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유통가의 킥 ④롯데백화점] 트렌드 읽는 황범석 대표, 명품 앞세운 고급화 전략 '승부수'

지방 중소형 점포 실적 부진이 해결 과제...동탄·의왕 등 수도권 매장 오픈으로 ‘몸집 키우기’
보수적인 롯데백화점에 불어온 변화의 바람... 유튜브 ‘네고왕’과 협업해 젊은층 공략

이지웅 기자 | 2021-03-25 17:06
[더파워=이지웅 기자] '셰프의 킥(kick)'이라는 표현이 있다. 요리를 한순간에 특별하게 하는 셰프의 결정적 한 수, 즉 '묘수'를 의미한다. 최근 소비 환경이 달라지면서 유통업계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유통기업들은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저마다 킥을 선보이고 있다. 더파워뉴스는 치열한 생존전략에 몰두하고 있는 대표적인 유통기업의 킥을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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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범석 롯데백화점 대표 [사진제공=롯데쇼핑]


2019년 10월 롯데그룹은 대내외 불확실성을 극복하기 위한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갔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대대적인 인사 카드를 꺼내 들며 기강 잡기에 나섰다. 당시 신 회장이 단행한 인사의 특징은 철저한 성과주의였다. 실적 부진의 늪에 빠진 계열사 대표들은 자리를 비워줘야 했고, 좋은 실적을 낸 인물들이 대거 영전했다.

그룹 핵심인 유통사업의 '맏형' 격인 롯데백화점 대표(롯데쇼핑 백화점사업부장)도 교체됐는데 당시 황범석 롯데홈쇼핑 영업본부장(전무)이 차기 수장에 내정됐다. 이전에는 대부분 사장급이 맡아왔던 백화점 대표 자리에 전무급 인사가 선임된 것은 매우 이례적이었다.

황 대표는 1992년 롯데백화점 영업부에 입사해 롯데백화점 여성패션부문장, 롯데홈쇼핑 영업, 상품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그는 업계에서 소문난 패션 전문가다. 2019년 롯데홈쇼핑의 매출 상위 10대 브랜드에 라우렐, LBL 등 자체 패션브랜드 7개의 이름을 올리는 등 패션에 대해 탁월한 안목을 지녔다.

그룹은 패션 전문가인 황 대표를 롯데백화점을 이끌 적임자로 봤다. 먼저 트렌드에 민감한 패션업계 특성을 잘 아는 황 대표의 안목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를 백화점에 반영해 브랜드 이미지 반전을 꾀하고자 했다.

또 백화점의 주력 판매 상품인 패션 부문의 실적을 빠르게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도 주효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18년 기준 백화점 매출에서 패션이 차지하는 비중은 52.6%로 핵심 수익원이다. 하지만 온라인 쇼핑량 증가 등의 악재로 백화점 패션 매출이 꾸준히 줄고 있는 상황에서 황 대표가 자체 패션브랜드 상품들을 강화해 매출 감소 폭을 줄일 것으로 기대했다.

대대적인 롯데백화점 리뉴얼 바통 이어받아... '명품' 통해 고급 백화점으로 이미지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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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백화점 본점 [사진제공=롯데백화점]
황 대표는 지난 2019년 롯데백화점 본점 개점 40주년을 맞아 시행 중인 4년에 걸친 대대적 점포 리뉴얼 계획의 바통을 이어받았다. 백화점이 오프라인 채널이라는 특성상 고객 경험이 중요하기 때문에 차별화된 콘셉트의 매장 리뉴얼은 필수적 과제였다. 롯데백화점 본점의 경우 2019년 리빙관을 시작으로 2020년 식품관, 2021년 여성·남성패션관, 2022년 해외패션관 등을 확 바꿀 계획이다.

특히 황 대표는 롯데백화점 거점 점포에 명품 브랜드를 대거 유치하면서 고객들에게 고급 백화점 인식을 심기 위해 힘을 쏟았다. 롯데백화점은 오랜 기간 국내 백화점 업계 1위 자리를 지켜오면서 소비자들에게 대중적 백화점이라는 인식이 강했기 때문이다.

