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주식·회사채 발행 126조5754억원으로 15.6% 감소
CP·단기사채는 1272조8483억원…단기사채 발행만 90.4% 늘어
[더파워 이경호 기자] 올해 상반기 기업의 자금조달 흐름이 장기시장과 단기시장에서 극명하게 엇갈렸다. 기업공개와 유상증자, 회사채 발행은 모두 줄어든 반면 기업어음과 단기사채 발행은 1년 전보다 500조원 넘게 불어났다.
발행 실적만 놓고 보면 기업의 자금조달 축이 주식·회사채보다 단기 금융시장 쪽으로 크게 기운 모습이다.
금융감독원이 4일 발표한 ‘2026년 상반기 기업의 직접금융 조달실적’에 따르면 주식과 회사채 공모 발행액은 126조575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조3570억원, 15.6% 감소했다. 반면 CP와 단기사채 발행액은 1272조8483억원으로 515조1069억원, 68.0% 급증했다.
주식 발행액은 2조9786억원으로 29.6% 줄었다. 기업공개는 28건, 1조141억원으로 건수와 금액이 각각 지난해 상반기 42건, 1조4492억원보다 감소했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은 케이뱅크 한 곳에 그쳤고 나머지 27건은 코스닥 상장이었다.
기업공개 시장은 중소형 종목 중심으로 재편됐다. 코스닥 기업공개 금액은 7651억원으로 전년보다 2.8% 감소하는 데 그쳤지만, 유가증권시장 기업공개 금액은 2490억원으로 62.4% 급감했다. 대형 기업의 상장 감소가 전체 기업공개 규모를 끌어내린 셈이다.
유상증자도 23건, 1조9645억원으로 29.5% 줄었다. 발행 건수는 지난해와 비슷했지만 1000억원 이상 대형 유상증자가 5건에서 2건으로 감소했다. 올해 상반기 대형 유상증자는 SKC 1조2000억원, 루닛 2115억원 등이었다.
회사채 발행액은 123조5968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5.2% 감소했다. 일반회사채가 31.5%, 자산유동화증권이 30.6% 줄었고 금융채도 7.2% 감소했다. 주식 발행뿐 아니라 기업이 중장기 자금을 확보하는 대표적인 통로인 회사채 시장도 동시에 위축된 것이다.
일반회사채 발행액은 25조9052억원에 그쳤다. 기업이 새 설비나 사업 확장에 자금을 투입하기보다 기존 채무를 갚는 데 발행액을 집중하는 흐름도 이어졌다. 일반회사채 가운데 차환 목적 발행액은 18조8721억원으로 전체의 72.9%를 차지했다. 운영자금 비중은 23.6%, 시설자금은 3.6%였다.
신용등급별 양극화도 선명했다. 무보증 일반회사채 가운데 AA등급 이상 우량물 발행액은 19조6050억원으로 전체의 76.9%를 차지했다. A등급 비중은 21.0%, BBB등급 이하는 2.2%에 그쳤다. 회사채 발행이 감소하는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높은 기업에 자금이 더 집중됐다.
만기 구조도 중기채 쏠림이 강했다. 일반회사채 가운데 중기채 발행액은 24조9612억원으로 전체의 96.4%였다. 장기채 비중은 1.7%에 불과했고 발행액도 지난해 상반기보다 58.3% 감소했다.
발행보다 만기 상환액이 더 많아지면서 일반회사채는 순상환으로 돌아섰다. 올해 상반기 일반회사채 발행액은 25조9052억원이었지만 만기도래액은 35조5044억원에 달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상반기 6조4980억원 순발행에서 올해는 9조5992억원 순상환으로 전환됐다.
금융채는 90조4157억원 발행돼 7.2% 감소했다. 금융지주채와 은행채는 각각 3.2%, 0.9% 늘었지만 카드사와 할부금융사 등이 발행한 기타금융채가 12.0% 줄었다. 다만 증권회사 금융채 발행은 9조9000억원으로 41.8% 증가해 업권별 흐름은 엇갈렸다.
자산유동화증권 발행액은 7조2759억원으로 30.6% 감소했다. 중견·중소기업의 자금조달을 지원하기 위해 신용보증기금 등이 신용을 보강하는 P-CBO 발행액은 1조9021억원으로 41.5% 줄었다.
장기 자금조달이 위축된 사이 CP와 단기사채 시장은 급팽창했다. 상반기 CP 발행액은 282조7547억원으로 19.0% 증가했고, 단기사채는 990조936억원으로 90.4% 늘었다. 특히 금융회사와 일반기업 등이 발행한 일반 단기사채가 806조8780억원으로 121.1% 급증하며 전체 증가세를 주도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채권을 기초로 발행한 PF-ABCP와 PF-AB단기사채도 각각 36.0%, 25.0% 증가했다. PF 이외의 자산을 기초로 발행한 기타 자산유동화 CP와 단기사채 역시 각각 7.5%, 11.7% 늘었다.
발행뿐 아니라 잔액도 확대됐다. 6월 말 CP 잔액은 241조4883억원으로 11.8% 증가했고 단기사채 잔액은 111조2300억원으로 39.2% 늘었다. 전체 회사채 잔액도 757조2390억원으로 5.1% 증가했지만, 일반회사채가 순상환으로 돌아섰다는 점을 고려하면 잔액 증가는 금융채 등 다른 회사채가 떠받친 결과로 풀이된다.
상반기 기업금융 시장은 주식과 일반회사채 발행 감소, 우량등급 중심의 회사채 편중, CP·단기사채 급증이 동시에 나타났다. 장기 자본을 확충하거나 시설투자에 쓰는 자금조달은 줄어든 반면 만기가 짧은 시장의 발행은 빠르게 증가하면서 기업 자금조달 구조가 단기화되는 흐름이 두드러졌다.
이경호 더파워 기자 lkh@thepower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