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 최병수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가 10일 하반기 첫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2.50%로 동결했다. 지난 5월 금리 인하 이후 서울 아파트값 급등과 가계부채 폭증 등 금융 불안 우려가 커지자, 기준금리를 추가로 내리지 않고 일단 숨 고르기에 들어간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결정은 지난해 10월 이후 이어진 통화완화 기조에 제동을 건 셈이다. 한은은 작년 10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인하한 데 이어 11월에도 연속 인하를 단행한 바 있다. 이후 올해 들어 4차례 회의에서 인하와 동결을 반복하며 점진적인 경기 부양 기조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최근 서울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가격이 급등하고, 가계대출이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통화당국이 금융안정을 우선순위에 올린 것으로 보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6월 넷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43% 상승하며 약 7년 만에 가장 높은 주간 상승률을 기록했다. 여기에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도 전월 대비 6조2천억원 늘어나, 지난해 10월 이후 최대 증가폭을 나타냈다.
앞서 금융당국은 이러한 부동산 과열을 진정시키기 위해 지난달 27일 '6·27 대책'을 발표하고,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최대 6억원으로 제한하는 고강도 규제를 도입했다. 그러나 정책 효과를 확인하려면 일정한 시차가 필요해, 기준금리 동결로 시간을 번 것으로 분석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5월 금리 인하 직후 “시장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너무 빨리 낮추면 부동산 등 자산 가격만 끌어올릴 수 있다”며 인하 속도 조절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금통위는 이번 금리 동결을 통해 부동산 시장 안정 여부, 가계대출 관리 강화 방안, 3단계 스트레스 DSR 규제 시행 효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정책 결정, 추가경정예산 집행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점검할 계획이다.
시장에서는 다음 금리 인하 시점을 8월로 예상하는 분위기다. 이데일리가 국내 주요 증권사 및 연구기관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전문가 10명 중 7명 이상이 8월 인하를 점쳤다. 그러나 서울 집값과 가계부채가 완화되지 않으면 인하 시점이 10월 이후로 미뤄질 수 있다는 전망도 함께 제기된다.
한은은 물가가 2%대에서 안정되고 있고, 원·달러 환율도 1,300원대로 하향 안정세를 보이는 가운데서도 금리 인하에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트럼프발 미국의 관세 부과 불확실성과 국내 내수 경기 둔화가 겹친 상황에서, 부동산 시장 과열이라는 금융 불안 요인을 진정시키는 것이 당분간 통화정책의 핵심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최병수 더파워 기자 news@thepower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