이미지 변신 외에도 명품을 통해 주춤했던 실적 상승을 꾀하기도 했다. 명품은 백화점 실적 상승을 이끄는 견인차다. 주요 판매 상품군인 패션, 잡화 등을 온라인 시장에 빼앗긴 상황에서 명품이 백화점 매출을 방어해왔다. 모조품이 많이 유통되는 명품 특성상 고객들은 신뢰도 높은 유통 채널인 백화점을 통해 명품을 구매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즉 명품은 고객들의 발길을 백화점으로 향하게 하는 집객 효과가 크다는 장점이 있다. 뿐만 아니라 명품을 구매한 고객들이 일반 상품과 잡화도 구매할 가능성이 높아 추가적인 이윤도 창출된다. 명품 브랜드를 확대하는 '프리미엄화 전략'은 급성장하는 온라인 시장과 차별화된 경쟁력인 셈이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불황에도 명품은 건재함을 과시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1~7월 롯데백화점 해외 명품 매출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14% 증가했다. 코로나19가 본격화된 직후인 작년 3월 -19%를 기록한 것을 제외하면 4월 11%, 5월 19%, 6월 24%, 7월 34%로 매출이 지속 성장했다. 백화점 명품관에 입장하려는 줄이 길게 늘어섰던 것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가 된다.

롯데백화점은 고급 백화점 이미지를 고객들에게 각인시키기 위해 화장품 브랜드들이 차지하고 있었던 1층을 명품 브랜드 매장으로 탈바꿈시키는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본점의 경우 1층에 있던 화장품 매장을 지하 1층으로 내리고, 명품 브랜드로 채울 예정이다.

또한 여성 패션관과 남성 패션관도 각각 여성 명품과 남성 명품으로 교체하면서 명품 라인업을 강화한다. 목표는 롯데백화점 본점의 절반을 명품 매장으로 채우는 것이다. 이달 초 남성 패션관(본점 5층) 리뉴얼 공사가 시작됐으며, 올해 안에 마무리할 계획이다. 식품·잡화·여성 패션관(지하 1~4층) 리뉴얼은 올 하반기 시작한다. 리뉴얼이 마무리되면 본점과 에비뉴엘 포함 전체 7만4700㎡(약 2만2600평)의 영업 면적 중 절반 가량인 3만6000㎡(약 1만900평)이 해외 명품 전용 매장으로 탈바꿈한다.

명품관으로 운영 중인 에비뉴엘은 럭셔리 보석과 시계 브랜드 중심으로 개편한다. 늦어도 2022년까지 완성할 방침이다. 리뉴얼이 끝나면 현재 본점 매출의 33% 수준인 명품 매출은 50% 이상으로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영플라자 역시 기존 중저가 브랜드 이미지에서 벗어나 신진 디자이너 편집숍, 소셜미디어 스타 브랜드 등 인기 브랜드로 채운다는 구상이다.

잠실점, 부산본점 등 주요 거점 점포에도 프리미엄화 전략이 적용됐다. 부산본점은 루이비통 여성 매장을 오픈하고 니콜라 제스키에르 루이비통 아트디렉터의 컬렉션을 판매하면서 경쟁사 루이비통 매장과 차별화했다.

프리미엄화 전략 외에도 백화점의 떠오르는 소비층인 20~30대 MZ세대(밀레니얼+Z세대, 1980~2003년생)를 타깃으로 한 리뉴얼도 진행됐다. 지난해 12월 전관 리뉴얼 오픈한 영등포점의 경우 백화점의 얼굴인 1~2층에 MZ세대의 관심 콘텐츠인 맛집, 카페, 편집 매장을 도입했다. 실제로 을지로, 샤로수길, 송리단길 등 거리의 힙플레이스 콘텐츠를 차용해 젊은 소비자의 눈높이와 목소리를 적극 반영했다.

