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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개발 특구’ 되면 안 된다…평화경제특구, 남북경협 전에도 움직여야

이경호 기자

기사입력 : 2026-08-27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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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형보다 2개 이상 시·군 공동개발 제안…산단·관광·문화 기능 결합
남북관계 재개 전 글로벌 개발협력 활용…재개 이후 남북 직접협력 거점으로 확대

DMZ 평화의 길/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DMZ 평화의 길/연합뉴스
[더파워 이경호 기자] 평화경제특구의 첫 지정이 가까워지면서 무엇을 개발할 것인가만큼 ‘무엇을 위한 특구인가’가 중요해지고 있다. 기업 유치와 국비 확보를 위한 지역개발 사업으로만 운영될 경우 남북 경제협력의 거점이라는 제도 본래 목적이 약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26일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평화경제특구는 남북 경제협력과 남북경제공동체 실현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제도다. 접경지역 개발은 특구 조성 과정에서 수반되지만 지역경제 활성화 자체가 최종 목적은 아니라는 것이다.

정부가 제시한 평화경제특구는 크게 산단형과 관광·문화형, 두 기능을 결합한 복합형으로 나뉜다. 지정 방식도 하나의 시·군에 만드는 단독형뿐 아니라 2개 이상의 시·군이 함께 만드는 공동형이 가능하다. 서로 붙어 있지 않은 지역도 공동 조성이 허용된다.

산업연구원은 특구 수를 늘리는 방식보다 인접하거나 기능적으로 연결할 수 있는 지역을 묶는 공동형 개발에 무게를 뒀다. 개별 시·군에 특구를 하나씩 조성하는 방식은 지역 간 연계효과가 제한돼 접경지역 전체를 경제협력 지대로 전환한다는 중장기 구상을 구현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산업단지와 관광·문화 기능을 결합한 복합형 개발도 제안했다. 평화경제특구를 제조업이나 남북 산업협력만을 위한 공간으로 좁게 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기본계획에서 설정한 특구 기능에는 제조업뿐 아니라 관광과 문화, 역사, 인적교류, 국제교류까지 포함돼 있다. 장기적으로 경제협력 중점지대와 평화관광지대, 남북 공동생활권을 함께 조성하는 것이 평화경제특구의 구상이다.

특히 남북관계가 개선될 때까지 특구 개발을 사실상 멈춰놓는 방식과는 거리를 뒀다. 산업연구원은 남북경협 재개 이전부터 특구에서 추진할 수 있는 별도의 협력 기능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대표적인 방식이 글로벌사우스를 대상으로 한 개발협력과 국제협력이다. 지속가능발전과 포용적 성장, 기후대응을 비롯해 녹색전환(GX), 디지털전환(DX), 인공지능전환(AX) 등을 특구의 사업에 적용해 국제 협력의 공간으로 활용하는 구상이다.

이를 산업연구원은 ‘평화경제협력’으로 제시했다. 남북 경제협력과 글로벌 협력을 하나의 틀로 묶어 평화경제특구의 핵심 활동으로 규정하자는 것이다.

남북관계의 변화에 따라 특구 역할도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관계 회복 이전에는 남북 협력의 기반을 준비하면서 글로벌 협력사업을 추진하고, 경협이 재개되면 평화경제특구를 남북 직접협력의 거점으로 가동하는 방식이다.

이후 협력이 확대되면 특구를 개별 거점에 머물게 하지 않고 평화경제벨트와 북한의 산업기반까지 연결한다. 최종적으로는 남북경제공동체 형성을 뒷받침하는 공간으로 확장한다는 구상이다.

산업 기능도 향후 남북 간 연결을 염두에 두고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남북 공급망 연계와 소규모 공동 산업생태계뿐 아니라 주거와 교육, 서비스산업까지 포함하는 공동생활권을 고려해 초기 단계부터 특구의 기능을 구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역개발 논리가 특구의 본래 목적을 밀어내는 것도 경계 대상으로 꼽혔다. 산업연구원은 기업을 유치하고 국비 개발재원을 확보하기 위한 일반 특구와 평화경제특구를 명확히 구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구 지정의 명분으로 남북경협이라는 이름만 사용하고 실제 사업은 기존 지역개발과 다르지 않은 방식도 바람직하지 않은 방향으로 제시했다. 접경지역 개선이 반드시 뒤따라야 하지만 그것이 평화경제특구의 주된 목적이 돼서는 안 된다는 설명이다.

중앙정부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개발계획을 수립하는 초기 단계부터 통일부 등 중앙정부가 개발 방향에 대한 협의와 컨설팅에 참여해 특구가 단순 지역개발 사업으로 변질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평화경제특구가 겨냥하는 범위는 접경지역에만 머물지 않는다. 남북 차원에서는 향후 경제협력 재개 시 즉시 활용할 거점을 만들고, 한반도 차원에서는 분단으로 개발이 제한됐던 접경지역을 평화경제 선도지역으로 전환하는 역할을 갖는다.

국제적으로는 지속가능발전과 포용적 성장, 기후대응 등 보편적 가치를 특구 사업에 접목해 접경지역을 국제협력 공간으로 활용하는 방향이 제시됐다. 분단의 상징이었던 지역에 국제사회가 참여할 수 있는 협력 기능을 넣겠다는 구상이다.

결국 평화경제특구의 과제는 산업단지를 하나 더 만드는 데 있지 않다. 여러 접경지역의 기능을 묶고 산업과 관광·문화·국제협력을 결합하면서 남북경협이 재개되기 전부터 작동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남북관계가 재개된 뒤에야 역할을 찾는 공간이 아니라 그 이전부터 협력 기반을 축적하고, 관계가 풀리면 남북 직접협력으로 전환할 수 있어야 평화경제특구라는 별도 제도를 만든 의미도 살아날 수 있다는 게 산업연구원의 제안이다.

이경호 더파워 기자 lkh@thepowe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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