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 이설아 기자] 시인 김혜순(70)이 시집 '죽음의 자서전'의 독일어 번역본 Autobiographie des Todes로 독일 ‘세계 문화의 집’(HKW)이 수여하는 ‘국제문학상(Internationaler Literaturpreis)’을 수상했다. 아시아 작가로는 최초, 한국 시집으로도 처음이다.
HKW는 17일(현지시간) 베를린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김 시인의 '죽음의 자서전'을 올해 수상작으로 발표했다. 이 상은 독일어로 번역된 해외 현대문학 작품 가운데 문학성과 번역 완성도를 두루 인정받은 작품에 수여된다. 심사위원단은 김 시인의 수상에 만장일치로 동의했으며, 시집의 리듬감과 이미지의 집약성이 “경이로움 속에 명확하게 드러난다”고 극찬했다.
이 시집은 김 시인이 2015년 지하철역에서 쓰러졌던 개인적 체험과 함께 메르스 사태, 세월호 참사 등 사회적 비극을 시적 언어로 녹여낸 49편의 작품으로 구성됐다. 국내에서는 2016년 출간됐고, 올해 2월 독일 피셔 출판사를 통해 번역본이 출간됐다. 번역은 시인이자 철학자인 박술과 독일 시인 울리아나 볼프가 맡았다. 두 번역가 역시 김 시인과 함께 상을 수상했다.
국제문학상은 작가와 번역가에게 각각 2만 유로(약 3200만 원), 1만5000유로(약 2400만 원)의 상금을 수여한다. HKW는 독일 연방 총리실 산하 문화기관으로, 비유럽권 예술과 문화를 조명하는 기관이다.
김 시인의 이번 수상은 한국 문학, 특히 여성 시문학의 세계적 위상을 다시금 각인시킨 사례다. 그는 2019년 '죽음의 자서전' 영어판으로 캐나다 그리핀 시문학상을 수상한 데 이어, 2021년 스웨덴 시카다상, 2024년에는 '날개 환상통' 영어판으로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을 받는 등 세계 문학계에서 꾸준히 주목을 받아왔다.
김 시인은 화상 연결을 통해 “시인의 언어가 독일 독자와 만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 번역자와 출판사, 그리고 심사위원단에 깊이 감사드린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한편, 김 시인은 최근 '죽음의 자서전'을 비롯해 '날개 환상통', '지구가 죽으면 달은 누굴 돌지?'를 아우르는 ‘죽음 3부작’ 시리즈와 미발표 산문 '죽음의 엄마'를 함께 묶은 기념판을 출간했다. 지난 6월에는 독일 베를린 시 문학제에 초청돼 낭독 행사를 가진 바 있다.
이설아 더파워 기자 news@thepower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