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이슬·진로이즈백 투톱으로 소주시장 점유율 60% 굳건..회심작 테라로 카스 턱밑까지 추격
작년 테진아(테라+진로) 쌍끌이 흥행... 6년 만에 맥주사업 흑자 전환
[더파워=이지웅 기자]
'셰프의 킥(kick)'이라는 표현이 있다. 요리를 한순간에 특별하게 하는 셰프의 결정적 한 수, 즉 '묘수'를 의미한다. 최근 소비 환경이 달라지면서 유통업계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유통기업들은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저마다 킥을 선보이고 있다. 더파워뉴스는 치열한 생존전략에 몰두하고 있는 기업의 킥을 살펴봤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주류업계가 얼어붙은 와중에도 하이트진로의 '진로이즈백'과 '테라'는 호조를 이어갔다. 특히 최근 하이트진로는 국내 1위 맥주 '카스'의 오비맥주를 턱 끝까지 추격하며 '소맥' 통합 1위 달성을 눈 앞에 두고 있다.
주류 명가 하이트진로를 이끄는 김인규 대표이사 사장은 1989년 하이트맥주에 입사한 뒤 30여년 동안 인사, 마케팅, 경영기획, 영업 등 다방면의 업무를 두루 경험한 '하이트맨'이다. 하이트맥주 영업본부장과 부사장을 거쳐 2011년 하이트진로 대표이사 사장에 선임됐다. 이후 2017년부터 하이트진로홀딩스 대표이사 사장도 겸직 중이다.
김 대표는 하이트진로의 마케팅을 진두지휘하며 진로이즈백과 테라를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장본인이다.
참이슬에 진로까지 소주 사업 승승장구... 맥주 '테라'도 약진 "카스 거의 잡았다"
하이트진로는 '소주 종주국' 대한민국의 명실상부 소주 1위 기업이다. '참이슬'이라는 넘사벽 소주 브랜드를 갖고 있으며 2019년 5월 새로운 트렌드를 접목한 진로이즈백을 출시해 현재 소주 시장의 65%가 넘는 점유율을 자랑한다.
진로이즈백은 출시 당시 참이슬과 처음처럼의 양강구도를 흔들었다. 출시 후 72일 만에 연간 목표치인 1000만병이 팔렸고, 출시 7개월 만인 2019년 11월 말 누적 판매량 1억병을 돌파했다. 지난해 5월 말 기준 누적 판매 1000만 상자, 3억병을 기록했다. 이를 월평균으로 환산하면 약 2308만병이 판매됐으며, 1초당 9.5병이 팔린 셈이다.
성공의 배경은 2019년 메가트렌드 키워드였던 '뉴트로(Newtro)'다. 진로이즈백은 소주 디자인에 뉴트로 감성을 접목해 빠르게 브랜드를 소비자들에게 각인시켰다.
먼저 진로이즈백은 브랜드의 정통성을 반영하되 젊은 층에게 새로움을 전달하는 데 중점을 뒀다. 라벨 사이즈, 한자 사용, 병 모양, 병 색깔 등 과거 디자인을 복원해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소주병은 초록색'이라는 틀을 깬 것이다.
이 같은 하이트진로의 기획은 시장에 적중했다. 젊은 층은 신선함을, 중장년 층은 과거의 향수를 자극하는 효과를 불러오며 새로운 주류 문화를 형성했다.
또한 두꺼비 캐릭터 역시 진로이즈백 열풍의 핵심으로 작용했다. 두꺼비 캐릭터는 전통적으로 '젊은 여성'을 모델로 사용하는 소주 업계에 새로움을 불러왔다. 특히 귀여운 두꺼비 캐릭터로 젊은 층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면서 '쓰고 맛없는' 소주 인식을 깨는 데 기여했다. 뿐만 아니라 두꺼비 캐릭터를 활용한 굿즈 마케팅도 펼치고 있다. 작년에는 서울 성수동에 어른이 문방구 '두껍상회'를 오픈해 70일간 누적 방문객 1만여명이 다녀가는 등 성황리에 마무리했다.
소주만 잘 나가는 것이 아니다. 맥주 역시 테라가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며 카스의 아성을 위협하고 있다.
1996년 하이트 맥주로 맥주 시장 점유율 1위에 올랐던 하이트진로는 지난 2011년 오비맥주에 1위 자리를 내준 뒤 지금까지 주도권을 가져오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러다 2019년 3월 하이트진로는 국내 맥주 시장의 판세를 뒤집어 보고자 5년간 구상하고 1000억원을 투자해 2년간 연구개발한 테라를 선보였다.
테라 출시 간담회에서 김 대표는 "테라 출시와 함께 모든 직원이 필사즉생의 각오로 최선의 노력을 다해 힘든 시기에 마침표를 찍고, 반드시 재도약의 틀을 마련할 것"이라며 "2019년 두 자릿수 이상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그렇게 테라의 반격이 시작됐다.
