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 이경호 기자] 동국제약의 성장 공식이 바뀌고 있다. 인사돌, 마데카솔, 오라메디, 훼라민Q, 판시딜 등 대중에게 익숙한 일반의약품 브랜드를 기반으로 안정적인 실적을 쌓아온 동국제약이 더마코스메틱과 미용기기, 전문의약품 기술 플랫폼을 결합한 종합 헬스케어 기업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11일 한국IR협의회 기업분석 리포트에 따르면 동국제약은 기존 OTC와 ETC 사업에서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유지하는 동시에, 더마코스메틱 브랜드 ‘센텔리안24’의 해외 확장과 마이크로스피어 기반 약물전달시스템(DDS) 기술을 앞세운 장기지속형 주사제 개발을 통해 중장기 성장 구조를 강화하고 있다.
동국제약은 1968년 설립된 국내 중견 제약사다. 일반의약품(OTC), 전문의약품(ETC), 헬스케어, 해외사업, 기타 자회사 사업을 주요 축으로 두고 있다. 2025년 연결 매출 9269억원 기준 사업부문별 비중은 헬스케어 34.1%, ETC 24.6%, OTC 18.4%, 해외사업 4.2%, 기타 18.6%다. 이미 매출 구조만 놓고 보면 전통 제약 본업을 넘어 헬스케어 비중이 가장 큰 회사로 바뀌고 있는 셈이다.
그 변화의 중심에는 센텔리안24가 있다. 센텔리안24는 동국제약의 대표 OTC 브랜드인 마데카솔의 핵심 성분 TECA를 기반으로 성장한 더마코스메틱 브랜드다. 제약사가 만든 기능성 화장품이라는 신뢰도를 앞세워 국내 시장에서 입지를 다져왔고, 최근에는 성장 무게중심이 해외로 옮겨가고 있다.
동국제약의 화장품 수출은 2025년 전년 대비 약 85% 증가했다. 올해 1분기에도 목표치를 웃돈 것으로 분석됐으며, 2026년에는 연간 화장품 수출이 전년 대비 100% 이상 늘어날 가능성이 제시됐다. 2025년까지 온라인 채널 중심으로 해외 매출이 확대됐다면, 2026년에는 미국 주요 뷰티 리테일 채널과 일본 대형 드럭스토어·버라이어티숍 등 오프라인 유통망 확대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이 지점은 단순한 수출 증가 이상의 의미가 있다. 화장품 브랜드가 해외 온라인 채널에서 초기 수요를 확인한 뒤 현지 오프라인 유통망으로 확장하면 외형 성장과 브랜드 인지도 상승이 동시에 나타날 수 있다. 센텔리안24 역시 내수 중심 더마코스메틱 브랜드에서 글로벌 헬스케어 소비재 브랜드로 전환할 수 있는 시험대에 들어선 것으로 볼 수 있다.
더마코스메틱 시장 환경도 동국제약에 우호적이다. 더마코스메틱은 피부과학과 화장품을 결합한 기능성 화장품군으로, 피부 진정과 보습, 장벽 강화, 재생, 안티에이징 등 구체적인 피부 고민 개선에 초점을 둔다. 최근 화장품 소비가 감성 중심에서 효능 중심으로 이동하면서 제약사 기반 브랜드의 성분 신뢰도와 효능 검증 역량이 차별화 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다.
국내 더마 스킨케어 시장은 2020년 6321억원에서 2025년 1조3079억원 규모로 확대된 것으로 추산된다. 같은 기간 연평균 성장률은 15.7%로, 국내 전체 스킨케어 시장 성장률 2.1%를 크게 웃돌았다. 전체 스킨케어 시장에서 더마 스킨케어가 차지하는 비중도 2020년 약 9%에서 2025년 약 17%까지 높아졌다. 기능성 스킨케어 수요 확대와 K-뷰티 수출 흐름이 맞물리면서 동국제약의 헬스케어 사업부에도 성장 여지가 커진 것이다.
동국제약은 헬스케어 사업에서도 단일 브랜드 의존도를 낮추고 있다. 센텔리안24 외에도 센시안, 덴트릭스, 마이핏 등 화장품·건강기능식품·생활용품 브랜드를 육성해왔고, 2023년에는 홈뷰티 디바이스 ‘마데카프라임’을 출시하며 미용기기 시장에 진입했다. 2024년에는 미용 의료기기 기업 위드닉스와 화장품 ODM 전문기업 리봄화장품을 인수해 디바이스, 제조, 브랜드를 연결하는 수직계열화 기반도 마련했다.
기존 제약 본업은 여전히 동국제약의 안정성을 떠받치는 축이다. OTC 부문은 인사돌, 마데카솔, 판시딜, 센시아 등 장수 브랜드를 중심으로 약국 시장 내 높은 인지도와 직거래 유통망을 확보하고 있다. 2025년 OTC 매출은 1707억원으로 전년 대비 5.8% 증가했다. 최근에는 기존 8대 브랜드 외 일반 품목군 성장, 약국 전용 화장품 ‘마데카파마시아’ 출시, 의약외품 온라인 판매 등으로 제품과 채널을 넓히고 있다.
