으로 치료 대상을 넓히려는 임상연구도 이어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현재 허가된 적응증에 따라 방사성리간드 치료가 시행되고 있다. 향후 충분한 임상 근거와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면 적용 범위가 점진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방사성리간드 치료가 넓어질수록 환자 선별의 중요성도 커진다.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환자를 정확히 골라야 하고, 치료 후 반응과 부작용도 객관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핵의학과의 역할은 더 중요해지고 있다. 핵의학과를 중심으로 종양내과, 영상의학과, 외과 등이 함께 참여하는 다학제 진료 체계도 치료 성과를 좌우하는 요소로 꼽힌다.
국내에서도 방사성리간드 치료 관련 임상연구와 치료 인프라 구축이 이어지고 있다. 국내 연구 결과가 축적되면 치료 효과와 안전성에 대한 근거가 강화되고,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도 점차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핵의학과 하승균 교수는 “테라노스틱스의 가장 큰 의미는 진단과 치료를 하나의 과정으로 연결한다는 데 있다”며 “영상으로 종양의 특성을 확인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가장 적합한 치료를 선택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새로운 치료법 자체뿐 아니라 어떤 환자가 가장 큰 치료 효과를 얻을 수 있는지를 정확히 판단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며 “충분한 임상 근거와 다학제 진료 체계가 함께 발전할 때 테라노스틱스의 가치도 더욱 커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설아 더파워 기자 seolnews@thepower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