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유통가의 킥 ③BGF리테일] 이건준 대표, 코로나 악재 속에서 '글로벌·차별화'로 돌파구

적극적인 해외 시장 개척으로 1년 만에 업계 1위 재탈환... 아세안 10국 눈독
국내는 수익성 개선에 집중... 점주·고객 서비스 강화 및 차별화로 작년 3분기 최대 매출 달성

이지웅 기자 | 2021-03-18 17:18
[더파워=이지웅 기자] '셰프의 킥(kick)'이라는 표현이 있다. 요리를 한순간에 특별하게 하는 셰프의 결정적 한 수, 즉 '묘수'를 의미한다. 최근 소비 환경이 달라지면서 유통업계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유통기업들은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저마다 킥을 선보이고 있다. 더파워뉴스는 치열한 생존전략에 몰두하고 있는 기업의 킥을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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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준 BGF리테일 대표이사 사장 [사진제공=BGF]


통상 편의점 업계 순위는 점포 수를 기준으로 한다. 외형 확장 경쟁이 치열한 이유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외형 확장을 뒤로 미루고 내실 다지기에 돌입한 모양새다. 신규 출점이 어려워졌고 코로나19라는 악재까지 덮치면서 업계는 점포당 실적을 올리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상품 개발, 신사업 구축, 배달 서비스 등 차별화된 전략을 내세워 소비자들을 유혹하는 것이 최근 편의점 업계의 트렌드다. 이제는 편의점이 '언제든지 간편하게 물건을 구매할 수 있는 곳'을 뛰어 넘어 카페, 배달, 택배 등 우리 일상 전반에 편의를 주는 '생활플랫폼'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부동의 1위였던 CU가 17년 만에 점포 수에서 GS25에 밀려 2위로 내려앉았던 2019년 11월 BGF그룹은 급변하는 경영 환경 속에서 차별화된 사업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세대교체에 나섰다. 특히 2세 경영을 본격화하며 홍정국 BGF리테일 대표를 지주사인 BGF 대표로 옮기고, 기존 이건준 BGF 대표를 BGF리테일 대표로 선임했다. 오너 2세와 지주사 대표 간 자리를 맞바꾼 것이다.

이 대표는 1993년 BGF리테일(당시 보광훼미리마트)에 입사한 후 영업기획팀장, 전략기획실장, 경영지원부문장 등을 지냈다. 편의점 사업에 대한 전문성과 조직 운영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와 더불어 기획·전략 부문을 줄곧 이끌어온 만큼 그룹 내 전략통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취임 이후 매장의 업계 1위 재탈환과 질적 성장이라는 중책을 맡았다. 결과를 먼저 말하자면 그는 1년 만에 CU를 업계 선두 자리에 다시 올려놨다. 국내 편의점 시장이 포화 수준인 상황 속에서 그는 해외에서 답을 찾았다.

적극적인 해외 시장 개척... 업계 1위 재탈환

이 대표는 글로벌 점포 확장을 통해 추가 성장동력을 마련하고자 했다.

지난 2018년 업계 최초로 진출해 시장 1위를 기록 중인 몽골이 대표적이다. BGF리테일은 몽골 현지 기업인 센트럴 익스프레스와 '마스터 프랜차이즈' 계약을 맺고 진출했다. 마스터 프랜차이즈 계약은 CU가 편의점 브랜드와 시스템, 경영 노하우를 전수하고 현지 파트너사가 투자와 점포 운영을 맡는 방식이다. 파트너사로부터 로열티를 받는 형태여서 리스크를 덜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렇게 2018년 8월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에 1호점인 CU샹그리아점이 문을 열었고, 약 2년 만에 몽골 내 CU 점포는 104개로 늘어났다. 또 2년 뒤에는 점포를 300개까지 늘릴 방침이다.

몽골 시장에서 성공을 거둔 BGF리테일은 다른 해외 국가 진출도 물색했다. 해외 진출에 자신감이 생긴 BGF리테일은 사업 검토부터 계약, 실무 준비 등 일련의 과정을 체계적으로 준비했다. 하지만 변수가 생겼다. 예상치 못한 코로나19가 발생한 것이다. 다음 타깃은 지난해 상반기에 1호점을 오픈할 예정이었던 베트남이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지난해 6월 결국 고배를 마셨다. 당시 BGF리테일 측은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면 다시 추진할 계획"이라며 해외 시장 확장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지난해 상반기 주춤하던 BGF리테일은 하반기에 말레이시아 진출을 확정하며 글로벌 외연 확장을 이어갔다. BGF리테일은 지난해 10월 말레이시아 기업인 마이뉴스 홀딩스의 자회사 MYCU리테일과 브랜드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말레이시아 1호점은 올해 상반기 중 오픈할 예정이다. 올해 말레이시아에 신규 점포 50개를 시작으로 향후 5년간 500개 이상 문을 열 계획이다. 목표는 말레이시아 편의점 업계 1위다.