ETC 부문도 병·의원 처방 기반을 바탕으로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동국제약은 포폴주사, 로렐린류, 로수탄젯, 히야론류 등 200여개 제품군을 보유하고 있다. 2025년 ETC 매출은 2281억원으로 전년 대비 13.4% 늘었다. 특정 품목 의존도가 높지 않고 제품군이 넓다는 점은 약가 변동이나 개별 제품 경쟁 심화에 대한 대응력을 높이는 요소로 작용한다.
기술 측면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DDS다. 동국제약은 마이크로스피어 기반 약물전달시스템 기술을 바탕으로 장기지속형 주사제 ‘로렐린데포’ 1개월 제형을 제조·판매하고 있다. 마이크로스피어는 약물을 생분해성 고분자에 담아 체내에서 일정 기간 서서히 방출되도록 하는 기술이다. 반복 투약이 필요한 질환에서 투약 편의성과 순응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활용도가 높다.
동국제약은 최근 로렐린데포 3개월 지속형 제형의 임상 3상을 완료했다. 회사는 올해 임상시험 결과보고서 제출과 품목허가 절차를 거쳐 2027년 발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 3개월 제형은 기존 1개월 제형보다 투약 주기를 늘릴 수 있어 제품 경쟁력과 포트폴리오 확장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여기에 비만, B형간염 치료제 등 장기지속형 주사제 후속 파이프라인 확장 가능성도 중장기 변수로 거론된다.
생산 인프라 확대도 병행되고 있다. 동국제약은 약 600억원 규모의 주사제 전용 GMP 신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2025년 6월 착공해 2027년 완공과 4분기 실생산 개시를 목표로 한다. 신공장은 장기지속형 주사제 제조라인을 현재보다 2.5배 이상 확대하고 무균조작 라인으로 설계될 예정이다. 이는 로렐린데포 3개월 제형 출시와 후속 장기지속형 주사제 개발에 필요한 생산 기반을 선제적으로 확보하는 의미가 있다.
실적 흐름도 개선세를 보였다. 동국제약은 2025년 연결 기준 매출액 9269억원, 영업이익 966억원, 지배주주순이익 66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14.1%, 영업이익은 20.1%, 지배주주순이익은 7.8% 증가했다. 헬스케어와 기타사업부문 매출 비중이 커지면서 매출총이익률은 2024년 55.1%에서 2025년 54.1%로 낮아졌지만, 판매관리비율이 45.2%에서 43.7%로 개선되며 영업이익률은 9.9%에서 10.4%로 상승했다.
한국IR협의회는 동국제약의 2026년 연결 매출액을 1조333억원, 영업이익을 1159억원, 지배주주순이익을 808억원으로 전망했다. 각각 전년 대비 11.5%, 20.0%, 22.4% 증가한 수치다. 헬스케어 사업부 매출은 3813억원으로 전년 대비 20.5% 늘어나 전사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예상됐다. OTC 매출은 1792억원, ETC 매출은 2486억원으로 각각 5.0%, 9.0% 증가할 것으로 제시됐다.
주가 측면에서는 재평가 가능성이 거론된다. 현재 주가 밸류에이션은 2026년 예상 실적 기준 PER 13.1배, PBR 1.4배, PSR 1.0배 수준이다. 동국제약은 전통 제약사로서의 안정성에 더마코스메틱 수출 성장성과 DDS 기반 신제품 개발 가능성을 함께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단순 제약 본업 기준만으로 평가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나온다.
다만 변수도 있다. 정부의 약가제도 개편은 ETC 부문의 수익성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2025년 11월 정부는 제네릭 약가 산정률을 기존 오리지널 대비 53.55% 수준에서 40%대로 낮추고 기등재 제네릭 약가도 순차적으로 조정하는 방향을 제시했다. 제네릭과 개량신약 중심 포트폴리오를 가진 제약사에는 단기적으로 매출과 수익성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
동국제약은 200여개 ETC 제품군을 보유하고 있어 특정 품목 의존도가 크지 않다. 약가 인하가 현실화될 경우 저수익 제품 정리와 수익성 중심 포트폴리오 관리가 중요해질 전망이다. 결국 동국제약의 향후 평가는 기존 제약 본업의 안정성을 유지하면서 센텔리안24의 해외 매출 확대와 DDS 기반 신제품 성과를 얼마나 빠르게 실적으로 연결하느냐에 달려 있다.
동국제약은 오랜 기간 약국 기반 브랜드 신뢰를 쌓아온 회사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그 신뢰가 화장품, 미용기기, 장기지속형 주사제, 해외 유통망으로 얼마나 확장될 수 있는지에 맞춰지고 있다. 센텔리안24의 글로벌 확장과 DDS 기술 기반 신제품이 계획대로 가시화된다면 동국제약은 전통 제약사라는 기존 틀을 넘어 헬스케어 소비재와 특화 제형 기술을 함께 보유한 기업으로 재평가받을 가능성이 커진다.
이경호 더파워 기자 lkh@thepower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