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 최병수 기자] 대한상공회의소가 22일 발표한 ‘중소기업 역량강화 및 성장촉진방안 제언’에서 정부의 막대한 지원에도 불구하고 국내 중소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이 오히려 후퇴하고 있다며, 정책 방향을 ‘생존 지원형’에서 ‘성장 촉진형’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와 지자체의 중소기업 지원사업 수는 2018년 1422개에서 2023년 1646개로 15.7% 증가했으며, 이 기간 예산은 21조9000억원에서 35조원으로 60.2% 늘었다. 그러나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발표한 국가 경쟁력 평가에서 한국 중소기업의 순위는 2005년 41위에서 2025년 61위로 하락해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반면 중국은 같은 기간 44위에서 11위로 급등했다.
대한상의는 중소기업의 규모 확대를 통한 구조개편 없이는 생산성과 고용 안정성 향상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한국의 전체 사업체 중 종업원 50인 미만 소기업 비중은 96.7%에 달해 일본(92.6%), 독일(90.8%)과 비교해도 현저히 높다. 제조업 내 고용구조도 유사하다. 50인 미만 소기업이 제조업 일자리의 42%를 차지하며, 대기업의 비중은 28%에 그쳤다. 이는 미국(64%), 독일(62%), 일본(35%) 등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상의는 정책 효율성 강화를 위해 모든 중소기업을 일률 지원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성장 가능성이 높은 ‘유망·고성장’ 기업을 선별 지원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수출 확대 △기술개발 및 사업화 △우수 인재 확보 △자금지원 등 고성장 기업이 실질적으로 필요로 하는 영역에 정책 역량과 예산을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이들 유망 중소기업이 인수·합병(M&A)을 통해 더 큰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세제 혜택 등 인센티브를 확대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현재는 기술가치의 5%에 한해 세액공제가 가능하지만, 실효성 있는 세제 개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국내에서 대기업으로 성장한 11개 기업집단의 사례도 주목됐다. 이들은 모두 1990년 이후 중소기업에서 출발해 ICT, 제조, 유통 등 첨단·유망산업 중심으로 성장해왔다. 대한상의는 이들 사례를 토대로 유망 기업군의 성공 요인을 분석하고 체계적인 성장 지원 시스템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전통 제조업 중심의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디지털 전환과 노동생산성 향상이 주요 과제로 꼽혔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부가가치 중 인건비 비중은 74.6%로 대기업(51.7%)보다 20%포인트 이상 높아, 여전히 노동집약적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우리나라의 기업 정책은 기업이 성장하면 오히려 지원이 줄어드는 ‘성장 역차별 구조’”라며 “실질적 성장이 가능한 기업에는 명확한 보상과 인센티브를 제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중견·대기업으로 성장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병수 더파워 기자 news@thepower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