지방 중소형점포 경쟁력 키우기... '지역 밀착' 전략

하지만 일각에서는 롯데백화점의 이와 같은 노력에도 대중적인 이미지를 벗어나기에 역부족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경쟁사들에 비해 높은 지방 중소형 점포 비중 때문이다. 롯데백화점이 현재 운영 중인 31개 백화점 점포 중 절반가량인 15개 점포가 지방 중소형 점포다. 롯데백화점이 주요 거점 점포를 중심으로 막대한 리뉴얼 비용을 투자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지방 중소형 점포 리뉴얼은 더디거나 일부분에 그칠 가능성이 높아서다. 더불어 명품 브랜드의 까다로운 입점 조건도 중소형 점포의 약점으로 꼽혔다.

지방 중소형 점포의 문제점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롯데백화점의 실적 하락 원인 중 하나가 지방 중소형 점포의 부진이었기 때문이다. 2019년 롯데백화점은 기존점에서 매출 1.4%, 영업이익 2.2% 줄었는데, 이는 지방 중소형 점포의 부진한 실적이 원인인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로 마산점은 2019년 매출이 10.7% 줄어 지난해 구조조정 대상 1순위로 꼽히기도 했다.

황 대표는 지방 중소형 점포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롯데백화점이 2019년 1월부터 시작한 '지역 밀착' 전략을 이어받아 진행해오고 있다. 당시 롯데백화점은 업계 최초로 영업본부체제를 수도권, 영남권, 호남·충청권 등 5개 조직으로 재편했다. 조직별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지방 점포별 특성을 살린 콘셉트로 매장 구성 및 상품 기획 등의 역량을 키워 매출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었다.

롯데백화점은 지역 밀착 전략을 통해 쏠쏠한 재미를 봤다. 2019년 8월 부산 광복점에서 부산지역 먹거리 행사인 '부산언니 잇데이'를 열어 지역 맛집을 초청한 결과 열흘간 약 3억6000만원의 높은 매출을 올렸다. 또 부산 중소 화장품업체들과 연계한 편집숍인 'B-뷰티숍'도 고객들에게 호평을 받은 바 있다.

황 대표가 지휘봉을 잡은 2020년 들어서는 중소형 점포를 중심으로 1층에 테마형 전문관을 도입하고, 판매 공간 일부를 체험형 공간으로 바꿔 차별화에 나섰다. 백화점 1층을 단순한 판매 공간으로 사용하지 않고 문화, 먹거리 등 다양한 경험 콘텐츠를 적용한 복합쇼핑공간으로 꾸몄다. 실제로 롯데백화점은 아시아 최초로 김포공항점에서 '쥬라기 월드 특별전'을 진행해 고객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쥬라기 월드 특별전 오픈 이후 4개월간 20만명 이상의 고객이 방문했으며, 특히 신규 고객을 끌어오는 등 효과를 톡톡히 봤다.

하지만 전례 없던 코로나19의 타격은 생각보다 강력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 1조8918억원, 영업이익 150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각각 16.4%, 55.4% 줄었다. 3분기만 보더라도 매출 6190억원, 영업이익 780억원을 기록했다. 직전 분기와 비교하면(440억원) 77%나 증가했지만,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매출 15.5%, 영업이익 25.2% 감소했다. 4분기 실적 반등을 위한 '킥'이 절실했다.

황범석 대표의 트렌드 읽는 안목 "코리아세일페스타 묻고 네고왕까지 더블로 가!"

롯데백화점은 작년 11월 1일 열린 국내 최대 쇼핑 축제 코리아세일페스타(코세페)를 통해 침체된 소비 심리를 살리고 4분기 실적 반등을 노렸다.

코세페를 통해 롯데백화점은 전국 아웃렛 20개 점포에서 300개 브랜드가 참여하는 '아웃렛 메가 세일' 행사와 중소협력사를 돕는 '상생 나눔 특별전'을 진행했다. 상생 나눔 특별전은 코로나19로 재고 비중이 25~30%까지 늘어나 힘들어하는 우수 중소협력사의 재고 상품 250억원어치 매입해 판매한 행사다.

