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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한국 기업 자본 3분의 1이 무형자산…배분 비효율은 20년간 악화

이경호 기자

기사입력 : 2026-08-27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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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무형자본 비중 1999년 23.1%서 2023년 36.6%로 확대
자원배분 비효율성 심화로 2003~2023년 성장률 연평균 0.7%p 낮아진 것으로 추정
전체 배분 비효율성 가운데 무형산업 기여 비중 42%서 70%로 상승

위 사진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것으로 AI(인공지능)를 활용해 생성된 가상의 이미지입니다.이미지 확대보기
위 사진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것으로 AI(인공지능)를 활용해 생성된 가상의 이미지입니다.
[더파워 이경호 기자] 한국 기업의 성장 기반이 공장과 설비에서 지식과 기술, 조직역량으로 빠르게 이동했지만 자금과 생산요소의 배분 방식은 이런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형자산 집약 산업의 경제적 비중이 커지는 동안 생산성이 높은 기업에 필요한 자원이 충분히 공급되지 않으면서 경제 전체의 생산성 손실도 확대됐다는 분석이다.

최근 자본시장연구원이 발간한 ‘무형자산의 부상과 생산요소의 배분 효율성’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기업 부문의 총자본스톡에서 무형자본이 차지하는 비중은 1999년 23.1%에서 2023년 36.6%로 상승했다.

분석에는 국내 외감기업 재무자료를 활용했으며 표본은 1999~2023년 40만1010개 기업-연도 관측치로 구성됐다.

무형자산은 연구개발을 통해 쌓이는 지식과 기술뿐 아니라 브랜드, 노하우, 조직역량 등을 포함한다.

기존 재무제표만으로는 기업이 내부적으로 축적한 무형자산을 충분히 포착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 연구에서는 연구개발비와 판매관리비 일부를 이용해 지식자본과 조직자본을 별도로 추정했다.

기업 투자의 무게중심도 바뀌었다. 2023년 무형자본 투자는 1999년의 약 4.7배로 늘어난 반면 유형자본 투자는 같은 기간 2.9배 증가하는 데 그쳤다. 특히 2008년 이후 유형자본 투자 증가세가 둔화된 것과 달리 무형자본 투자는 꾸준한 상승 흐름을 이어갔다.

무형자본 안에서도 변화가 컸다. 전체 무형자본 가운데 연구개발 등을 통해 축적되는 지식자본 비중은 1999년 14.3%에서 2023년 41.3%로 높아졌다. 반대로 조직자본 비중은 85.7%에서 58.7%로 낮아졌다. 국내 기업의 무형자산 축적이 조직역량 중심에서 지식·기술 중심으로 이동한 것이다.

산업별 속도 차이는 더욱 뚜렷했다. 정보서비스와 출판, 통신, 컴퓨터, 의약, 정밀기기, 전문·과학기술 등 무형자산 의존도가 높은 산업의 무형자본 집약도는 1999년 35.8%에서 2023년 50.6%까지 높아졌다.

같은 기간 비무형산업의 무형자본 집약도도 12.2%에서 24.1%로 상승했지만 증가 폭은 무형산업보다 작았다. 최근에는 무형산업이 기업 부문 전체 부가가치에서 차지하는 비중까지 빠르게 높아지면서 한국 산업구조 자체가 지식과 기술 중심으로 이동하는 흐름이 확인됐다.

문제는 산업구조가 무형화되는 동안 생산요소 배분 효율성이 악화됐다는 점이다.

연구에서는 기업별 자본과 노동의 한계생산성 차이를 이용해 생산요소가 얼마나 효율적으로 배분됐는지를 추정했다. 생산성이 높은 기업이 더 많은 자본과 노동을 확보하고 생산성이 낮은 기업의 자원이 줄어드는 것이 효율적인 배분에 가깝다는 전제다.

분석 결과 기업 부문의 ‘재배분 이득’은 2003년 57.6%에서 2023년 81.0%까지 상승했다. 재배분 이득은 각 산업 안에서 생산요소의 비효율적인 배분을 모두 제거했다고 가정했을 때 추가로 얻을 수 있는 잠재적인 총요소생산성(TFP)과 부가가치 증가분을 의미한다. 숫자가 커질수록 현재 자원배분의 비효율성이 크다는 의미다.

다만 81.0%를 실제 경제에서 그대로 달성할 수 있는 성장 여력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연구 역시 생산함수 가정과 측정오차, 기업별 마크업 차이, 생산요소 조정비용 등을 고려하면 재배분 이득 추정치가 실제 달성 가능한 효율성 개선 효과의 상한에 가까울 수 있다고 명시했다.

보다 중요한 수치는 장기간의 변화다. 비효율적인 자원배분으로 발생한 잠재적 산출 손실은 2003년보다 2023년에 14.8% 확대된 것으로 추정됐다.

이를 연평균 성장률로 환산하면 2003~2023년 자원배분 효율성 저하가 한국 경제의 총요소생산성과 경제성장률을 연평균 약 0.7%포인트 낮춘 것으로 추정됐다. 같은 기간 실제 경제의 연평균 성장률이 약 3.4%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규모다.

비효율성 확대는 무형자산 집약 산업에서 집중됐다. 무형산업의 재배분 이득은 2003년 62.1%에서 2023년 89.1%로 상승했다. 비무형산업은 같은 기간 54.1%에서 63.1%로 높아져 증가 폭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기업 부문 전체의 생산성 손실에서 차지하는 영향도 달라졌다. 무형산업 내부의 자원배분만 효율화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집계 TFP 상승률은 2003년 24.2%에서 2023년 56.6%로 확대됐다.

반면 비무형산업을 재배분했을 때의 집계 TFP 상승률은 같은 기간 26.9%에서 15.6%로 낮아졌다. 이에 따라 전체 재배분 이득 가운데 무형산업의 비효율성에서 비롯된 비중은 2003년 약 42%에서 2023년 약 70%로 높아졌다.

한국 경제에서 무형자산 집약 산업의 비중이 커졌을 뿐 아니라 해당 산업 내부의 자원배분 비효율성까지 함께 확대된 결과다.

연구 결과는 무형자산 확대 자체가 생산성 악화의 원인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지식과 기술을 중심으로 산업구조가 빠르게 변하는 과정에서 생산성이 높은 기업에 자본과 노동을 공급하는 금융·시장 시스템이 같은 속도로 변화하지 못했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한국 경제의 생산성 문제도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공장과 설비를 얼마나 더 늘리느냐뿐 아니라 지식과 기술을 가진 기업에 자원을 얼마나 정확하게 보내느냐가 성장잠재력을 좌우하는 변수가 되고 있다는 것이 이번 분석의 핵심이다.

이경호 더파워 기자 lkh@thepowe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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