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 최병수 기자] 올해 1분기(1∼3월) 가계가 벌어들인 소득은 늘었지만 소비와 주택 입주 수요가 줄면서 여윳돈이 사상 최대 수준으로 불어났다. 이에 따라 가계는 은행 예치금과 주식·펀드 등에 자금을 대거 운용했고, 이는 정부와 기업의 자금조달을 뒷받침했다.
한국은행이 8일 발표한 '2025년 1분기 자금순환(잠정)' 통계에 따르면, 가계(개인사업자 포함) 및 비영리단체의 순자금운용 규모는 92조9천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분기(2024년 4분기)보다 30조3천억원 증가했으며, 관련 통계 집계 이후 분기 기준 최대치다.
순자금운용은 자금운용액에서 자금조달액을 뺀 값으로, 양수(+)일 경우 여유자금이 많다는 의미다. 가계는 전통적으로 순자금운용 주체로, 기업이나 정부가 자금을 조달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김용현 한국은행 자금순환팀장은 "연초 상여금 지급 등으로 가계 소득이 증가한 가운데, 아파트 신규 입주 물량 감소와 소비 둔화 등으로 여유 자금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조달액을 제외한 가계의 총 자금운용액은 101조2천억원으로 전분기(71조2천억원) 대비 30조원 증가했다. 이 가운데 금융기관 예치금이 49조7천억원 늘며 가장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고, 국내외 주식·투자펀드 자금운용도 29조3천억원 증가했다.
반면 가계의 자금조달 규모는 8조2천억원으로 전분기(8조6천억원)보다 감소했다. 특히 증권·카드사 등 기타금융기관 차입이 3조원가량 줄어든 것이 조달 축소의 주요 요인으로 지목된다.
가계부채의 건전성 지표도 다소 개선됐다.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분기 말 89.4%로, 전분기(89.6%)보다 0.2%포인트 낮아졌다. 이로써 여섯 분기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다만 김 팀장은 "올해 2분기에는 서울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거래가 늘어 가계부채 증가 폭도 커질 수 있다"며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소폭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기업과 정부의 자금조달 수요는 확대됐다. 비금융법인의 순자금조달 규모는 18조7천억원으로 전분기(16조2천억원)보다 2조5천억원 증가했다.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설비투자 둔화가 지속됐지만, 기업의 상여금 지급 등으로 인한 운전자금 수요가 증가하면서 자금조달도 확대된 것이다.
일반정부의 순자금조달 규모는 40조2천억원으로, 전분기(3조9천억원)보다 10배 이상 급증했다. 국채 발행과 금융기관 차입이 늘어난 영향이다. 이는 정부 지출 증가가 세입 증가 속도를 앞지른 결과로 해석된다.
한편 국내 전체 비금융부문의 1분기 말 기준 금융자산은 1경2,532조원, 금융부채는 7,915조원으로, 순금융자산은 4,617조원으로 집계됐다. 금융자산 대비 부채 배율은 1.58배로 전분기(1.59배)보다 소폭 하락했다.
최병수 더파워 기자 news@thepower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