하지만 코세페는 여타 기업들도 참여해 롯데백화점만의 차별성이 없었다. 여기서 황 대표의 안목이 빛을 발했다. 유통업계의 큰형이자 보수적인 롯데백화점이 유튜브 콘텐츠인 '네고왕'과 협업하는 파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당시 업계에서는 고급 이미지 변신에 집중하는 롯데백화점이 비교적 가벼운 유튜브 콘텐츠를 통해 마케팅을 하는 것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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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황범석 롯데백화점 대표와 방송인 황광희 [사진=유튜브 네고왕 캡처]
'네고왕'은 방송인 황광희가 브랜드 또는 기업의 왕을 직접 만나 소비자들이 원하는 할인을 따내기 위해 네고(협상)하는 내용의 콘텐츠다. 앞서 BBQ, GS25 등 유통기업 대표들과 만나 파격적인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해 젊은 시청자층을 중심으로 큰 호응을 받은 바 있다.

황 대표는 '네고왕'을 통해 20억원 규모의 통 큰 할인을 결정하며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할인 프로모션을 추진했다. 행사 관련 상품권과 집객 효과를 위한 주차 최대 4시간 무료 쿠폰은 전부 롯데백화점 앱을 통해 지급됐다.

롯데백화점의 '네고왕' 전략은 단기적인 매출 상승뿐 아니라 '네고왕'의 주 시청자 연령대인 MZ세대를 앱으로 유입시켜 신규 고객을 대거 유치하는 등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20억원이 아깝지 않은 전략이었다.

코로나19로 암울했던 황범석 체제 1년... 올해는 외형 확장으로 '승부수'

황 대표가 다방면의 노력을 기울였지만 코로나19 타격을 이겨내기에는 조금 역부족이었다. 지난해 롯데백화점 매출은 2조6550억원, 영업이익 328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각각 15.2%, 36.9% 감소했다.

올해 롯데백화점은 외연 확장으로 실적 반등에 나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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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백화점 동탄점 조감도 [사진제공=롯데백화점]
최근 롯데백화점은 '신도시 신세대 엄마들'의 취향을 저격할 동탄점 오픈 준비에 한창이다. 오는 6월 오픈 예정인 동탄점은 기존 백화점과 달리 쾌적한 플래그십 스트리트몰을 콘셉트로 내세워 지상 6층의 몰형 백화점 형태로 들어선다. 영업면적이 8만5950㎡에 달하는 초대형 점포로, 경기 남부권 최대 규모의 쇼핑몰로 등극하게 된다. 롯데백화점은 동탄점에 복합문화공간, 중층의 테라스 파크, 명품관 아트리움을 도입해 프리미엄 지역 랜드마크로 만든다는 포부다.

특히 동탄점에 영국 프리미엄 라이프스타일 편집숍 '더콘란샵' 2호점을 넣을 예정이다. 1호점은 지난 2019년 11월 강남점에 문을 열었다. 더콘란샵은 가구, 홈데코, 주방용품, 침구 등 라이프스타일 상품을 판매하는 초고가 리빙 전문 매장이다. 글로벌 유명 백화점에 입점해 있으며 전 세계 12개 매장이 운영되고 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동탄 지역은 높은 소득 수준의 고객들이 있는 수도권 최대 신도시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 출점을 결정했다"며 "해외 명품과 패션을 즐기는 30대 키즈맘을 주요 타깃으로 삼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9월에는 의왕시에 롯데 프리미엄 아울렛 타임빌라스점을 오픈할 예정이다. 인근에 백운호수, 왕송호수, 바라산 휴양림 등으로 둘러싸인 타임빌라스점은 자연 안에서 온 가족이 즐기는 아웃도어 공간을 콘셉트로 정했다. 롯데백화점은 고객들이 오래 머무는 신개념 쇼핑 공간이 되도록 체험형 콘텐츠를 확충할 계획이다.

이지웅 더파워 기자 news@thepowe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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