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조서연 기자] 지난 몇 년간 지속된 암호화폐에 관한 열기가 가라앉으며 암호화폐가 죽는 경우가 늘고 있다. 데드코인(Dead coin)에 따르면, 화폐로서 생명을 다한 코인은 800개에 달한다. 데드코인은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 암호화폐를 목록화하는 사이트다. 코이놉시도 암호화폐 1,000개가 채굴 팜 (farm)을 구매했다고 추정했다.
이른바 암호화폐 ‘대량학살’은 코인 공개상장으로 수십 억대의 자금을 조달하려 했던 스타트업 수천 곳이 몰락하고 세계 정부가 암호화폐에 대해 규제를 가한 결과다. 크립토메스, 드로플렉스, 룰렛코인 등이 불투명한 암호화폐의 미래를 시사하는 사례다.
비즈니스 작가이자 투자자 ‘아론 브라운’은 블룸버그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ICO 시장에 사기와 과장이 판치는 것은 사실이다”고 밝혔다.
그는 “80%의 ICO가 사기였고, 10%는 자산이 부족하고 모금종료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망했다. 남은 10%도 아마 망할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ICO 컨설팅기업 사티스 그룹에 따르면, ICO로 5000만달러에서 1억 달러(약 560억에서 1,100억 원)를 모집한 경우 중 4%만이 성공적이다. 대부분의 ICO는 경험이 충분한 개발팀이나 실제 상품 없이 공약만 남발된 백서를 가지고 자금을 모금했다.
블록체인 스타트업의 사정은 다른 산업보다 더 어렵다. CB 인사이트가 작년 10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3-2014년 신규대출이나 엔젤투자를 받은 기업 103곳 가운데, 28%만이 추가 기금을 모금할 수 있었다. 2008년에서 2010년 사이 미국 테크 기업 1,098곳 가운데 46%가 2차 모금을 진행한 것에 비하면 저조한 수준이다. 테크 기업 가운데, 14%가 4라운드 모금을 진행했고, 이 가운데 블록체인 기업은 2%에 불과하다.
CB 인사이트 애널리스트 아리에 르비는 “아직 획기적인 제품을 보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많은 프로젝트가 있었던 것으로 아는데, 투기세력과 트레이더를 제외하고 블록체인 프로토콜을 사용하는 사람은 많이 없다”라고 그는 덧붙였다.
실패한 프로젝트는 수억 달러의 손실을 봤다. 비트커넥트 같은 예외를 제외하곤, 화폐를 상장한 ICO 대부분의 규모는 작았다. 그러나 렉스 소콜린 오토노머스 리서치의 핀테크 전략 글로벌 이사의 분석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평균 5억달러(약 5,600억 원) 가량의 손실을 봤다고 한다.
화폐 가격이 암호화폐 시장에 걸쳐 하락세를 보이면서, ‘학살의 규모’ 또한 불어나고 있다. 암호화폐 시장의 선두주자 비트코인의 가격은 올해 57% 하락했다. 99비트코인에 따르면, 비트코인의 ‘최후’에 대해 보도하는 기사가 2010년 이후 319개가 늘었다. 파인더닷컴이 조사한 1,586개 코인 중 80%는 6월 25일을 기점으로 종료된 주에 하락세를 보였다고 한다. 평균 하락률은 19%에 달한다.
코이놉시의 리클러 바니에르비츠는 블룸버그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더 많은 화폐가 거래소에 상장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ICO 투자의 수익성은 더 낮아질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코인스케쥴의 분석에 따르면, ICO 투자는 올 한해 117억 5,000만 달러(약 13조 1,600억 원)를 모금했다.
그러나 학살당한 코인들의 ‘패자부활전’은 가능할지도 모른다.
새로운 유형의 ‘암호화폐 장의사’들은 암호화폐의 불운을 기회로 삼고 있다. 스타트업 코인재니터는 데드코인과 협력하여 시가총액 5만 달러 이하의 실패한 화폐에 투자한 투자자들과 개발자들을 돕기도 약속했다.
코인재니터의 CEO 마크 케니스버그는 “최대한 많은 암호화폐를 시장에서 퇴장시키려고 한다. 프로젝트를 맡을 때 마다, 더 많은 대중과 마케팅 효과를 보곤 한다. 꾸준한 성장 대신 우리는 일정 수준에서 급격히 성장하는 (hockey stick growth)를 기대한다. 우리 손에 들어온 코인은 모두 파기한다. 블록체인 전체 작동을 중단한다”라고 설명했다.
코인재니터는 죽은 프로젝트를 인수하고, 생명을 다한 코인을 파기하도록 계획한다. 이렇게 하려면, 자체 코인을 생성해야 한다.
디지털 애셋 리서치의 기술연구 이사 ‘루카스 누치’는 블룸버그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작년 한 해 생명을 다한 프로젝트가 개발자들에 의해 새 삶을 얻을 사례가 많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갑자기 어딘가에서 새로운 버전이 등장해 가격이 상승했다. 개발자들이 어떻게 화폐에 변경을 적용한 지에는 상관없이 말이다. 올해 이러한 사례를 빈번하게 발생하지 않았으나, 무엇이 새로 유입된 것인지, 사기인지 분별하기는 어렵다”라고 그는 분석했다.
하지만 암호화폐 대부분은 살아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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