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8월까지 방한 외국인 소비 48% 증가…국내 소매시장 성장률 0.7%p 기여
2027년 가계 실질 노동소득 증가율 4% 전망…반도체 기업 성과급 효과 주목
고가 소비는 백화점, K푸드 수요는 편의점으로…외국인 소비 채널 확대
유통업 주주환원도 강화…신세계·현대백화점 등 이익 체력 개선 주목
[더파워 이경호 기자] 내수 부진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2027년 국내 소비시장에서는 기존과 다른 두 개의 동력이 부상하고 있다. 반도체 업황 호조에 따른 대기업 성과급과 빠르게 증가하는 외국인 관광객 소비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은 단순히 관광산업 매출을 늘리는 수준을 넘어 국내 소매시장의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소비 주체로 자리 잡고 있다. 여기에 반도체 기업을 중심으로 근로소득 증가가 예상되면서 백화점과 편의점 등 일부 유통채널의 성장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8일 대신증권은 2027년 국내 민간소비가 반도체 경기 호조에 따른 소득 증가와 외국인 관광객 소비 확대에 힘입어 안정적인 증가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은행 전망을 토대로 내년 민간소비 증가율을 올해 2.1%보다 높은 2.3% 수준으로 제시했다.
소비 여력을 끌어올릴 핵심 요인 가운데 하나는 노동소득이다. 반도체 업황 호조에 따른 주요 기업의 성과급이 반영되면서 2027년 가계 실질 노동소득 증가율은 4% 수준까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평균 1%대였던 증가율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특히 성과급 증가가 고소득 근로자에게 집중되는 만큼 고가 사치재를 중심으로 소비 증가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분석됐다.
외국인 소비의 영향도 커지고 있다. 올해 8월까지 방한 외국인의 국내 총소비액은 14조2000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48% 증가했다.
같은 기간 국내 소매시장은 4.9% 성장했는데 외국인 관광 소비를 제외하면 성장률은 4.2%로 낮아진다. 외국인 관광객 소비가 국내 소매시장 성장률을 약 0.7%포인트 끌어올린 셈이다.
외국인의 소비 비중도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전체 국내 소매시장에서 해외 발급 신용카드를 통한 외국인 관광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2.2%에서 올해 3.6%까지 높아졌다.
국내 민간소비 성장률이 연간 2~3%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외국인 관광객이 추가하는 소비 규모는 유통업계에서도 무시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커지고 있다.
관광객 한 명이 만들어내는 소비 효과도 작지 않다. 2025년 외국인 관광객 한 명이 한국에 체류하면서 지출한 금액은 약 164만원으로 집계됐다.
우리 국민 1인당 연간 소비액 2387만원과 비교하면 약 7% 수준이다. 외국인 관광객 1명이 늘어날 때마다 국내 소비인구가 약 0.07명 증가하는 것과 비슷한 효과가 발생한다는 계산이다.
이 같은 소비 변화의 수혜가 가장 직접적으로 나타나는 곳은 백화점이다. 올해 백화점은 주식시장 호조와 외국인 매출 증가에 힘입어 높은 기존점 성장률을 기록했다.
외국인 소비 증가는 특히 객단가를 끌어올리는 효과를 보였다. 명품과 해외 유명 브랜드 등 고가 상품 구매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올해 백화점의 해외 유명 브랜드 매출은 높은 증가세를 이어갔다. 지난 4월에는 전년 동월 대비 38.1%, 5월 37.3%, 6월 34.3%, 7월에도 28.9% 증가했다.
2027년에는 주식시장 상승에 따른 자산 효과를 제외하더라도 외국인 소비와 반도체 기업 성과급이 백화점 수요를 지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고소득 근로자의 실질소득 증가와 외국인 럭셔리 소비가 동시에 유입되는 구조다.
신세계와 현대백화점이 유통업종 최선호주로 제시된 것도 이 때문이다. 신세계는 백화점과 면세점을 통해 외국인 소비 증가의 영향을 받을 수 있고, 현대백화점은 백화점 실적에 더해 자회사 지누스의 실적 개선이 예상됐다.
신세계의 2027년 매출은 7조3560억원, 영업이익은 8850억원으로 추정됐다. 영업이익은 올해 예상치보다 12.8% 증가하는 수준이다.
현대백화점은 같은 기간 매출 4조5430억원, 영업이익 5430억원으로 전망됐다. 영업이익 증가율은 24.6%로 제시됐다.
외국인 소비가 향하는 또 다른 채널은 편의점이다. 과거 편의점의 핵심 고객이 국내 소비자였다면 최근에는 한국 음식과 상품을 경험하려는 외국인 관광객의 이용이 늘고 있다.
올해 하반기 편의점의 외국인 매출 비중은 약 3% 수준까지 높아졌다. 백화점 외국인 매출 비중이 5%를 넘어선 것과 비교하면 추가 확대 여지도 남아 있다는 분석이다.
외국인 매출 증가는 단순히 매출 규모만 늘리는 것이 아니다. 상품 구성에도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편의점에서는 상대적으로 마진이 낮은 담배의 매출 비중이 낮아지고 일반상품 비중이 높아지면서 매출총이익률(GPM)이 개선되고 있다. 실제 올해 2분기 편의점 GPM은 분기 기준 최고치를 기록했다.
2024~2025년 진행된 점포 구조조정도 편의점 수익성 개선에 영향을 주고 있다. 신규 출점 경쟁보다 점포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시장이 바뀐 가운데 외국인 소비가 추가 성장 요인으로 붙는 구조다.
BGF리테일의 2027년 매출은 10조1360억원으로 올해 예상치보다 6.4% 증가하고 영업이익은 3800억원으로 17.6%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ROE도 올해 18.2%에서 18.7%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됐다.
대형마트와 슈퍼마켓에서는 경쟁구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홈플러스가 주요 점포를 폐점하면서 경쟁 강도가 낮아졌고, 홈플러스를 제외한 주요 사업자의 성장률은 중단위 한 자릿수 수준까지 회복된 것으로 분석됐다.
2027년에도 완만한 물가 상승과 경쟁 완화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이미 경쟁사로 이동한 고객 트래픽이 유지되면서 기존 사업자의 점유율 상승 효과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유통기업의 변화는 소비 회복에만 그치지 않는다. 이익 체력이 개선되면서 주주환원 정책도 강화되고 있다.
신세계는 2025~2027년 매년 보유 자사주 20만주 이상을 소각하고 주당배당금을 30% 이상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2024~2027년 최소 주당배당금은 4000원으로 제시했다.
롯데쇼핑은 주주환원율 35% 이상과 최소 주당배당금 3500원을 지향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2027년까지 중간배당을 포함한 연간 배당 지급 총액을 500억원 수준으로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방침이다.
이마트는 최소 주당배당금을 기존 2000원에서 2500원으로 높였고 보유 자사주 57만7000주를 소각했다. BGF리테일도 주주환원율 40%를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2027년 유통시장에서는 소비가 모든 품목과 계층에서 동일하게 늘어나는 흐름보다는 소득과 외국인 수요가 집중되는 채널에서 차이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됐다.
반도체 기업 성과급은 고가 소비를 통해 백화점으로, 외국인 관광객 증가는 명품과 면세점뿐 아니라 K푸드를 판매하는 편의점으로 연결되고 있다. 국내 유통시장의 소비 주체가 내국인 중심에서 외국인까지 확대되면서 백화점과 편의점이 2027년 소비 변화의 주요 채널로 꼽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