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 유연수 기자] 다이어트와 웰빙 열풍 속에서 ‘글루텐 프리’ 식단이 하나의 건강 트렌드로 자리 잡았지만, 의학적으로 글루텐을 반드시 피해야 하는 사람은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서울특별시 서남병원 가정의학과 황두나 과장은 글루텐 관련 질환이 없는 일반인은 무분별한 글루텐 제한보다 식단 전체의 균형을 우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황 과장은 먼저 글루텐이 밀·보리·호밀 등에 들어 있는 단백질 복합체로, 빵 반죽의 쫄깃한 식감과 탄력을 만들어내는 성분이라고 설명했다. 글루텐 그 자체보다 글루텐을 함유한 통곡물 섭취가 비타민B군, 철분, 마그네슘, 식이섬유 등 필수 영양소를 공급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통곡물의 섬유질은 장내 유익균의 먹이가 되는 프리바이오틱스로 작용해 장내 미생물 환경 개선과 콜레스테롤 수치 관리, 제2형 당뇨병·심혈관질환 위험 감소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셀리악병, 밀 알레르기, 비(非)셀리악 글루텐 민감증 환자에게는 글루텐 프리 식단이 치료와 증상 조절에 필수적이라고 짚었다. 셀리악병은 글루텐에 대한 자가면역 반응으로 소장 융모가 손상돼 영양 흡수가 방해되는 만성 질환으로, 글루텐을 완전히 제거해야만 소장 회복과 증상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 이 밖에 명백한 셀리악병이나 알레르기는 아니지만 글루텐 섭취 후 복통, 팽만감, 설사, 피로 등을 반복적으로 호소하는 비셀리악 글루텐 민감증 환자에게도 글루텐 제한이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의학적 필요가 없는 일반인에게까지 ‘글루텐=해로운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된 점이라고 황 과장은 지적했다. 밀·보리 등 통곡물을 과도하게 피하면 섬유질과 비타민B군, 철분, 마그네슘 섭취가 줄어 변비, 피로감, 에너지 저하 등 영양 불균형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시중 글루텐 프리 빵·과자·간식류 상당수가 맛과 식감을 보완하기 위해 설탕·지방·나트륨을 더 많이 넣는 경우가 많아, 오히려 칼로리와 당분, 탄수화물 섭취를 늘려 체중 증가와 혈당 상승, 장기적으로는 고혈압·심혈관질환 위험을 키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통곡물 섬유질 섭취가 줄면 장내 미생물 다양성이 감소하고 장 건강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함께 짚었다.
황 과장은 글루텐 제한이 필요 없는 사람에게는 “무조건 글루텐을 없애기보다 가공식품을 줄이고 건강한 통곡물과 자연 식품을 중심으로 식단을 재구성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고 안전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쌀·옥수수·퀴노아·메밀 같은 자연 글루텐 프리 곡물을 적절히 활용해 영양 균형을 유지하되, 빵·파스타·제빵류는 물론 일부 소스·드레싱·가공육 등에 포함된 ‘숨은 글루텐’은 과도하게 섭취하지 않도록 성분표를 확인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했다. 글루텐 프리 제품을 선택할 때도 단순 ‘글루텐 프리’ 표시만 볼 것이 아니라 설탕·지방·나트륨 함량과 공인 인증 마크 여부를 함께 살펴 영양적으로 균형 잡힌 제품을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황 과장은 “글루텐 프리 식단은 셀리악병이나 글루텐 민감증 환자에게는 분명 도움이 되는 치료법이지만, 일반인에게까지 만능 건강 비법처럼 받아들여져선 안 된다”며 “통곡물, 과일, 채소, 단백질이 조화를 이루는 균형 잡힌 식단이 건강을 지키는 가장 기본 원칙”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글루텐 섭취 후 불편감을 느낀다면 자가 진단으로 식단을 급격히 바꾸기보다, 반드시 전문 의료진과 상담해 정확한 진단과 맞춤형 조언을 받는 것이 안전한 첫걸음”이라고 덧붙였다.
유연수 더파워 기자 news@thepower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