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전기장치 2030년까지 교체·AI 기반 상태진단 도입…고장 차량 영업운행 원칙 금지
[더파워 이우영 기자] 열차 고장으로 인한 운행장애가 올해 들어 다시 늘자 정부가 철도차량 정비체계를 전면 보강한다. 노후 부품을 미리 교체하고, 운행 중 이상 징후를 실시간으로 감시하며, 고장 원인 분석과 정비기준 개선까지 한꺼번에 묶는 방식이다.
국토교통부는 27일 한국철도공사, 한국교통안전공단 등 관계기관과 함께 ‘철도차량 정비 전주기 강화대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번 대책은 열차 고장으로 인한 철도사고와 운행장애를 선제적으로 줄이기 위해 마련됐다. 국토부는 예방정비, 현장대응, 원인분석, 정비기준 개선 등 정비 전 과정을 강화하고 정비 인프라와 조직·인력 체계도 함께 손보기로 했다.
최근 열차 고장은 장기적으로 줄어드는 흐름을 보였지만 올해 들어 증가세가 나타났다. 열차 고장 운행장애는 2017년 141건, 2019년 185건에서 2021년 76건, 2023년 68건으로 줄었다. 2025년에는 74건이었다.
그러나 올해는 6월 기준 40건으로 전년 동기 31건보다 9건 늘었다. 고장으로 인한 탈선, 화재 등 철도사고와 운행장애가 늘면서 승객 불편과 안전 우려가 커졌다는 게 국토부 설명이다.
노후 차량 증가도 부담 요인이다. 20년 이상 운행한 철도차량 비율은 고속차량 53%, 일반차량 62%로 제시됐다. 차량 성능 저하와 고장 위험이 커지는 구조다.
여기에 해외보다 높은 열차 운행률, 폭염과 한파 등 기후변화에 따른 운행 부담도 겹치고 있다.
정부는 먼저 사전 예방 중심의 정비체계를 강화한다.
고장 우려가 높은 노후 장치는 선제적으로 전면 교체한다. 고속열차 노후 전기장치 30개 품목은 2030년까지 총 2000억원을 투입해 교체한다.
연간 2회 이상 같은 고장이 발생한 장치는 고장빈발부품으로 특별 관리한다. 고장 시 탈선을 유발할 수 있는 주행장치는 품질과 성능을 개선하고, 정비 실적은 교통안전공단의 철도차량이력관리시스템에 등록해 관리한다.
정비 현장의 누락도 줄인다. 정비 매뉴얼이 빠지지 않도록 현장작업표 작성·기록 방식을 개선하고, 현장 종사자를 대상으로 정비 매뉴얼 경진대회를 연다.
제3자가 정비 현장을 지원하는 체계도 만든다. 국토부는 정비지도사를 도입하고 현장 밀착점검을 강화한다. 취약시간대 정비 품질을 높이기 위해 야간 집중정비 태스크포스도 운영한다.
외주 수리와 정비에 대한 검증도 강화된다. 업체 선정 때 현장실사를 하고, 부품 입고 때 현품시험을 실시하는 방식으로 정비 품질을 확보한다.
정비 방식은 상태기반정비로 전환한다.
상태기반정비는 부품 상태를 실시간으로 진단해 최적 시점에 맞춤형 정비를 하는 방식이다. 고장이 난 뒤 고치는 방식이 아니라, 고장 가능성을 미리 찾아 부품 교체와 정비 시점을 조정하는 체계다.
KTX-이음과 청룡 등 신규 차량부터는 주요 장치에 센서를 설치한다. 대상은 동력장치, 주행장치, 전력장치, 신호장치, 출입문, 냉·난방기 등 16개 장치다.
수집된 차량 상태 데이터는 AI 기반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이를 통해 사전 고장 예측과 부품 교체 시기 최적화를 추진한다.
진단 기능도 단계적으로 고도화한다. 현재는 실시간 고장진단 수준이지만, 2028년에는 고장 전 이상징후 진단, 2030년에는 잔여수명 예측 단계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운영기관, 제작사, 대학 등이 참여하는 CBM 센터도 운영한다.
운행 중 고장 감시와 현장 대응도 강화한다.
국토부는 운전실 운행 정보 전송시스템을 고도화하고, 주행장치 발열검지 시스템을 대전, 동대구, 익산 등 주요 역사로 확대 구축한다.
고속선 칠곡~영천 구간 60km에는 차축온도감지장치가 추가 설치된다. 이 장치는 열차 차축 온도를 실시간으로 측정해 과열 여부를 감시하는 설비다.
고장 발생 시 대응 속도도 높인다. 비상상황 때 전국 어디서나 고속선 기준 30분 이내 대체열차를 투입할 수 있도록 주요 거점역에 예비열차를 상시 배치한다.