테라는 출시 후 101일 만에 1억병, 160일 만에 2억병이 판매되는 등 최단기간 최고 판매를 기록하며 기대 이상의 대성공을 거뒀다. 김 대표의 목표였던 두 자릿수 점유율은 3개월 만에 달성했다. 지난해 10월 말 기준 누적 판매 13억2000만병으로 1초당 26병이 팔려나갔다.
2013년부터 6년 동안 지속 적자를 기록한 맥주사업부문은 지난해 흑자 전환에 성공하며 국내 맥주 시장 점유율을 42%까지 끌어올렸다. 오비맥주는 50%대를 차지하고 있다. 2018년 양사의 점유율 차이가 21%대 58%였던 점을 감안하면 테라가 큰 몫을 한 것이다.
소맥 시장 장악... '테슬라'·'테진아' 열풍 타고 훨훨
테라의 성공에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바로 소맥이다. 하이트진로는 소주와 맥주를 연계한 소맥 마케팅으로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맥주 시장에서 소맥은 시장점유율 확보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일반적으로 소주 1병에 맥주 2~3병을 섞어 마시기 때문에 맥주 판매량 증진에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주류 사업 특성상 소비자들이 특정 브랜드를 선택하고 나면 충성도가 높아 네이밍 마케팅으로 브랜드를 각인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하이트진로의 네이밍 마케팅으로 탄생한 것이 바로 테라와 참이슬을 섞어 마시는 '테슬라', 테라와 진로이즈백을 섞어 마시는 '테진아'다. 테슬라와 테진아는 소비자들에게 쉽게 각인됐고, 그 결과 코로나19로 외식 경기가 얼어붙은 상황에서도 월평균 테라 300만 상자, 진로이즈백 100만 상자라는 판매량을 유지했다.
코로나19 대비책 "가정용 주류 시장 공략하라"
네이밍 마케팅뿐 아니라 김 대표의 소매상 중심 전략도 코로나19를 이겨내는 데 한몫했다. 제품 회전율이 중요한 도매상들은 일반적으로 1위 사업자 제품을 선호한다. 맥주 2위 테라가 좀처럼 카스를 꺾기 어려웠기 때문에 소매상으로 방향을 튼 것이다.
소매상 전략은 예상치 못하게 코로나19를 만나면서 효과를 발휘했다. 소매상, 즉 가정용 주류는 코로나19로 집에서 술을 마시는 소비자들이 늘어남에 따라 날개 돋친듯 팔려나갔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코로나19 전에는 가정용 시장이 45%, 업소용 시장이 55% 정도였는데 코로나19 이후에는 가정용 시장이 65%까지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가정용 주류 시장에 눈을 뜬 김 대표는 바로 마케팅 강화에 나섰다. 가정용 시장을 타깃으로 TV 광고를 선보이는가 하면 포장도 새롭게 바꿨다. 또 작년 추석 연휴 전에는 소맥 트렌드를 반영해 술잔을 따로 만들어 편의점에 판매하는 등 가정용 주류시장을 공략했다.
하이트진로는 지난해 소맥 열풍과 '홈술' 강세에 힘입어 코로나19 타격에도 호실적을 냈다.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은 2조2563억원, 영업이익은 1984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각각 10.9%, 124.9% 성장했다. 당기순이익도 866억원을 내며 흑자 전환했다.
올해 소주 세계화 박차... 참이슬·과일소주 판매 실적 호조
올해 김 대표는 소주 세계화를 가속화할 방침이다. 지난 1월 4일 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소주 세계화를 주문한 바 있다.
하이트진로는 지난 2016년 소주 세계화를 선포한 이후 최근 5년간 해외 수출량을 지속 늘리며 매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금까지 하이트진로는 참이슬을 필두로 과일소주를 전략 상품으로 내세워 중국과 동남아 등 아시아 지역에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펼쳤다. 그 결과 지난해 소주 수출액은 7000만달러를 기록하며 2015년(4082만달러) 대비 71.6% 증가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해외에서 과일소주 시리즈 수출 비중이 매년 커지고 있다"며 "과일소주로 현지인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이를 참이슬과 같은 레귤러 소주 제품의 판매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작년부터는 진로이즈백 수출에 나서며 소주 세계화를 위한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시도했다. 지난해 6월 진로이즈백 출시 1주년을 맞아 비교적 소주 인지도가 높은 일본, 미국, 중국 등 7개국을 중심으로 처음 수출했다. 초도물량은 130만병 규모였다. 이후 태국, 베트남, 뉴질랜드 등 전 세계 30개국으로 수출을 확대했다.
김 대표는 올해 역시 진로이즈백 수출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의 소주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고 소주 세계화에 더욱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이지웅 더파워 기자 news@thepower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