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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트맨의 아버지가 말하는, 코로나19 시대 '히어로가 품은 의미'

송광범 기자

기사입력 : 2020-10-23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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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파워=송광범 기자] 영화 <조커>, <다크 나이트> 시리즈 등을 제작총괄한 배트맨의 아버지 마이클 E. 우슬란(Michael E. Uslan) 프로듀서가 한국콘텐츠진흥원·문화체육관광부가 개최한 '2020 콘텐츠 인사이트'에서 '세계관 속 재조명되는 캐릭터의 재발견 및 히어로 콘텐츠물의 시점 다변화'를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우리가 나아가야하는 방향을 히어로 캐릭터와 콘텐츠가 변해온 양상으로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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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마이클 우슬란 프로듀서는 "글로벌 팬데믹을 감당해야한다는 사실이 슬프다"며 현 시대인이 경험하고 있는 암울한 상황에 공감했다. 그는 이 상황을 영화 <환상특급>을 빗대며 "<환상특급> 속에 몇 달째 갇혀 있는 느낌이다. 영원히 끝나지 않는 회차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기분"이라고 표현했다. 그의 말처럼, 코로나19 확산으로 인류는 사회·경제·문화 등 전방위에 걸친 위기를 끊임없이 맞이하고 있다. 이 혼란스러운 상황을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까. 이 프로듀서는 '대공황' 시기로 거슬러 올라가 이야기를 시작했다.

◇ 1930~40년대 등장한 펄프 매거진과 히어로

"우리는 세계적으로 이런 시대를 경험하는 첫 세대가 아닙니다"

마이클 우슬란 프로듀서는 '대공황'을 예로 들며 당시 상황과 지금이 유사하다고 말했다. 프랭클린 루즈벨트 전 미국 대통령이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유일한 것은 두려움 그 자체다"라며 경제·사회적 상황이 야기한 '두려움'을 지적했듯, 마이클 우슬란도 "사람들과 업계 모두 큰 두려움에 빠져있다"고 현 시대를 진단했다. 그는 두려움이 자욱한 시대에서는 '저렴한 현실 도피 오락에 대한 수요'가 일어난다고 말을 이었다. "대공황 당시 사람들은 암울한 상황이 그린 그림자를 잊게 해준다면 무엇이든 좋았다"고 프로듀서는 말을 덧붙였다. 10센트만 내면 영화관에서 영화와 만화영화, 뉴스를 보며 5~7시간씩 보냈던 사람들의 모습을 예로 들었다.

룩셈부르비아계 미국인 발명가 휴고 제른스백(Hugo Gernsback)이 1926년 4월 발간한 펄프 매거진 〈어메이징 스토리즈(Amazing Stories)〉 [사진제공=The Pulp Magazines Project 갈무리]이미지 확대보기
룩셈부르비아계 미국인 발명가 휴고 제른스백(Hugo Gernsback)이 1926년 4월 발간한 펄프 매거진 〈어메이징 스토리즈(Amazing Stories)〉 [사진제공=The Pulp Magazines Project 갈무리]

'저렴한 현실 도피 오락' 중에는 '펄프 매거진'도 있었다. 1930~40년대 등장해 50년대까지 유행한 이른바 '싸구려 잡지'다. 탐정이나 호러 SF, 로맨스, 서부극 등 대중들이 선호하는 장르 소설이 담겼는데, 대체로 가격이 저렴했고 종이 질도 떨어졌다. 하지만 내용까지 싸구려는 아니었다. 펄프 매거진은 코믹북의 효시였다. 마이클 우슬란에 따르면, 이 잡지에는 '어둡고 신비로운 히어로를 담은 소설'이 실렸다. 마이클은 "당시에는 코믹북이나 슈퍼히어로는 없었지만 펄프 히어로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만화작가 빌 핑거(Bill Finger)와 밥 케인(Bob Kane)이 배트맨 캐릭터를 제작할 때 직접적인 영향을 준 캐릭터 섀도우(The Shadow) [사진제공=wikipedia 갈무리]이미지 확대보기
만화작가 빌 핑거(Bill Finger)와 밥 케인(Bob Kane)이 배트맨 캐릭터를 제작할 때 직접적인 영향을 준 캐릭터 섀도우(The Shadow) [사진제공=wikipedia 갈무리]


그는 펄프 히어로 중 섀도우(The Shadow)와 닥 세비지(Doc Savage)를 예로 들었다. 이 펄프 히어로들은 현대 히어로의 원조격이다. 섀도우는 만화작가 빌 핑거(Bill Finger)와 밥 케인(Bob Kane)이 배트맨 캐릭터를 제작할 때 직접적인 영향을 준 캐릭터다. 만화작가 제리 시겔(Jerry Siegel)과 조 슈스터(Joe Shuster)도 닥 세비지에서 영감을 받아 슈퍼맨 캐릭터를 탄생시켰다. 펄프 히어로 어벤저(Averger)와 스파이더(Spider)도 적어도 캐릭터 이름 만큼은 현재 마블 캐릭터들에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다.

