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첫날 전국 18개 시도경찰청장 소집…"조직 체면보다 진실"
실종사건 접수부터 종결까지 전면 재점검…'경찰개혁추진단' 설치
이미지 확대보기김종철 신임 경찰청장 직무대행이 3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어울림마당에서 열린 전국 경찰 지휘부 회의에서 경찰 헌장을 낭독하고 있다./연합뉴스
[더파워 이우영 기자] 김종철 신임 경찰청장 직무대행이 취임 첫날부터 최근 잇따른 부실 대응을 일선 경찰관 개인의 문제로 돌리지 않고 지휘·감독 체계와 조직 전체의 책임까지 들여다보겠다고 선언했다.
실종사건 처리 전 과정을 다시 점검하고 경찰청에는 별도의 '경찰개혁추진단'을 설치해 제도뿐 아니라 현장 업무 방식과 조직문화까지 원점에서 살펴보기로 했다.
김 대행은 3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전국 경찰지휘부 회의를 열고 "어떻게 현장에서 그런 일이 가능했는지, 왜 관리·감독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는지 하나하나 원인을 철저히 확인하고 바로잡겠다"고 밝혔다.
취임 첫 지휘부 회의에서 정책 구상보다 먼저 꺼낸 것은 반성과 사죄였다. 최근 광주 장윤기 사건 부실 수사와 제주 실종사건 허위 종결 등 경찰 대응을 둘러싼 논란이 잇따르면서 국민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회의 슬로건도 '경찰이 부족했습니다. 뼈저린 반성과 철저한 쇄신으로 경찰을 기본부터 다시 세우겠습니다'로 정했다. 김 대행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할 경찰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고, 소중한 가족의 생사를 애타게 기다리던 분들의 절박한 호소에도 제대로 응답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국민이 경찰에 던지는 질문을 "과연 경찰을 믿어도 되는가"라고 규정한 김 대행은 이를 피하거나 변명하지 않겠다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조직에 불리한 사실이라도 숨기지 않고 잘못이 확인되면 행위자뿐 아니라 지휘·감독 책임이 어디에 있는지도 공개하겠다는 것이다.
김 대행은 "경찰에 유리한 사실만을 설명하지 않겠다"며 "잘못이 확인되면 누구의 잘못인지, 지휘·감독 책임은 어디에 있는지 국민 앞에 투명하게 밝히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경찰의 성과보다 국민의 안전을, 조직의 체면보다 진실을, 경찰관의 편의보다 국민의 권리를 우선하겠다"고 말했다.
실종사건 대응 체계도 전면 재점검한다. 신고 접수와 초기 대응부터 수색·수사, 보고·지휘, 사건 종결까지 전 과정을 다시 살피고 현재 진행 중인 전국 실종사건 점검에서 부적절한 업무 처리가 확인될 경우 직위와 직급을 가리지 않고 책임을 묻기로 했다.
경찰청에는 '경찰개혁추진단'을 설치한다. 추진단은 조직과 제도 개선에 한정하지 않고 실제 현장에서 사건이 처리되는 방식과 보고·지휘 체계, 조직문화까지 원점에서 점검할 예정이다. 사건 축소·은폐나 이른바 '제 식구 감싸기'식 문화도 쇄신 대상으로 삼는다.
다음 달 시행되는 개정 형사소송법에 대비한 수사 인력 확충과 전문성 강화 방안도 이날 회의 테이블에 올랐다.
김 대행은 전국 경찰지휘부를 대표해 경찰헌장도 직접 낭독했다. 1991년 경찰청 개청과 함께 제정된 경찰헌장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 공정한 법 집행, 인권 존중 등 경찰의 기본적인 책무를 담고 있다.
그는 "경찰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본연의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경찰의 기본과 원칙부터 바로 세우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회의에는 홍석기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을 비롯해 신임 시도경찰청장 14명 등 전국 18개 시도경찰청장이 모두 참석했다. 인사로 교체된 신임 경찰 지휘부가 각 지역에 부임하기 전 한자리에 모여 회의를 연 것은 처음이라고 경찰청은 설명했다.
김 대행은 "무신불립(無信不立·믿음이 없으면 설 수 없다). 국민의 신뢰를 잃으면 경찰은 존재 이유가 없다"며 "'말잔치'에 그치지 않고 반드시 변화와 실천으로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