여기서 더 나아가 이 대표는 아세안 10개국과 인도 진출도 검토 중이다.

BGF리테일은 지난해 11월 한국무역협회(KITA)와 '중소·중견기업의 신남방국가 진출 지원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코로나19로 해외시장 조사가 어려워진 상황 속에서 한국무역협회의 도움을 받아 새로운 진출국을 찾고 있다. 말레이시아와의 계약도 한국무역협회가 다리를 놔줘 성사될 수 있었다.

BGF리테일은 아세안 10개국이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고, 아직 편의점 시장이 발달하지 않아 새로운 먹거리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예의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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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준 BGF리테일 사장(오른쪽)이 CU 글로벌 1만5000번째 점포인 CU야탑선경점 오픈식에 참석해 현판을 달고 있다. [사진제공=BGF]
이렇게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K-편의점을 선보이며 착실히 영역을 넓힌 결과 지난해 11월 CU는 약 30년 1개월 만에 국내외 점포 수 1만5000개를 돌파했다. 연평균 약 500개, 월평균 42개, 일평균 1.4개 점포를 열며 한국 편의점 역사의 대기록을 세웠다.

이 대표는 "지난 30년간 고객과 가맹점주들을 향한 한결같은 마음으로 내실과 외형적 성장을 모두 이뤄온 만큼 이젠 국내를 넘어 해외로 뻗어 나가는 자랑스러운 수출 브랜드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가맹점주·고객​ 서비스 강화 및 차별화로 내실 다지기... 수익성↑

국내에서는 이 대표 지휘 아래 점포 수를 늘리는 양적 성장보다는 수익성을 중심으로 한 점포 체질 개선에 집중했다.

먼저 가맹점주들과의 파트너십을 최우선으로 점주친화형 가맹 시스템을 구축했다. 가맹점주의 수익성과 권익을 높이기 위해 업계 최초로 수익 배분율을 최대 80%로 늘린 신가맹 형태를 도입했다. 또 매년 가맹점 상생 협약을 맺고 생애주기별 관리 프로그램을 실행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점포 매출 개선 프로그램 '클리닉 포 씨유(Clinic for CU)'를 통한 맞춤형 컨설팅, 노무·법률·세무 무료 상담, 의료서비스 할인 혜택 등 업계 최고 수준 가맹점 지원 제도도 운영 중이다.

편의점 인프라 고도화에 대한 투자도 활발했다. CU는 점포 전산과 물류시스템 고도화, 신선식품 강화 등을 위해 최근 5년간 6000억원 규모를 투자했다. 먼저 모바일 플랫폼 포켓CU와 신기술을 접목한 클라우드 POS 시스템을 개발하며 선제적으로 전산 시스템 업그레이드에 나섰다. 작년에는 센트럴키친(CK)과 중앙물류센터(CDC) 가동을 시작하면서 신선식품과 물류시스템 강화를 통해 점포당 매출을 끌어올리고자 했다. 센트럴키친은 식품공장에 식재료를 전처리나 반조리된 상태로 납품하는 중앙 집중식 조리시설이다.

BGF리테일 관계자는 "센트럴키친 가동 시 매출 원가 절감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식품 카테고리가 강화되는 만큼 점포당 매출도 상승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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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BGF]
또한 고객들의 눈을 잡아끄는 차별화된 시도와 서비스 강화도 활발하게 이뤄졌다. 이 대표는 ▲ 제품 차별화(편스토랑) ▲ 이색 콜라보 상품 출시(곰표 맥주·맛남의광장 애플파이) ▲ 신규 서비스(구독쿠폰) ▲ 배달 인프라 채널 확대 구축(요기요·위메프오·띵똥) 등 다양한 전략을 시도했다.

실제로 이 대표의 차별화된 시도는 실적 방어와 더불어 재도약의 기틀을 마련했다. KBS 예능 프로그램과 협업한 '편스토랑' 제품은 2019년 11월 마장면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20개 제품이 출시됐다. 지난해 11월 기준 누적 판매량은 약 750만개에 달한다. 특히 편스토랑의 첫 번째 우승 상품인 마장면은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를 휩쓸었고, 출시 첫날 5만개 이상 팔리면서 간편식품 카테고리 역대 최다 하루 판매량의 기록을 세웠다.

