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 최성민 기자] 만약 한 작가에게 “무인도에서 전시를 해보라”고 제안한다면, 과연 몇 명이나 기꺼이 그 길을 선택할까.
대부분은 관람객이 많은 도시를 원하고, 이름난 미술관을 선호하며, 작품이 잘 팔리는 공간을 찾는다. 그것이 오늘날 미술계의 현실이다. 그러나 예술은 언제나 가장 불리한 곳에서 새로운 역사를 써 왔다. 문화는 사람이 몰려 있는 곳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아무도 찾지 않는 곳에 한 사람이 첫 씨앗을 심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나주시 송림마을이 바로 그런 사례다.
윤병태 시장은 문화가 도시를 회복할수 있다는 철학으로 송림마을을 귀농 귀촌 선도마을로 지정해문화 플랫홈으로 바꾸어 가고 있다.
송림아트센터와 소감카페, 나주미술관은 문화시설이 밀집한 도심에 자리하지 않는다. 접근성도 뛰어나다고 말하기 어렵다. 화려한 관광 인프라도 없다. 도시의 불빛은 멀리 보이지만, 문화의 지도에는 존재조차 드러나지 않던 공간이었다. 어쩌면 송림마을은 세상과 연결되어 있으면서도 사람들의 관심에서는 멀어진 하나의 ‘문화적 무인도’였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주시의 정책과 금보성과 강희주 작가는 포기하지 않았다.
공간보다 작품을 믿었고, 광고보다 사람과의 만남을 선택했다. SNS는 새로운 길이 되었고, 관람객의 입소문은 가장 강력한 안내판이 되었다. 한 사람이 감동을 전하면 또 다른 사람이 찾아왔고, 그렇게 작은 마을은 전국의 예술 애호가들이 일부러 찾아오는 문화의 목적지로 변해 갔다.
결국 예술가는 공간을 선택하는 사람이 아니라 공간의 운명을 바꾸는 사람이다. 아무도 찾지 않던 장소를 반드시 가야 할 장소로 만드는 것, 그것이 예술이 가진 가장 위대한 능력이다.
오늘날 많은 작가들은 판매와 전시에 대한 불안 속에서 공간에 의존하려 한다. 그러나 판매는 예술의 출발점이 아니라 결과다. 작품이 시대를 움직이면 시장은 자연스럽게 뒤따른다. 반대로 시장만 좇는 작품은 순간의 소비는 얻을 수 있을지 몰라도 오래 기억되기는 어렵다.
미술관도, 비엔날레도 작품이 있을 때 비로소 존재 이유를 갖는다. 공간이 예술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예술이 공간의 가치를 만든다. 건축물이 도시를 문화도시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탄생하는 작품과 사람들의 발걸음이 도시의 미래를 결정한다.
무인도를 관광지로 만드는 힘은 화려한 건물이 아니라 한 사람의 신념이다. 예술도 다르지 않다. 한 명의 작가가 자신의 철학을 끝까지 지켜낼 때, 외면받던 공간은 새로운 문화의 중심으로 다시 태어난다.
진정한 예술가는 좋은 전시장을 기다리지 않는다. 자신이 서 있는 곳을 사람들이 찾아오는 문화의 목적지로 만든다. 그 한 사람의 용기가 한 마을을 바꾸고, 한 도시를 바꾸며, 결국 한 시대의 문화를 새롭게 써 내려간다.
오늘의 송림마을은 그 사실을 조용하지만 분명하게 증명하고 있다.
최성민 더파워 기자 Sungmin@thepower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