예비열차 배치 거점은 서울역, 광주송정역, 부산역, 수서역, 오송역, 경주역 등 6개 역이다.
현장 대응인력 교육도 강화된다. 기관사, 승무원, 차량기술인력 등 초기 대응인력을 대상으로 표준교육자료를 만들고 이론교육과 현장실습을 정기적으로 실시한다.
중대사고에 대비한 위기대응 표준매뉴얼도 다시 정비한다. 상황별·장소별 우회선로 확보, 인력·장비 투입, 열차운행 조정 등 세부계획을 마련하는 내용이다.
고장 차량 운행 제한도 엄격해진다.
탈선을 유발할 수 있는 동력, 주행, 제동 등 14개 주요 장치에서 고장이나 이상징후가 발생하면 원칙적으로 영업운행을 금지한다.
이를 어기고 무단 운행할 경우에는 철도안전법에 따라 형사조치 등 무관용 원칙을 적용한다. 정비되지 않은 차량임을 알면서 운행한 경우에는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이 가능하다.
고장 원인 분석 체계도 바뀐다.
주요 고장이 발생하면 국토부, 한국철도기술연구원, 교통안전공단, 제작사 등이 참여하는 원인조사 태스크포스를 운영한다.
이 태스크포스는 현장조사와 시험, 기술분석, 정비실태 점검 등을 통해 고장 원인과 책임 소재를 규명한다.
조사 결과는 정비 매뉴얼, 차량 기술기준, 형식승인 제도 개선에 반영된다. 개선사항 이행 여부는 교통안전공단의 정기·수시검사를 통해 점검한다.
정비도 AI 기반으로 바뀐다. 정부는 인적 경험에 의존하던 정비 방식에서 벗어나 차량 기술자료, 고장·사고 사례, 정비이력 등을 종합 분석하는 AI 차량유지보수 플랫폼을 개발·보급하기로 했다.
운영기관별로 흩어져 있는 차량 관리 시스템도 차량정비 통합 데이터베이스로 연계한다. 이를 통해 원인분석과 예방정비 체계를 고도화한다는 계획이다.
고장 사례는 현장에 공유된다. 차종별 전담 전문가가 참여해 차량고장 사례집을 만들고,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운영기관 사이에 공유한다.
주요 고장사례는 웨비나 등 비대면 교육과 사례 중심 대면교육으로 현장 정비역량 강화에 활용된다.
정비 인프라와 조직·인력 체계도 손본다.
빗물 누수, 설비 노후 등으로 정비환경이 취약한 차량기지는 국토부, 코레일, 국가철도공단 합동 태스크포스를 통해 개선한다.
정비 자동화와 첨단화를 위한 국가 연구개발도 확대된다. 철도차량 차륜 자동검사시스템 기술개발에는 2026년부터 2029년까지 113억원이 투입된다. 철도차량기지 입체화와 운영체계 자동화 기술개발도 기획연구가 추진된다.
위험도가 높거나 작업자가 기피하는 공정에는 정비로봇을 도입한다.
차량기지 간 정비역량 격차도 줄인다. 수도권, 부산권, 호남권 등 전국 차량기지 간 정비 수준 차이를 줄여 전체 차량정비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정비인력 전문성 강화를 위해 차종별·공정별 기술등급을 부여하는 사내자격제도도 도입한다.
최근 전환된 4조 2교대 운영체계에 맞춰 표준 인수인계 절차도 마련된다. 교대근무 과정에서 정비 정보가 누락되는 것을 줄이기 위한 조치다.
정비조직 관리도 강화된다. 차량기지가 정비조직인증 기준에 따른 인력, 시설, 검사체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도록 정기심사 제도를 신설한다.
차량기지 내 안전사고를 줄이기 위해 작업장 안전점검, 위험요인 발굴·개선, 정비인력 교육·훈련 등 현장 안전활동도 강화한다.
국토부는 이번 대책을 철도안전종합시행계획에 반영하고, 관계기관 협의체를 운영해 추진 과제 이행 상황을 점검할 계획이다.
자료에 첨부된 주요내용 표에서도 이번 대책의 목표는 예방 정비체계 구축과 정비기반 선진화를 통한 차량안전 강화로 제시됐다. 세부 추진 과제는 예방정비, 현장대응, 원인분석, 정비 인프라 및 조직 운영 선진화 등 4개 축으로 정리됐다.
김태병 국토부 철도국장은 “노후화, 기후변화, AI 기술 등 열차 운행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정비체계를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예방 중심의 정비체계를 정착시키고 현장 대응역량과 정비기반을 혁신하여 더욱 안전하고 신뢰받는 철도 환경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우영 더파워 기자 leewy1986@thepower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