◇ 코로나19 시대, 히어로가 품은 의미

대공황과 제 2차 세계대전을 겪은 미국에는 암울함과 우울함이 서려있었다. 경제는 망가졌고 재기에 성공할 수 있을 지 불투명했다. 여기에 중서부와 남부를 중심으로 갱스터들도 등장했다. 베이베페이스 넬슨(Baby Face Nelson), 존 딜린저(John Dillinger), 머신 건 켈리(Machine Gun Kelly) 같은 인물들이다. 어느 때보다 혼란스러운 무법의 시대였다.

이 시기, 펄프 히어로들은 '희망'이었다. 이들은 대중들에게 기분전환용 오락거리였지만, 동시에 희망이라는 주제의식을 사회에 던지는 역할이었다.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상황들을 불가사의한 능력으로 헤쳐나가는 모습에 대중들은 재미와 용기를 동시에 얻었다. 누아르 영화 주인공처럼 중절모와 망토 차림으로 사회 곳곳을 누비는 히어로들이 속속들이 나타났다. 이어 1938년 슈퍼맨이 스판덱스 쫄쫄이와 망토를 입고 액션코믹스 <넘버1>에 등장해 경찰과 FBI가 잡을 수 없는 범죄자들을 속전속결로 처단했다.

DC 코믹스의 대표 히어로들 [사진제공=DC Comics 갈무리]이미지 확대보기
DC 코믹스의 대표 히어로들 [사진제공=DC Comics 갈무리]

현대 슈퍼히어로들도 펄프 히어로의 존재가치를 이어받았다. 권선징악의 틀에서 벗어나거나 다채로운 이해관계자들 사이에서 고군분투하는 모습은 다르지만, 펄프와 현대 히어로 모두 희망을 이야기한다는 점에서 결이 같다. 마이클 우슬란은 이를 두고 "슈퍼히어로는 현대 사회의 신화가 됐다"고 분석했다. 신화는 듣는이에게 희망을 선사하고 구원을 말한다. 마이클은 "신화는 현재의 상황에서 벗어나기를 희망한다는 점에서 암울한 시대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것"이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또 "사람들이 고립되고 거리를 두어야 하는 시대 상황 속에서, 어둠에 빠지지 않고 우울감으로 무력해지지 않으려면 도움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리스, 로마, 이집트의 신화 속 신들은 현대 사회에서 건재하다. 예를 들어 그리스 신 제우스는 DC 코믹스 유니버스의 슈퍼맨이, 하데스는 배트멘, 헤라는 원더우먼, 헤르메스는 플래시로 다시 태어났다. 포세이돈은 아쿠아맨이, 헤파이스토스는 그린 랜턴이 됐다. 과거 신들처럼 히어로들도 빠르게 변하며 혼란스러운 시기에 '우리시대의 악마와 용'들과 싸우며, 대중들의 버팀목 역할을 해내고 있다. 히어로가 신들과 다른 점은 '스판덱스와 망토 차림' 뿐이다.

◇ 급변하는 세태에 대응하려면, "배트맨처럼 나 자신을 재창조해야"

히어로가 '희망'을 말하지만, 어렵고 힘든 시기를 언제까지나 그들에게 기대며 버틸 수는 없다. 우리는 어떻게 행동해야할까. 배트맨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현재 배트맨은 '다크 히어로'의 아이콘이지만, 초창기에는 과학자 성격이 짙었다. 짧지만, 범인의 목숨을 빼앗아 가기도 했다. 또 1966년 TV시리즈에서 배트맨은 코미디 프로그램 속 '웃긴 캐릭터'였다. 배우 아담 웨스트(Adam West)가 주연을 맡고 슬랩스틱 코미디를 진행했다. 배트맨은 약간 배가 나왔고, 괴짜 악당들과 싸우며 과장스러운 유머를 펼쳤다. 이 가벼운 배트맨은 DC 코믹스의 손을 거쳐 '어둡고 진지한 배트맨'으로 다시 태어났다.

마이클은 "창작자들에게 들은 배트맨의 원래 비전은 '어둠 속에서 끔찍한 범죄자들의 뒤를 쫓는 밤의 창조물'이었다"며 이 비전을 첫 배트맨 영화에 구현했다. 1989년 영화 <배트맨>은 감독 팀 버튼(Tim Burton)이 메가폰을 잡았다. 마이클에 따르면, 팀 버튼은 "이 영화는 배트맨에 대한 영화여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영화가 배트맨이 아닌 브루스 웨인에 대한 영화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20년 뒤 크리스토퍼 놀란(Christopher Nolan) 감독은 팀 버튼의 생각을 이어받아 다시 배트맨을 재해석해 <다크나이트> 3부작을 세상에 선보였다.

마이클은 "급변하는 세태에 대응하려면 나 자신을 재창조해야한다"고 강조하며 '재창조의 관점에서 가장 뛰어났던 인물'로 배트맨을 꼽았다.

송광범 더파워 기자 news@thepowe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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