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 이경호 기자] 공중화장실을 이용할 때 더럽다는 이유로 좌변기에 앉지 않고 ‘허공에 뜬 자세’로 용변을 보는 이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이런 ‘호버 자세’가 오히려 건강에 더 해롭다고 경고한다.
8일 영국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영국 레스터대학교의 임상미생물학자인 프림로즈 프리스톤 박사는 최근 ‘더 컨버세이션(The Conversation)’ 기고에서 “변기 좌석이 아무리 지저분해 보여도 무조건 앉는 것이 좋다”고 밝혔다. 쪼그려 앉는 자세는 배뇨 장애를 유발할 수 있고, 심하면 방광염 위험까지 높인다는 설명이다.
프리스톤 박사는 “쪼그려 앉으면 골반저근, 엉덩이근육, 복근, 고관절 등 여러 근육이 긴장된 상태가 된다”며 “이로 인해 소변이 완전히 배출되지 않고 잔뇨가 남게 돼 배뇨 횟수와 긴박함이 증가한다”고 지적했다. 심한 경우 잔뇨로 인해 방광염 등 감염 가능성도 커진다는 것이다.
골반저근은 방광과 자궁 등의 장기를 지탱해주는 근육층으로, 배뇨 시에도 자연스럽게 이완되어야 한다. 하지만 허공에 뜬 자세에서는 이 근육들이 긴장돼 있어 소변을 보기 위해 ‘힘을 주는’ 행동을 하게 되고, 이런 습관은 골반장기탈출증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여성 건강 물리치료사인 브라이언 그로건은 “소변을 빨리 보려다 자꾸 힘을 주는 습관은 장기 탈출 등 심각한 골반저근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임신과 출산 경험이 있는 여성은 특히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만약 더러운 변기 좌석이 걱정이라면, 전문가들은 감염 우려는 거의 없다고 말한다. 프리스톤 박사는 “화장실 변기 좌석에 앉는다고 해서 피부를 통해 병원균이 들어오는 경우는 드물고, 대부분 감염은 손-입 경로를 통해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사람 피부는 이미 박테리아와 효모로 구성된 보호막으로 덮여 있어 좌변기에 직접 닿아도 큰 문제는 없다는 것이다.
진짜 위험은 손에 있다. 변기 물을 내릴 때 발생하는 미세한 물방울(플룸·plume)에는 박테리아와 대변 입자가 포함돼 있으며, 이 물질들이 공중에 퍼지며 최대 1.5m까지 날아가 문손잡이, 휴지걸이, 심지어 휴대폰까지 오염시킬 수 있다.
프리스톤 박사는 “화장실에서 가장 위험한 건 손으로 만지는 모든 표면”이라며 “특히 변기 사용 중 휴대폰을 쓰는 습관은 매우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75% 이상의 사람들이 화장실에서 휴대폰을 사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휴대폰을 주기적으로 70% 알코올 솜이나 순한 비누물로 닦고, 무엇보다 손을 깨끗이 씻고 물꼭지나 비누통을 맨손으로 다시 만지지 않는 습관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손 씻기 후엔 물을 틀어 놓은 채 손을 닦고, 마지막에 종이타월로 물을 잠그는 것이 가장 위생적이라는 조언이다.
이경호 더파워 기자 lkh@thepowernews.co.kr