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은 적자, 배당은 오너 몫”…헬리녹스의 이상한 회계 구조
아웃도어 브랜드 헬리녹스가 실적 악화에도 불구하고 오너 일가와의 특수관계자 거래를 지속하고, 적자 속 배당까지 단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자회사 실적 부진, 고가 부동산 매입, 싱가포르 지주회사를 통한 자금 흐름 등이 맞물리며 지배구조 투명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7일 헬리녹스의 2024년 연결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해 26억9000만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전년도 22억4000만원 흑자에서 적자로 전환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은 해 5억5686만원 규모의 중간배당을 집행했으며, 전액은 100% 지분을 보유한 싱가포르 소재 모회사 Helinox Pte. Ltd.로 지급됐다. 배당 성향은 -20.67%다.
헬리녹스는 이에 대해 “헬리녹스가 자회사 동아알루미늄으로부터 받은 배당금을 Helinox Pte. Ltd.에 재배당한 것”이라며, “지배회사 간 내부 배당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는 실적과 무관하게 이익이 지배주주에게 집중된 구조로, 일반적 배당 정책과 괴리된 판단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Helinox Pte. Ltd.는 2023년 설립된 싱가포르 소재 법인으로, Marina Bay Financial Centre에 등록돼 있다. 헬리녹스 본사를 포함해 일본, 프랑스 등 해외 법인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그룹의 재무 및 브랜드 전략을 조율하는 중추 역할을 맡고 있다. 그러나 연 매출은 약 100억 원 수준에 불과하며, 실질적인 수익 창출보다는 자산 이전과 내부 배당 수취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또한, 헬리녹스는 2023년 라영환 대표로부터 약 145억원 규모의 토지·건물을 유상으로 매입했다. 이 중 72억6000만원은 현재까지 미지급금으로 남아 있다. 해당 자산의 장부가는 약 161억원에 달하며, 공시지가(약 44억원) 대비 약 3.6배 수준이다. 이는 단순 감정가 기준 매입이었더라도 고평가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문을 낳고 있다.
이 거래는 감사보고서상 특수관계자 거래로 분류됐으며, 현금흐름표에는 직접 반영되지 않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감사보고서만 놓고 보면, 회사보다는 오너 지분을 중심으로 자산이 흘러가는 구조처럼 보일 수 있다"며 "실적보다 자산 흐름이 부각되는 구조는 상장이나 투자 유치 시 신뢰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외에도 헬리녹스는 라 대표에게 약 1억1000만원의 기타 비용을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미국·유럽 계열사에는 수억 원대 자금을 단기 대여한 바 있다. 또한 라 대표는 여전히 약 98억원 규모의 회사 채무에 대해 연대보증을 제공하고 있다. 이 같은 구조는 대표이사가 채권자와 차입자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 셈으로, 객관적 회계 관점에서 이해충돌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헬리녹스 관계자는 “해당 부동산 거래는 감정평가와 이사회 결의, 투자자 동의를 거쳐 이뤄졌으며, 현재 매물로도 나와 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Helinox Pte. Ltd.에 대해서는 “단순 투자회사가 아닌 실제 사무실과 상근 인력이 존재하며, 지식재산권(IP) 관리와 글로벌 전략 기능을 수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헬리녹스의 글로벌 브랜드 기획은 Helinox Pte. Ltd.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미국, 프랑스, 네덜란드, 한국 법인이 골고루 참여하고 있다. 제품 개발은 베트남 법인이 주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배주주와 특수관계자에 권한과 구조가 집중된 상황에서, 핵심 지배구조 정보는 외부에서 충분히 파악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이에 따라 회계와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보다 적극적인 정보 공개가 요구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