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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금보성, 한글을 현대미술 언어로...나주에서 ‘개인 비엔날레’ 열다

최성민 기자

기사입력 : 2026-07-27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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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글, 봉인된 자음을 해제하다’ 문자에서 회화로, 한국미술의 새로운 실험
- 세종의 애민정신에서 출발한 한글, 동시대 미술의 시각언어로 세계와 만나다

사진=송림아트센터 제공이미지 확대보기
사진=송림아트센터 제공
[더파워 최성민 기자] 한글을 현대미술의 조형언어로 확장해 온 금보성 작가의 40여 년 작업세계를 집약한 '금보성비엔날레(KIM BO SEONG BIENNALE)'가 전남 나주 송림아트센터에서 오는 9월 30일까지 열린다.

'한글, 봉인된 자음을 해제하다(Hangeul: Unsealing the Consonants)'를 슬로건으로 내건 이번 비엔날레는 '해제'와 '파종'을 핵심 키워드로, 한글의 조형성과 예술적 가능성을 새로운 시각으로 제시하는 프로젝트다.

금보성 작가는 지난 40여 년간 한글을 문자의 기능을 넘어 현대미술의 독창적인 조형언어로 발전시키는 작업을 이어왔다. 이번 비엔날레는 회화를 비롯해 대형 작품, 설치미술, 현장 제작, 레지던시, 학술 프로그램, 교육, 기록 및 아카이브를 하나의 구조로 연결해 그 작업세계를 종합적으로 선보인다.

특히 기존 비엔날레가 도시나 기관을 중심으로 다양한 작가와 동시대 미술 담론을 소개하는 방식이었다면, 이번 행사는 한 명의 예술가가 구축한 예술철학과 창작세계를 연구·전시·기록으로 확장하는 '개인 비엔날레(Personal Biennale)' 모델을 제안한다.

이를 통해 작품 전시에 머무르지 않고 한 예술가의 창작이 하나의 문화 플랫폼이자 미래 세대를 위한 연구 자산으로 축적될 수 있는 가능성을 모색한다.

금보성비엔날레는 2026년 6월 6일부터 9월 30일까지 나주 송림아트센터에서 개최된다. 공식 명칭은 'KIM BO SEONG BIENNALE', 프로젝트 표기는 'KIM BO SEONG PERSONAL BIENNALE'이다.

이번 행사는 서울한강비엔날레와 더윤INC가 공동 주최하고, 금보성아트센터가 주관한다. THE ARTISTS TIMES-예술가신문, 송림아트센터, 나주미술관이 후원한다.

- 40년간 90회 개인전, ‘한글회화’를 구축하다

금보성비엔날레를 이해하는 핵심은 ‘한글’이다.

금보성은 40여 년 동안 한글을 자신의 작업 중심에 두고 자음과 모음의 구조, 색채, 선과 면, 여백과 공간을 연구해 왔다.

한글을 적거나 읽는 문자에 머물게 하지 않고, 자음과 모음을 해체하고 재구성하면서 회화의 독립적인 조형언어로 발전시켜 온 것이다.

그에게 한글은 글자인 동시에 선이며, 면이고, 공간이다.

‘ㄱ’은 하나의 자음이면서 꺾인 두 선의 긴장이고, ‘ㅁ’은 사각의 구조이면서 내부와 외부를 나누는 공간이며, ‘ㅇ’은 시작과 끝이 연결되는 원형의 조형이다.

자음과 모음은 색면과 만나고, 반복과 중첩, 여백과 결합하면서 읽는 문자에서 보는 회화로 이동한다.

이번 비엔날레가 내건 슬로건 ‘한글, 봉인된 자음을 해제하다(Hangeul: Unsealing the Consonants)’ 역시 이러한 작업세계를 압축한다.

‘해제’는 한글을 파괴하거나 문자성을 부정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우리가 너무 익숙하게 읽어왔던 문자에서 잠시 소리와 의미를 걷어내고, 그 안에 숨어 있던 선과 면, 공간과 조형의 가능성을 다시 발견한다는 의미에 가깝다.

사진=송림아트센터 제공이미지 확대보기
사진=송림아트센터 제공

- 문자를 읽기 전에 바라보는 것이다.

금보성의 한글회화가 지향해 온 지점도 여기에 있다. 한글을 ‘읽는 언어’에서 ‘보는 언어’로 확장하고, 궁극적으로는 국경과 언어의 차이를 넘어 감각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현대미술의 시각언어로 제시하는 것이다.

40여 년 동안 한글이라는 하나의 주제를 붙들고 회화적 체계를 구축해 왔다는 점에서 금보성의 작업은 한국 현대미술 안에서도 주목할 만한 지속성을 갖는다. ‘한글회화의 거장’, 나아가 ‘한글회화의 제왕’이라는 수식이 가능하려면 결국 작품과 연구, 비평의 축적이 뒷받침돼야 하지만, 적어도 한글을 평생의 조형언어로 삼아 독자적인 회화세계를 구축해 왔다는 점은 이번 비엔날레를 이해하는 중요한 출발점이다.

- 세종이 만든 한글, 금보성의 회화에서 다시 세계를 향하다

금보성의 한글 작업에는 조형적 실험과 함께 한글의 정신을 세계에 알리고자 하는 문화적 지향이 자리한다.

한글의 창제에는 백성이 자신의 뜻을 제대로 표현하고 서로 소통할 수 있기를 바랐던 세종의 애민정신이 담겨 있다.

문자를 알지 못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기 어려웠던 백성을 위해 새로운 문자를 만들고자 했던 세종의 마음이 ‘소통을 위한 문자’의 출발이었다면, 금보성은 오늘날 그 한글을 현대미술이라는 또 다른 언어를 통해 세계와 소통하게 하려 한다.

시대와 역할은 다르지만, 한글을 특정 계층이나 한 나라 안에 가두지 않고 더 많은 사람과 나누고자 한다는 지향에서 두 정신은 맞닿는다.

세종이 한글을 통해 백성과 소통하고자 했다면, 금보성은 회화를 통해 한글과 세계가 만나게 하려는 것이다.

한글을 한국인만 읽을 수 있는 문자에서 세계인이 바라보고 느낄 수 있는 시각언어로 확장하려는 시도에는 한글에 대한 애정뿐 아니라 우리 문화의 가치를 세계와 공유하려는 문화적 실천이 담겨 있다.

그런 의미에서 금보성비엔날레는 작가 개인의 작품 발표를 넘어 ‘한글이 현대미술의 국제적 언어가 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자리이기도 하다.

최성민 더파워 기자 Sungmin@thepowe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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