더불어 소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이색 콜라보 상품도 선보였다. 먼저 지난해 5월 CU는 대한제분 밀가루 상표인 곰표와 협업해 수제 밀맥주를 내놓으며 젊은 층을 공략했다. 2019년 곰표 팝콘 출시에 이은 두 번째 협업이었다. 곰표 밀맥주가 인기를 끌자 구두약 제조사 말표산업, 수제맥주 제조사 스퀴즈브루어리와 손잡고 말표 흑맥주도 출시했다. 이 제품은 출시 3일 만에 25만개가 팔리는 등 이색 콜라보 열풍을 이끌었다.

또 소비자 감성을 자극하는 콜라보도 진행했다. 지난해 10월 이 대표는 충남 예산 사과 농가의 '키다리 아저씨'로 변신했다. 예산은 충남 지역 사과 생산량의 66%를 차지하는 대규모 산지지만, 지난해 냉해 피해와 긴 장마로 생산량의 60% 이상이 비품으로 판별되면서 판로 확보가 시급했다. SBS 예능 프로그램 '맛남의광장'에 출연하는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의 상품화 제안으로 협업이 성사되면서 애플파이를 출시하게 됐다.

최근 몇 년 전부터 구독경제가 새로운 트렌드로 부상하면서 CU 역시 쿠폰을 구독해 할인받는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였다. 구독 쿠폰 서비스는 고객이 할인받고 싶은 상품을 선택해 월 구독료를 결제하면 포켓CU를 통해 최대 30% 할인쿠폰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다. 편의점 반복 구매율이 높은 물, 커피 등의 상품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 대표는 수익성 강화를 위해 배달 서비스도 강화하고 있다. 배달은 최소 배달금액 기준이 있어 객단가 상승효과가 크다. 특히 최근 코로나19로 방문객이 줄면서 배달 서비스는 새로운 돌파구로 떠올랐다. 실제로 지난해 코로나19 2차 유행이었던 8월 17~28일 배달 이용 건수는 전월 동기 대비 76.4%나 증가한 바 있다.

2019년 업계 최초로 배달 서비스를 시행한 CU는 현재 편의점 배달의 선두주자다. CU의 배달 서비스 운영 점포 수는 전국 5000여개 이상으로 편의점 업계에서 가장 많다. 편의점 배달 선두주자답게 24시간 배달, 지방 소도시 배달 제휴 확대, 배달 전용 상품 기획, 도보 배달 서비스, 드라이브 스루 등 관련 서비스 확대에 힘쓰고 있다.

김명주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BGF리테일이 향후 차별화된 신선식품을 빠른 배달 서비스를 통해 제공한다면 편의점 산업 내 신규 수요를 창출해 점포 수가 지나치게 많다는 우려를 일부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대표의 다각적인 노력에도 코로나19 타격을 수습하기엔 조금 역부족이었다. BGF리테일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6조1813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4% 증가했다. 다만 영업이익이 1622억원으로 전년 대비 17.5% 감소했으며, 순이익은 1227억원으로 19% 줄었다. 지난해 국내 점포 수는 1만4923개로 2019년 대비 1046개 늘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대학가, 관광지 등 특수 입지 매장의 영업 환경이 악화되면서 영업이익이 줄은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 위한 '디지털 전환'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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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 프렌들리 CU' 1호점인 CU삼성바이오에피스점 [사진제공=BGF]
올해부터는 스마트매장 투자 등 미래 편의점 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드는 모양새다. 지난달 기존 스마트편의점에서 진화한 '테크 프렌들리(Tech Friendly) CU' 모델을 공개하고 네이버와 O2O 매장 협약을 맺는 등 향후 편의점에 찾아올 디지털 전환을 선제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테크 프렌들리 CU는 국내 리테일 시장에 최적화된 첨단 기술을 적용해 고객 친화적인 쇼핑 환경을 제공하는 스마트 편의점이다. 점포 입장부터 결제까지 전 과정이 논스톱으로 이뤄진다. CU가 국내 편의점 업계 환경을 고려해 자체 개발한 클라우드 POS 시스템을 통해 기존 무인 편의점의 한계였던 포인트 적립·사용, 제휴 할인, 이벤트 할인 등을 모두 제공할 수 있다.

네이버와는 네이버스마트쇼핑 상품을 CU에서 판매하고 네이버의 디지털 기술을 CU의 스마트매장에 도입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CU 관계자는 "스마트매장 사업은 중장기 전략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네이버 외에도 ICT 및 금융업계에서 경쟁력을 갖춘 파트너들을 확보해 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지웅 더파워 기자 news@thepowe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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